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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序(서) [TOP]
형양(滎陽)선생은 영일(迎日)정씨 지주사공파(知奏事公派)의 시조로서 휘(諱)는 습명(襲明)이요, 호(號)는 동하(東河)이나 보통 형양(滎陽)선생이라 불리며, 출생연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고려 숙종(肅宗)朝 초(AD 1096년)경으로 추정되며, 의종(毅宗) 5년(1151년) 3월21일 약을 마시고 자진하였다.
선생은 예종(睿宗), 인종(仁宗), 의종(毅宗) 3대의 중신으로 성품이 강직(剛直)하며, 뜻이 크고 재주가 뛰어나고 지(智), 인(仁), 용(勇)을 겸비하였으며 문명(文名)과 기개(氣槪)가 높았던 명신이었다.
高麗史原文(고려사원문)
정습명은 영일현(迎日縣)사람이니 기개가 탁월하고 외모가 훤칠하였다. 공부에 힘써 글을 잘 하였으며 향공(鄕貢)으로서 과거에 급제하여 내시(內侍)에 배속되었다. 인종 때에 여러번 벼슬이 올라 국자사업 기거주 지제고(國子司業 起居注 知制誥)로 임명되었는데 낭사(郎舍) 최자(崔梓), 재상(宰相) 김부식(金富軾), 임원애(任元敱), 이중(李仲), 최주(崔奏)등과 함께 정치상 폐해<시폐 : 時弊> 열 가지를 들어 임금에게 상소하고 합문(閤門) 밖에 엎드려 채택하기를 기다린 지 3일이 되어도 대답이 없어서 전원이 사직하고 모두 출근하지 않으니 임금이 제기된 폐해 중의 일부인 집주관(執奏官)을 파면하고 여러곳의 내시 별감(別監)을 감원하고, 내시원별고를 줄이도록 한 후 최자(崔梓)등을 소환하여 전과 같이 일을 보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정습명 만은 진언한 내용 전부가 채택되지 않았다 해서 나오지 않았다.
그때에 우상시(右常侍) 최관(崔灌) 한사람만이 이번 상소하는 데에 참가하지 않고 여전히 사무를 보고 있으므로 식자들은 그의 태도를 비루하게 여겼다. 정습명이 김부식의 별제에 거주하고 있었더니 간관이 탄핵하기를 “정습명은 간관의 체통을 잃었으니 처벌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으므로 기거주로 강직 되었다가 이내 예부시랑(禮部侍郞)으로 승진되었다.
의종이 즉위하자 한림학사로 임명하고 추밀원 지주사(樞密院 知奏事)로 올렸다.
의종이 아직 원자로 있을 때에 정습명이 시독(侍讀)으로 있었는데 인종은 원자(의종을 가리킴)가 임금될 만한 자질이 못된다고 염려하였으며 임후(任后-의종의 어머니)도 둘째 아들을 사랑하여 장차 태자로 삼으려 하였으나 정습명이 정성을 다하여 의종을 보호한 까닭에 태자에서 폐위되지 않았다. 정습명은 오랜 기간 간관의 직무에 있으면서 바른말로 서슴없이 간하는 기풍이 있으므로 인종은 심히 그를 중히 여기고 태자의 스승으로 삼았다. 인종이 병이 위독할 때 의종에게 유훈 하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마땅히 정습명의 말을 들어야 된다.”고 하였다. 정습명은 선왕의 부탁하는 유언을 받은 이후로는 임금이 잘못한 것을 알았을 때에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므로 의종이 그를 꺼렸다. 이틈을 타서 김존중(金存中), 정함(鄭諴)이 밤낮으로 그를 잘못한다고 흠 잡아 왔는데 마침 정습명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에 왕이 김존중에게 그 직무를 임시 대행하게 하였다. 정습명이 왕의 의도를 짐작하고 독약을 먹고 자살하니 이때부터 아첨쟁이가 날마다 진銖構?왕도 더욱 방자하게 되어 절도 없게 놀이만 일삼았다. 한번은 왕이 귀법사(歸法寺)에 갔다가 말을 달려 달령(獺嶺)의 다원(茶院)까지 가서 본즉 시종하는 신하들이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였다. 왕이 홀로 기둥에 의지하여 측근자에게 말하기를 “만약 정습명이 살아 있었다면 어찌 내가 이렇게 행동하게 되었겠는가?”라고 하였다. (고려사 권98)
※ 知制誥 : 고려때 왕의 조서, 교서 등을 지어 바치는 벼슬로 조선시대에는 知製敎로 개칭
Ⅱ. 年譜(연보) [TOP]
※ 연보는 고려사, 동국통감등에 의거 약술함
▣1116년(睿宗11年 丙申) : 약관(弱冠)에 서경도사(西京都事)를 역임 하고 예종말에는 내직으로 내시<內侍 : 고려때 內侍府의 官員.의종 이후에는 환관(宦官)들이 차지함>
▣1134년 7월(인종12년 갑인) : 안흥정(安興亭) 부근의 조운(漕運)을 쉽게하기 위하여 서해도 태안의 동측(東側) 지협(地峽)인 굴포(堀浦)에 방읍민 수천명을 동원하여 운하를 팠으나 10여리는 굴착하고 7리를 남겨두고 실패.
▣1135년 1월(仁宗 13年 乙卯) : 묘청(妙淸)의 난이 일어나자 내시지후(內侍祗候)로서 수군 4,600여명에 전함 140척으로 순화현(順化縣)남강에서 적을 막았으며, 병선판관(兵船判官)이 되어 상장군(上 將軍) 이녹천(李祿千)등과 함께 서적(西賊 : 묘청의 반란군) 토벌을도모하였으나 대패(선생이 수로가 좁고 얕으니 마땅히 조수를 타고 출발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이녹천이 듣지 않고 갔기 때문에 패함)
▣1136년(仁宗14年 丙辰) : 국자감 사업 및 중서문하성(中書門下省) 기거주(起居注)와 지제고(知制誥)겸임
▣1140년윤 6월(仁宗18年 庚申) : 김부식(金富軾), 임원애(林元●), 이중(李仲), 최주(崔奏), 최자(崔梓)등과 함께 시패십조를 상주하였으나 거부당하자 주언을 좇지않는다 하여 사직
※ 崔奏 :동국통감 등 다른 사서에는 崔湊로 되어있음.
▣1142년(仁宗20年 壬戌) : 김부식의 별제를 빌어 우거(寓居)하자(淸貧하여 私邸를 이루지 못하였음) 간관(諫官)의 체통을 잃었다는 탄핵을 받아 국자사업 기거주직에서 파직(罷職)되었으나 곧 예부시랑(禮部侍郞)으로 승진
▣1145년(仁宗23年 乙丑) : 우승선(右承宣)에 제수(除授)됨. 김부식등과 삼국사기 50권 편찬.
▣1146년 1월(仁宗24年 丙寅) : 예부시랑으로서 태자<毅宗> 사부(師傅)를 겸함. 당시 태자가 우매(愚昧)하여 <공예태후 임씨(恭睿太后 任氏)가 의종 대신 둘째아들 대녕후(大寧候) 경(暻)을 태자로 세우려 함>, 폐태자 직전에 태자를 적극 옹호하여 위기를 모면하였으며 인종은 선생의 충성심에 감격하고 기량이 넓은 풍도를 중히 여겨 승선(承宣:승지)에 발탁(拔擢)하고 겸하여 동궁의 태사(太師)로 삼아 부족한 태자의 장래를 부탁함.
인종 임종시에 태자와 선생을 동석시키고 나라를 다스리는데는 언제나 정승선(鄭承宣)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태자에게 이르고 <치국 당용습명지언(治國當用 襲明之言)>, 또 선생에게는 충직한 경(卿)이 있어 안심하고 선위(禪位)한다고 하며 아직 발본(拔本)하지 못한 잔재들이 왕의 측근에 머물지 못하도록 당부하고 붕어(崩御)하다.
▣1149년(毅宗 3年 己巳) : 한림학사, 추밀원 지주사에 제수됨. 고시관(考試官)이 되어 시부(詩賦)로 오광윤(吳光允), 십운시(十韻詩)로 조정시(趙挺時)를 시취(試取 : 시험을 보아 인재를 뽑음)함.
▣1151년(毅宗5년 辛未) : 의종이 부왕 인종으로부터 유언(遺言)을 받아 처음에는 선생을 두려워하여 감히 방심치 못하더니 정함(鄭諴)과 김존중의 참언(讒言)에 쏠려 병중에 있는 선생을 김존중으로 하여금 대신케 하였다. 선생은 왕의 뜻을 알고 3월21일 약을 먹고 자진(自盡)하였다. <김존중과 정함의 무고(誣告)가 있었음.>
Ⅲ. 逸 稿(일고) [TOP]
1. 시
● 石竹花 (석죽화) [TOP]
世愛牡丹紅 세상에서 모란꽃이 붉은것을 사랑하여
栽培滿院中 집안에 가득 심어 두지만
誰知荒草野 뉘 알았으랴, 거친 초야에도
亦有好花叢 좋은 꽃 떨기가 있을 줄이야
色透村塘月 빛깔은 작은 연못을 달빛이 꿰뚫고
香傳隴樹風 향기는 언덕 위 나무에 부는 바람에 실려오네
地偏公子少 땅이 외져 구경하는 공자가 적으니
嬌態屬田翁 아리따운 그 모습 밭가는 노인에게 부치노라
▷ 破閑集에서 이르기를
東館是蓬萊山,玉堂號鼇頂,皆神仙之職.本朝舊制,雖天子莫得擅其升黜苟有缺,必須禁署諸儒薦引,然後用之.非有三多之譽,七步之才,則世皆謂之處,必未免血指汗顔之誚.睿王時,江南措大鄭襲明,抱奇才偉量涉世無津,嘗賦石竹花『世愛牡丹紅,栽培滿院中.誰知荒草野,亦有好花叢.色透村塘月,香傳隴樹風.地偏公子少,嬌態屬田翁時有大閽,誦此詩達宸聰,上曰非狗監何以知相如之尙在耶,卽令補玉堂.毅王初賢良皇甫倬十擧擢上第.會上遊上林賞芍藥,遂成一什,侍臣莫賡載,賢良亦進一篇.誰導花無主,龍顔日賜親也應迎早夏,獨自殿餘春.午睡風吹覺,晨粧雨洗新.宮娥莫相妬,雖似竟非眞.上大加稱賞.其後選部進擬補館職者,上觀姓名曰莫是嘗進應制芍藥者耶,卽以宸翰點之,直東館.鄭公後入樞掖居喉舌,受遺輔主謇謇有王臣風,皇甫公亦掌綸誥,出入臺閣十餘年.噫,風雲際會,古人謂之千載,今觀二公,唯以一篇見知,不煩夢卜,自然而合,明良相値豈偶然哉.
동관(東館)은 ①봉래산이고 옥당(玉堂)은 ②오정(鼇頂)이라 부르는 것은 다 신선(神仙)같은 직위이기 때문이다. 본조(本朝)의 구제(舊制)에도 비록 천자(天子)라 할지라도 그 승급과 ③출방(黜放)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으며,결원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금서(禁署)의 제유(諸儒)들이 천거하여 끌어올린 후에야 등용했다.④삼다(三多)의 영예나 ⑤칠보(七步)의 재주가 없으면 세상에서 모두 이르기를 그러한 지위에 올랐다해도 반드시 ⑥혈지한안(血指汗顔)의 조롱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예종(睿宗)때 강남(江南)의 ⑦조대(措大) 정습명(鄭襲明)이 기재(奇才)와 위량(偉量)을 가졌으면서도 세상에 나설 길이 없어서 석죽화(石竹花)를 두고 시를 지은 일이 있다.
“세상에서 모란꽃의 붉은 것을 사랑하여, 집안에 가득히 심었도다. 뉘 알았으랴, 거친 초야(草野)에도 좋은 꽃떨기가 있을 줄이야. 빛깔은 작은 연못 속을 달빛이 꿰뚫고, 향기는 언덕 위 나무에 부는 바람에 실려오도다. 땅이 외져 구경하는 공자(公子)가 적으니 아리따운 교태는 밭가는 노인에 부치노라.”
당시에 어떤 ⑧대혼(大閽)이 이 시를 외어 임금님이 듣도록 하니, 임금님께서 말씀하시기를
“⑨구감(狗監)이 아니었던들 어찌 ⑩사마상여(司馬相如)가 아직도 있는 줄을 알 수 있겠소.”하고 곧 옥당(玉堂)에 보직(補職)하게 했다.
의종(毅宗)초에 현량(賢良) 황보탁(皇甫倬)이 열 번 응과 끝에 장원으로 급제했다. 마침 임금님께서 상림원(上林苑)을 거니시며 작약(芍藥)을 완상(玩賞)하시다가 시 한 편을 지으셨으나 시신(侍臣)이 화답하지 못하는데 현량(賢良)이 역시 한편을 지어 바쳤다.
“누가 꽃은 주인이 없다 하느뇨, 용안(龍顔)이 날마다 친히 보아 주시도다. 응당 초여름을 맞이하여 홀로 남은 봄을 스스로 진압함이로다. 오수(午睡)는 바람이 불어 깨워 주고 새벽 단장은 비가 씻어 주어 새롭도다. 궁녀들아, 시새워 말아라, 비슷하나 진(眞)이 아니로다.”
임금께서 크게 칭찬하시고 상(賞)을 후히 내리셨다. 그후 ⑪선부(選部)에서 관직(館職)에 보충할 자를 추천해 올리니, 임금님께서 성명(姓名)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이 전에 작약시(芍藥詩)를 응제(應制)하여 올린 자가 아니냐.”하시고 곧 어필(御筆)로 친히 점을 찍어 동관(東館)에서 숙직하게 했다. 정공(鄭公)은 뒤에 추부(樞府)에 들어가 언관(言官)으로 있으면서 유지(遺旨)를 받들어 임금님을 보좌하며 곧이곧대로 직언하여 왕신(王臣)의 풍도가 있었으며, 황보(皇甫)공도 역시 ⑫윤고(綸誥)를 맡아 대궐을 드나든지 십여년이 되었다. 아! ⑬풍운(風雲)이 서로 만나는 것은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다 하였는데, 이제 보니 두분은 한 편의 시로써 알게 되어 번거로운 ⑭몽복(夢卜)이 아니고도 자연스럽게 만났으니, 명군(明君)과 양상(良相)이 서로 만나는 것이 어찌 우연이라 하겠는가.
① 蓬萊山(봉래산) : 三神山(삼신산) 중의 하나. 신선이 살고 불사약이 있다 함. 東館(동관)을 여기에 비유한 것임.
② 鼇頂(오정) : 바다에서 거북이가 등에 지고 있다는 신선이 사는 오산(鼇山)의 봉우리. 오봉(鼇峰)이라고도함. 여기에서는 옥당(玉堂)을 비유한 것임.
③ 출방(黜放) : 관직에서 내어쫓음.
④ 삼다(三多) : 문장을 잘 짓는 방법으로 많이 읽고<看多> 많이짓고<做多>많이 생각하는 것<商量多>을 말함.
⑤ 七步之才(칠보지재) : 일곱 걸음을 걸을동안에 시를 짓는 재주. 곧 민첩하게 시를 짓는 재주를 말함. 魏文帝(위문제)의 고사에 나옴.
⑥ 血指汗顔(혈지한안) : 목수가 일이 서툴러서 손가락에 피를 흘리고 얼굴에서는 땀이 흐르는 것.
⑦ 措大(조대) : 청빈한 선비나 서생(書生). 큰 일을 행하기에 족하다는 뜻.
⑧ 大閽(대혼) : 내시(內侍)를 감독하는 관리. 혼(閽)은 궁문(宮門)임.
⑨ 狗監(구감) : 한나라 때 근시(近侍)의 직(職). 천자를 위하여 전렵견(田獵犬)을 주관함.
⑩ 司馬相如(사마상여) : 한(漢)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詩人).
⑪ 選部(선부) : 한나라 때 이조(吏曹)에서 선거사사(選擧祠祀)를 주관하여 선부라함. 위(魏)나라 때 이부(吏部)로 고쳐서 선사(選事)를 주관함.
⑫ 綸誥(윤고) : 임금의 조서(詔書)
⑬ 風雲(풍운) : 군신(君臣)이 서로 합하는 것을 가리킨말.
⑭ 夢卜(몽복) : 은(殷)의 고종이 꿈에 본 이야기대로 찾아가서 재상을 구했으며 고대에는 재상을 고를 때 점을 쳐서 결정했다 함.
※ 1구의 牡가 청구풍아에는 牧으로 5구의 塘이 규장각 본에는 堂으로 되어있음.
▷ 靑丘風雅 註에서는
刻燭占韻而賦,有大閽,誦此詩,睿王曰,非狗監何以知相如之尙在耶,卽令補玉堂
(형양공께서) 초에 눈금을 긋고 운자를 불러 시를 지으셨는데 어떤 대혼이 이 시를 음송하니 예종이 들으시고 이르기를 “옛날 사마상여(司馬相如)같은 사람이나 이런 좋은 시를 짓는 줄 알았는데 경은 구감(狗監)이 아닌데도 어찌 이리 훌륭한 시를 지을 수 있는가, 상여(相如) 같은 이가 아직도 있는 줄을 어찌 알았으리오.” 하고 그 자리에서 옥당(玉堂:홍문관)에 보임시켰다.
所以自比亦可謂之四十字媒也
이 詩는 공이 자기를 패랭이꽃에 비유하였는데 40자의 짧은 詩로 너무 잘 매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出典 : 破閑集, 靑丘風雅, 東文選
● 贈 妓 (증기) [TOP]
百花叢裏淡耒容 여러 꽃떨기속에 어여쁜 모양 산뜻한데
忽被狂風減却紅 홀연히 광풍을 입어 붉은 빛을 덜었구나
獺髓未能醫玉頰 수달의 골수로도 옥같은 볼을 고칠수가 없나니
五陵公子恨無窮 오릉공자를 끝없이 한스럽게 하는구나
▷ 破閑集에서 이르기를
南州樂籍有倡,色藝俱絶.有一郡守忘其名,屬意甚厚.及瓜將返轅,忽大醉謂傍人曰,若我去道數步,輒爲他人所有.卽以蠟炬燒灼其兩脥,無完肌.後滎陽襲明杖節來過,見其妓悵怏不已,出一幅雲藍,手寫一絶贈之百花叢裏淡耒容,忽被狂風減却紅.獺髓未能醫玉脥,五陵公子恨無窮』因囑云,若有使華來過,宜出此詩示之.妓謹依其敎,凡見者,輒加賙恤,欲使滎陽公聞之.因得其利,富倍於初.
남주(南州)의 ①악적(樂籍)에 색예(色藝)가 모두 뛰어난 기생이 있었다. 어떤 한 군수(郡守)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잊었으나 그 기생에게 대단히 두터이 정을 두었다. 임기가 다 되어 돌아가게 되었을 때 갑자기 대단히 취해서 옆 사람에게 일러 말하기를
“만약 내가 ②고을을 떠나 몇 걸음만 가도 바로 다른 놈이 차지하게 되겠지.”하고 바로 촛불로 기생의 양 볼을 지져 성한 살이 없게 했다. 그 후 형양(滎陽) 정습명(鄭襲明)이 안찰사(按察使)로 지나가다가 그 기생을 보고 섭섭하고 원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어 한 폭의 운람(雲藍)을 꺼내어 손수 절구(絶句) 한 수를 써 주었다.
“여러 꽃떨기 속에 어여쁜 모양 산뜻한데, 홀연히 광풍(狂風)을 입어 붉은 빛을 덜었도다. ③달수(獺髓)로도 옥 같은 볼을 고칠 수가 없나니, ④오릉공자(五陵公子)를 끝없이 한스럽게 하는구나.”
그리고 또 부탁하여 이르기를 “만약 사화(使華)가 지나가거든 이 시를 내어 보이도록 하라.”하였다. 기생이 삼가 그가 가르쳐 준 대로 하였더니 보는 사람마다 불쌍히 여겨 도와주며, 형양공(滎陽公)이 이 소문을 듣게 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이로 인해 도움을 얻어 처음보다 배나 부유하게 되었다.
① 樂籍(악적) : 관기(官妓)가 소속되어 있는 악부(樂部)
②고을 : 去道가 청구풍아에는 去郡으로 되어있음.
③ 獺髓(달수) : 수달의 뼈속에 있다는 기름.「습유기(拾遺記)에 손화(孫和)가 수정여의(水精如意)라는 춤을 추다가 잘못하여 등부인(鄧夫人)의 뺨에 상처를 냈는데, 의원이 말하기를「백달수(白獺髓)를 옥(玉)과 호박설(琥珀屑)에 섞어 바르면 흉터가 없어지리라」하였다 함.
③ 五陵公子(오릉공자) : 중국 오릉(五陵) 부근의 번화한 지방에 사는 공자란 말에서 부호가의 자제를 가리킴
▷ 靑丘風雅 註에서는
吳孫和寵鄧夫人.嘗醉舞如意,傷鄧頰,得白獺髓雜玉與琥珀屑,和以百金.琥珀太多,左頰赤點如疣,更益其姸
오나라 손화가 등부인을 총애하였다. 일찍이 술에 취하여 여의무(如意舞)를 추다가 등부인의 뺨을 다치게 하자 흰 수달의 골수를 구해 옥과 호박가루를 섞어 백금으로 이긴 다음에 발랐다. 호박이 너무 많아 왼 뺨에 사마귀처럼 붉은 점이 생겼는데 더욱 예뻐졌다.
● 十日欲招咸尙書同飮聞其仙去有感 (10일 함상서를 불러 함께 술을 대작하려 하였는데 그만 돌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상하다.) [TOP]
十日秋香未必衰 (9월)10일이라, 가을향기 아직도 쇠하지 않았기에
登高意欲共傾巵 높은데 올라 함께 잔을 기울이려 했는데
舊遊伴侶今無在 예 놀던 친구는 없어졌으니
獨有黃花尙滿籬 홀로 국화만이 아직도 울타리에 가득하구나
※ 出典 : 東文選 권19
2. 表 箋(표전)
● 謝左正言知制誥表 (좌정언,지제고를 제수하심을 사례하는표) [TOP]
久依禁闥,訖無塵露之裨,擢置諫垣,重荷乾坤之施,恩榮不世,傴僂難安,中 謝竊以上之聰明,在於納忠,國之安危,關乎論相,故調燮陰陽進退賢否,使百僚稱職四海無虞者,謂之相業,而面折廷爭擧直措枉,使群邪自屛衆正咸伸者,謂之諫官,斯二者苟得其人,則天下可轉於掌,臣起迹畎畝,遭時休明,三釜逮親,慕古人之志,一麾守郡,分外寄之符,及代瓜期,權除學錄,未周一歲,得預仕途,諷寺人孟子之詩,秉董狐良史之筆,誅姦諛於已死,敢憚直書,依日月之末光,媿無奇節,每承顧問,咫尺違顔,不擇險夷,東西惟命,由愚有不移之性,故責在可黜之途,敢圖綸綍之華,忽被草茅之賤,以後居上,使卑踰尊,追汲黯周昌於明廷,薰藥石之苦口,對阿衝傳說於密席,味鹽梅於大羹,自惟何人,迺辱斯擧,此蓋兆於變化,生而神明,爲仁不病於博施,用智必求其先務,念鴟鴞之無毁室,修明政刑,寬有苗之不卽工,誕敷文德,邪說誣民者族無赦,至誠許國者愚必庸,乃錄孤寒,俾參淸要,重念臣與世謬悠而不偶,行年四十而無聞,粗能閱習詩書,頗識古今理亂,商周之興也在乎善,其亡也惡聞已過,秦漢之盛也在得賢,其衰也尊用讒夫,切嘗以往知來,不覺痛心流涕,今則明主勵精求理,庶官同寅恊恭,然而大平未臻,衆弊俱會,災祥發見於天象,寇賊割據於貳都,意謂禍變之生,將啓延昌之祚,如臣頑鈍乃越品流,榮遇非常,論報何所,唯有心可啓以沃,但爲主死且無辭,陛下若殖貨利比頑嚚則臣進處榮顯.豈無所媿如審賞罰明黜陟則臣退廢山林,適足爲榮,不敢飾言,誓殫忠告
● 사좌정언지제고표
오래 궁궐에 입시(入侍)하였사오나 티끌과 이슬만한 비보(裨補)도 없사왔더니, 발탁하여 간원(諫垣)에 두매 거듭 천지의 은혜를 감사하오며, 은영(恩榮)을 베푸시니 황공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중사(中謝)
황공하게 생각하옵건대, 임금의 총명은 충언(忠言)을 받아들임에 있고, 나라의 안위(安危)는 정승을 논함에 관계가 있으므로, 음양을 조섭(調燮)하고 현부(賢否)를 진퇴시켜 백관(百官)으로 하여금 각기 제 직책을 다하게 하고, 사해(四海)에 걱정이 없게 함은 그것을 일러 상업(相業)이라 하옵니다. 면절(面折)과 정쟁(廷爭)으로 곧은 자를 쓰게 하고 굽은 자를 버리게 하여, 뭇 사특한 자들이 저절로 기가 죽고, 뭇 바른 것이 모두 펴지게 함은 그것을 일러 간관(諫官)이라 하나니, 이 두가지에 진실로 그 적당한 인물을 얻으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신이 전야(田野)의 출신으로 성명(聖明)한 때를 만나 ①삼부(三釜)로 어버이를 봉양하는 옛사람의 뜻을 사모하여 일휘한 깃발로 군수(郡守)가 되어 외방에 ②부(符)를 나누었삽더니, ③과기(瓜期)로 교대하자 임시로 학록(學錄)에 피임되었다가, 한 돌이 못되어 벼슬길에 참여할 수 있었나이다. ④시인 맹자(寺人孟子)의 시(詩)를 풍영(諷詠)하며, ⑤동호(董狐) 와 같은 양사(良史)의 붓을 잡아, 간사하고 아유하는 자를 이미 죽은 뒤에도 필주(筆誅)함에 감히 직서(直書)를 꺼렸사오리까. 해와 달의 끝 빛을 의지하여 기특한 절개가 없음을 부끄러워하와, 매양 자문(諮問)이 계실 때마다 지척에서도 용안(龍顔)을 범했사오며, 험한 일과 평탄한 일을 가리지 않고 동으로나 서로나 어명(御命)대로 하였사오니, 이는 대개 어리석은 자는 ⑥옮기지 못한 천성이 있으므로 허물이 내칠 만한 터에 있었사오니, 감히 빛나는 윤음(綸音)이 문득 초모(草茅)의 천신(賤臣)에게 내려, 후배가 웃자리에 거하고 낮은자가 높은 이를 넘어서기를 도모 하였사오리까. 밝은 조정에서 급암(汲黯),주창(周昌)을 본받아 ⑦입에 쓴 약석(藥石)을 피우고, 지밀한 자리에서 ⑧아형(阿衡),부열(傅說)을 대하여 큰 국에 소금과 매실<鹽梅>을 조화하도록 하십니다. 스스로 생각하건대 제가 어떤 사람이길래 욕되게 이런 중책을 맡기시오니까.
이는 대개 성상께서 조화(造化)를 타고나서 나면서부터 신명하사 어진 일을 하심엔 널리 베푸심에 부족이 없으시고, 지혜를 쓰심엔 반드시 그 먼저 힘 쓸 것을 구하사, ⑨부엉이<鴟鴞>가 집을 헐지 않을까 염려하사 정치와 형벌을 닦아 분명히 하시고, ⑩유묘(有苗)가 복종치 않는 것을 관용(寬容)하사 크게 문덕(文德)을 펴시오며, 사설(邪說)로 백성을 속이는 자는 주륙하여 사(赦)함이 없고, 지성으로 나라에 허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라도 반드시 등용(登庸)하심이니, 그러므로 신과 같은 고한(孤寒)한 자를 녹용(錄用)하여 청요(淸要)한 높은 자리에 참여하게 함이로소이다.
거듭 생각하옵건대, 신이 워낙 세속과는 맞지 않고 불우하여, 나이40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사오나, 시서(詩書)만은 대강 열람하고 익혀 자못 고금의 치란(治亂)을 알고 있사옵니다. 은(殷),주(周)가 흥한 것은 선(善)을 행함에 있었으나 그들이 망한 때에는 자기 허물 듣기를 싫어하였고, 진(秦),한(漢)이 성했음은 어진이를 얻음에 있었사오나 그들이 쇠할 때에는 참언(讒言)하는 자들을 높이 썼사오니, 과거로써 미래를 안다 하옵거니, 사책(史冊)을 읽을 때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흘렀나이다.
지금은 명주(明主)께서 정신을 가다듬어 올바른 정치를 구하고, 백관들이 마음을 합하여 충성을 같이하오나, 태평이 아직 이르기 전에 여러 폐단이 함께 모여, 재상(災祥)이 천문(天文)에서 발견되고 도적이 평양에 할거(割據)하여 있사오니, 혹 화변(禍變)의 발생함이 장차 연창(延昌)할 복조<祚>를 열게 되오리이다.
신과 같은 완둔(頑鈍)으로써 위계(位階)를 뛰어넘어 영우(榮遇)가 비상하오니, 어찌 하여 이를 보답하오리까. 오직 충심으로 계옥(啓沃)하여 다만 임을 위하여는 죽는 것도 사양함이 없겠나이다. 폐하께서 만일 화리(貨利)를 일삼고 완은(頑嚚)한 자를 친근하신다면 신이 나아가 영현(榮顯)한 자리에 처한들 어찌 부끄럽지 않사오리까. 만일 상벌(賞罰)을 살피고 출척(黜陟)을 밝히신다면 신이 물러가 산림(山林)에 던저져 있어도 족히 영화로움이 되오리다. 감히 말씀을 꾸미지 않고 맹세코 충고(忠告)를 다하려 하옵나이다.
①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내가 처음 벼슬하여 3부(釜 : 6두 4승)의 녹으로 부모를 봉양하였노라.’ 하였다”<莊子>
② 옛적에 임금이 지방관을 보낼 때에 부(符)를 두쪽으로 나누어 오른쪽 것은 임금이 가지고, 왼쪽 것은 지방관이 가지게 하였다.
③ 좌전(左傳)에 “제양공(齊襄公)이 관지보를 지방관으로 임명하여 오이<瓜> 철에 보내면서, ‘내년 오이철에 교대시키겠다.’ 하였다.”는 사실이 있으므로 후세에서 지방관의 임기(任期)가 찬 것을 과기(瓜期)라 한다.
④ 시경 항백(巷伯) 편은 임금에게 참소하는 사람을 경계하라는 시인데 끝에, “시인맹자(寺人孟子)가 이 시를 짓노라.”하였다.
⑤ 춘추시대에 진(晋)나라 사관(史官) 동호(董狐)가 직필(直筆)로 바로 쓰니, 공자가 양사(良史)라 칭찬하였다.
⑥ 논어에,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는 <천성이> 옮길 수 없다.” 하였다.
⑦ 급암(汲黯)과 주창(周昌)은 한대(漢代)의 직신(直臣)이며, 입에 쓴 약은 바른 말에 비유하여 맛은 쓰나 몸에 이롭다는 뜻이다.
⑧ 아형(阿衡:伊尹)과 부열(傅說)은 은(殷)나라의 어진 재상인데, 임금이 부열에게,“비유하자면 국을 끓이는데 맛을 조화(調和)하는 염매(鹽梅)처럼 되어다오.”하였다.
⑨ 시경에 치효(鴟鴞)편이 있으며 나라를 해치는 자를 두고 읊은 것인데, “치효야 치효야 내집을 헐지 말라.”하였다.
⑩ 순(舜)이 유묘(有苗)를 토벌하다가 복종하지 않으매, 돌아와서 문덕(文德)을 펴니 유묘가 복종하여 왔다.
※ 出典 : 東文選 권35
● 謝賜物箋 (물품을 하사하심을 사례하는 표) [TOP]
伏蒙聖慈差臣西北面兵馬副使,仍賜臣大絹綿紬白廣紵布各十疋細絲紬五疋白綿十斤內莊宅米五十斛特示周急者,吏議方攻,深憂削迹,宸衷克斷,過沐橫恩,載揆分涯,寔增震懼,
中謝
臣起自草莽,行無町畦,蔑左右之先容,幸旦暮之一遇,榮踐中外,寵異班聯,自以拙直寡儔,孤寒多難,値少年之磨淬,陷流俗之風波,言出無稽,楚人爭短於宋玉,變生不測,魯酒反圍於邯鄲,立見顚擠旁無營救,非天光之洞照,孰辨群疑,賴聖眷以保全,活至今日,恩載再生之造,保微一割之能,况此頒宣實爲稀闊,擧族欣絲身而穀腹,窮巷絶號寒而啼飢,欲圖橫草之勤,先被湑蕭之澤,王者之嚬笑旣定,詩人之萋斐俱亡,覺寒灰之復燃,驚涸轍之流潤,此迺伏遇聖上,陟降在帝,聰明自天,追憫正先之促秦,樂與相如之存趙,旣見無雙之士,不憚解衣,雖聞三至之言,未嘗投杼,恕臣狂態,察臣忠肝,豁爾推心,又多用錫,非恒民而畜我,縱九死而難酬,敢不仰體包荒,更敦素節,偸安食粟,毋效朝四而暮三,苟利爲邦,固當人一而已百,其或荷戈於楡塞,庶無貽患於楓宸晈,日方中,此心不妄
● 사사물표
성상께옵서 신을 서북면(西北面) 병마부사(兵馬副使)로 임명 차출(差出)하시고, 인하여 신에게 대견면주(大絹綿紬) 백광저포(白廣紵布) 각10필과, 세사주(細絲紬) 5필, 백면(白綿) 10근, 내장택미(內莊宅米) 50곡(斛)을 하사하사와 특히 ①주급(周急)하시는 뜻을 보이셨나이다.
탄핵(彈劾)이 한창 심하여 면직될까 깊이 걱정하는 중이었사온데, 신충(宸衷)으로 영단을 내리시와 뜻밖의 성은을 지나치게 입사오니, 분수를 생각하오매 두려움이 더하옵나이다. 중사(中謝)
신이 초야(草野)의 출신으로 행실에 법도가 없고 <임금의> 좌우에서 소개하는 이도 없었으나, 다행히 주상(主上)의 지우(知遇)를 받아 중외의 영직(榮職)을 역임하고 고관(高官)의 반련(班聯)에 올라 이수(異數)의 총애를 받자왔나이다. 그러나 신이 원래 졸직(拙直)하기 그지없는 성품으로 고한(孤寒)한 신세에 난(難)이 많아, 소년으로서 인격을 연마(鍊磨)할 때 유속(流俗)의 풍파에 빠져, ②근거없는 말들로 초(楚)나라 사람들이 다투어 송옥(宋玉)의 단점을 지적하고, 변(變)이 불측한 데서 일어나 ③노(魯)나라 술 때문에 도리어 한단(邯鄲)이 포위를 당하매 당장 넘어지게 되어 곁에서 구원해 줄 이가 없었삽더니, 주상의 통촉이 아닌들 뉘라서 뭇 의심을 분변하였사오리까. 성권(聖眷)의 덕분으로 오늘까지 생명을 보전하였사오니, 재생의 은혜를 입었사오나 ④일할(一割)의 능력으로도 보답치 못하였나이다.
하물며 이번의 임명은 실로 희한(稀罕)한 일이어서, 온 친족들이 몸에 옷을 걸치고 배에 곡식을 넣게 됨을 기뻐하오며, 궁한 마을에서 추위를 부르짖고 배고픔을 울기 그쳤사오니, 조그만 근로(勤勞)를 도모하기 전에 먼저 푸짐한 은택에 젖었나이다. 왕자(王者)의 웃음<嚬笑:눈살찡그리고 웃음>이 이미 정해지자 시인(詩人)이 읊었던 ⑤처비(萋斐)가 모두 없어져, 싸늘한 재가 다시 불붙음을 느끼오며 ⑥마른 철(轍)에 물이 흘러 젖음을 놀라옵나이다.
이는 대개 성상께옵서 정신이 상제(上帝)와 통하시고 총명을 하늘로부터 받으시와 정선(正先)이 진왕(秦王)을 재촉한 일을 추념(追念)하시고, ⑦상여(相如)가 조(趙)나라를 보존한 일을 갸륵히 여기사, ⑧둘도 없는 국사(國士)를 보시자 옷을 벗어주기를 꺼리지 않으시고, 비록 ⑨세 번에 이르는 뜬 말을 듣고도 일찍 북<杼>은 던짐 이 없이 신의 광태(狂態)를 용서해 주시고, 신의 충간(忠肝)을 살피시와 시원하게 마음을 트시고 또많은 하사품까지 내리시오니, 심상한 백성으로 저를 대우하심이 아니온지라, 아홉번 죽어도 그 은덕을 보답키 어렵나이다.
신이 어찌 우러러 성상의 포용하시는 뜻을 체(體)하여 다시금 평소의 절개를 두터이하지 않사오리이까. 안일(安逸)을 도적하여 국록만 먹으매 조사모삼(朝四慕三)하기를 본받지 않겠사오매, 진실로 나라에 이로운 일이라면 남이 하나를 하면 저는 백을 하겠삽고, 혹 북방 변경에서 병기(兵器)를 들게 되면 원컨대 신금(宸襟)에 걱정을 끼침이 없게 하오리니, 중천에 해가 떠있듯이 이 마음은 거짓이 없사옵나이다.
① “군자는 급한 사람에게 보조하고, 부자에게는 더 보태주지 않는다.”하였다<論語>
② 송옥(宋玉)의 대초왕문(對楚王問)에, “초나라 사람이 왕에게 송옥을 헐뜯는 사람이 많다.”하였다.
③ 노공공(魯恭公)이 조왕(趙王)과 더불어 초선왕(楚宣王)에게 술을 드리는데 초왕의 술 맡은 관리가 노(魯)의 박주(薄酒)로 조(趙)의 좋은 술과 바꾸어 드리니, 초왕(楚王)이 조의 술이 박하다 하여 드디어 조나라의 서울 한단(邯鄲)을 포위하였다.
④ 납으로 만든 칼<鉛刀>도 한번 밸 수야<一割>있지 않으랴 한 옛말이 있다.
⑤ 시경 항백(巷伯) 편에 처비(萋斐)란 문구가 있는데, 이것은 얽어서 죄를 만들어 참소하는 말을 가리킨 것이다.
⑥ 장자(莊子)에, “물고기가 물없는 수레 바퀴 자국에 있으면서 장자에게 물을 부어 살려달라 애원하였다.”한다. 여기서는 왕의 자비(慈悲)를 말한다.
⑦ 조왕(趙王)과 진왕(秦王)이 회합하여 노는데 진왕이 조왕에게 비파<瑟>타기를 청하므로 조왕이 겁을 내어 비파를 탔다. 조왕의 신하 인상여(藺相如)가 분하여 진왕에게 장구치기를 청하니 진왕이 듣지 않았다. 인상여는,“왕이 장구를 치지 않으면 나는 칼로 목을 찔러 왕의 옷에 뿌리겠소.”하니, 진왕이 부득이 장구를 쳤다. 조왕이 돌아와서, “인상여가 조(趙)나라를 보존하였다.”하였다.
⑧ 소하(蕭何)가 한왕(漢王)에게, “한신(韓信)은 쌍이 없는 국사(國士)입니다.” 하니, 한왕이 곧 한신으로 대장을 삼았다. 뒤에 한신이 말하기를, "한왕이 나에게 자기 밥을 밀어 주어 먹게하고 옷을 벗어 나를 입혔다.”하였다.
⑨ 증자(曾子)의 어머니가 베를 짜는데 이웃 사람이 와서 "당신의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 하나, 아들의 어진 행실을 믿는 어머니는 그 말을 믿지 않다가 세 번째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이 있으매 어머니는 베짜던 북<杼> 을 던지고 달아났다 한다. 거짓말도 자주 하면 믿는다는 말이다.
※ 出典 : 東文選 권35
3. 敎書(교서)
● 鄭襲明讓秘書少監東宮侍讀學士知制誥不允 (정습명이 비서소감 동궁시독학사 지제고를 사양함을 윤허하지 않음) [TOP]
夫幼而學之,壯而行之,苟爲己之有餘,則無施而不可,惟爾文章華國,儒術飭身,久歷試於劇煩,亦累彰於績用,頃因衆論,暫褫邇聯,冲懷自審於鯢桓,絶足已觀於蟻垤,是用遷之秘閣,帶以東僚,舊物倂甄,新恩益懋,宜更堅於爾守,以仰副於予心,毋滯小廉,以壤成命.
● 정습명 양 비서소감 동궁시독 학사 지제고 불윤
대개 어려서 배운 것은 장성(長成)하여 실행할 것이며, 진실로 자기 몸을 닦고 남은 힘이 있으면 간 곳마다 베풀어 불가함이 없을 것이다. 그대는 문장(文章)으로 나라를 빛내고 유술(儒術)로 몸을 닦았으며, 오랫동안 번잡한 사무에 임용(任用)되어 여러 번 공적이 드러났다. 전번에 중론(衆論)에 의하여 잠시 그대 겸직(兼職)을 갈았었으나 과인(寡人)의 생각에 스스로 ①고래가 도는 곳<鯢桓>임을 살폈고, ②천리마(千里馬)의 걸음은 개미둑에서도 이미 보았기로 이번에 벼슬을 비서각(秘書閣)으로 옮기고, 동궁(東宮) 시독(侍讀)을 겸하게 하였으니, 구직(舊職)을 아울러 잘 시무(視務)하며 새 은혜를 더욱 힘써 보답할지어다. 마땅히 그대 자신(自信)하는 바를 더욱 굳혀 나의 기대에 맞출지니, 작은 겸양을 고집하여 이미 내린 명령을 무효로 하지 말지어다.
① 장자에,“고래<鯢>가 도는<桓井盤桓>곳에 물이 빙빙돈다.”는 말이 있다.
② 천리마의 걸음은 좁고 조그마한 개미둑을 도는데도 법도가 있다는 것이다.
※ 出典 : 東文選 권29
Ⅳ. 三國史記의 編纂(삼국사기의 편찬) [TOP]
※ 한국정신문화연구원(韓國精神 文化硏究院)에서 편찬한 역주 삼국사기1(譯註 三國史記1) 감교원문편(勘校原文篇)의 “편찬에 참여한 자들”의 항목을 전문 전재(轉載)함.
參考 寶文閣修校 文林郞 禮賓丞同正 臣 金 永溫
參考 西材場判官 儒林郞 尙衣直長同正 臣 崔 祐甫
參考 文林郞 國學學諭禮賓丞同正 臣 李 黃中
參考 儒林郞 前國學學正 臣 朴 東柱
參考 儒林郞 金吾衛錄事叅軍事 臣 徐 安貞
參考 文林郞 守宮署令直史館 臣 許 洪材
參考 將仕郞 分司司宰注簿 臣 李 溫文
參考 文林郞 試掌冶署令兼寶文閣校勘 臣 崔 山甫
編修 輸忠定難靖國 贊化同德功臣 開府儀同三司 檢校太師 守太保 門下侍中
判尙書吏禮部事 集賢殿大學士 監修國史 上柱國 致仕 臣 金 富軾
同管句 內侍 寶文閣校勘 將仕郞 尙食直長同正 臣 金 忠孝
管句 右承宣 尙書工部侍郞 翰林侍講學士 知制誥 臣 鄭 襲明
삼국사기 편찬에 참여한 자들은 삼국사기 50권 끝에 수록되어 있다. 종서(縱書)로 쓰여져 있고, 우측으로부터 참고직(參考職), 편수직(編修職), 동관구직(同管句職), 관구직(管句職) 순서로 기록되어있다.
고려시대 판본에서는 이들 직함은 본문을 읽는 순서와는 달리 왼쪽에서부터 읽는 순서가 올바르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고, 조선 초기의 삼국사기 판각자 명단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이 순서는 관구직, 동관구직, 편수직, 참고직 순서로 기록 되었다고 파악하여야 옳다.
관구직을 가장 중시한 이유는 편수를 맡은 김부식은 퇴직한 관리였고, 이책이 왕명에 의한 공적 편찬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수직을 제일 높이 올려 쓴 것은 편수자의 직함이 길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관구는 관장(管掌)하여 담당(擔當)한다는 뜻이므로 이는 편찬에 대한 행정적 뒷받침을 주선하는 직책이다. 고려조에서 관구직은 보문각(寶文閣)과 국자감(國子監) 직제에만 보이고 있는 바 보문각에는 강경(講經)을 직접 맡은 학사, 직학사, 직각등의 관직과 다른 계통의 관직이 있으니 중추 대신으로 겸임시킨 제학(提學), 동제학(同提學), 관구(管句), 동관구(同管句)라는 직이 그것이다. 이 직들은 강경을 주선하는 행정 및 그에 관한 계획등을 세우는 임무를 담당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게 유추 할 때에 삼국사기 편찬에 있어서의 관구직은 삼국사기 편찬에 있어서 도움을 주기 위한 행정직이었다고 해석된다.
관구를 맡은 사람은 우승선 상서공부사랑 한림시강학사 지제고(右承宣 尙書工部侍郞 翰林侍講學士 知制誥) 鄭 襲明(?～1151년)이었고, 동관구는 관구의 다음 직으로 내시 보문각교감 장사랑 상식직장(內侍 寶文閣校勘 將仕郞 尙食直長) 金忠孝이었다.
이렇게 볼 때에 비록 삼국사기 편찬을 위하여 편찬청이 설치되지는 않았으나 그 기구에 준하는 조처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삼국사기 편찬을 주관하는 공식적인 임무는 관구 및 동관구에게 맡겨졌다고 생각된다. 즉 삼국사기는 정습명의 주관 하에 편찬되었다. 정습명은 대간(臺諫)으로 있을 때에 재상인 김부식의 집에 기숙하였었다는 친분도 있었으므로 편찬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여 주었음이 틀림없다.
※ 당시 김부식은 71세의 고령에 관직을 떠났기 때문에 실제로는 관구 1명, 동관구 1명, 참고 8명의 편사관들이 편찬의 주역이었다.
Ⅴ.南城齋墓壇事蹟顚末(남성재 묘단사적전말) [TOP]
남성재 묘단은 시조 형양선생(滎陽先生)의 묘단(墓壇)이다. 영일군 대송면 남성동(迎日郡 大松面 南城洞 : 현 포항시 남구 대송면 남성리) 후원으로 반월성 같은 중원에 단(壇)이 있다. 경주 동대산(東垈山)의 만호봉(墁瑚峰)에서 동쪽으로 운제산(雲梯山)이 주요 산맥이요, 태백산이 일월산을 거쳐 팔각일지(八角一枝)가 남으로 달려 형산강 건너 북제산(北弟山)과 대안(對岸)하는 남형산(南兄山)이 외청룡(外靑龍)이며 황룡산(皇龍山)에서 내려온 진전산(陳田山)이 외백호이다. 인화봉은 안산이니 감여가(堪與家:풍수지리에 관한 학문을 공부한 사람)가 말하되, 단산(壇山)은 오공(蜈蚣:지네)혈이며 인화봉(人花峰)은 구인(蚯蚓:지렁이)혈로 추석이면 매년 사대부가의 여인들이 달을 감상하여 사람의 꽃이 산을 가득 메운다하니 세칭 팔대명산으로 이른다. 이 구릉은 시조의 시신이 묻힌 장소이니 세월이 흘러 그 장소를 정확히 알기 어려워 단을 세우고 제사를 올리니 그 사적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1709년(숙종 35년) : 영천(永川)에 있던 후손인 당대 거유(巨儒),양수(兩叟)선생 (휘 萬陽, 葵陽) 형제가 단을 영일 읍성에 세울것을 발론하여 장소를 정하고 단을 설치하였으나 지방관민의 반대로 동년9월에 그 삼종숙(三從叔) 오회당(五懷堂) 석현(碩玄)등이 정문(呈文)을 올려 선외손인 순찰사(巡察使) 홍만조(洪萬朝)는 현지를 답사하여 지방관민에게 이를 이해시키는 문서를 하달하는등 추진 운동을 전개, 그 후 14년간 계속되었으니 이가 시초이다.
▣1722년(경종 2년) : 순찰사(巡察使) 유척기(兪拓基) 역시 선외손으로 만은(萬隱), 세복(世複)등이 재차 정문을 올려 유척기 또한 현지를 답사하고 중재하여 11월에 비로소 성의 남쪽 정결한 땅에 단을 조성하여 11월 15일 제문<萬陽찬>을 올려 처음 제사를 지낸 후 영천, 경주, 흥해, 영일 4읍의 종중이 합력하여 위토(位土)를 마련하 고 매년 10월 상순에 제사를 지내다가 그 뒤 10월 10일로 정하였다.
▣그 후 이 지방에서는 수령이 도임하면 병이 들거나 사망하거나 하며 괴이한 꿈을 계속 꾸게 되고 성중에도 괴질(怪疾)이 끊어지지 않으며 해일도 빈번히 일어나 전답이 멸실되는 등 대소동이 일어났다.
▣1740년(영조 16년) : 순찰사 정익하(鄭益河)는 장계(狀啓)를 검열 하여 관청의 이건(移建)을 명령하였다.
▣1742년(영조 18년) : 새 관청을 준공하여 구 관청이 퇴거됨으로써, 그 가을중에 영천, 경주, 흥해 종중이 합력하여 묘단을 이설(移設) 단장하고, 대광보국 숭록대부 영중추부사 유척기(兪拓基)가 찬하고 후손 통훈대부 나주목사 지익(志翼)이 전서한 비(碑)를 세우고 그곁에 소나무와 사신(四神)의 석상을 세우고 사람들을 모아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케 하였다.
▣1751년(영조 27년) : 단비(壇碑)와 재사(齋舍) 건립건의 논의를 마쳤으나 읍에 있는 땅이 공전이므로 후손 찬술(贊述)이 종중에서 곡식을 모을 것을 선도하여 포전(浦田 : 냇가에 있는 땅)을 매입해서 공전과 바꾸어 대지를 사들였다.
▣1752년(영조 28년) : 재사 3칸, 부실(附室)3칸을 건립하고 고자(庫子)를 정하고 남은 땅을 경작하게 하였다.
▣1764년(영조 40년) : 포전(浦田)이 홍수에 떠내려가 관에서 원래의 공전을 돌려받고자 하였는바 5․6년간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도 지극히 어려운 가운데 재사 제반사가 퇴폐해졌다.
▣1769년(영조45년) : 호수공(湖叟公)의 후손인 죽비공(竹扉公) 일찬(一鑽), 일필(一鉍), 일관(一 )등은 수령에 간청하여 수리 안전답 5두락(현재 1000～1500평)을 다시 납부하고 철안(鐵案)을 결(結)하였다.
▣일필(一鉍)등은 다시 남은 재산을 단속하여 이식을 붙여 증식하여 재사 수리와 비각을 세웠다.
▣1784년(정조 8년): 7월에서 다음해 4월에 걸쳐 재사를 재건, 준공하니 모두 19칸으로 방이 6칸이며 대청도 비슷하니 제관(祭官)이 유숙할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부속사(附屬舍)는 재사를 수호하는 사람에게 부엌과 창고, 마구로 쓰도록 허락하여 주었다.
▣1846년(헌종 12년) : 10월10일부터 집사분정시작
▣1858년(철종 9년) : 재사가 중수되지 못하여 심하게 기울어 지고 개수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후손 하직(夏溭)을 선임하여 남은 재산으로 성내에 옮겨 지을 것을 추진하였다.
▣1861년(철종 12년) : 후손 하옥(夏沃)이 임하여 단(壇)아래에 재(齋)를 지을 계획을 세우니 이는 옛 객사 건물이 있던 장소로 아주 적당한지라 기와와 기둥 등을 준비하였다.
▣1868년(고종 5년) : 재사를 준공하니 정당이 3칸이요, 재실이 4칸이요, 주방, 측간, 대문등 모두 합하여 14칸이 되었다.
▣1879년(고종 16년) : 10월에 재사를 중수하였다.
▣1897년(광무 1년) : 7월15일에 재사를 다시 중수하여 준공하였으며 아울러 위토(位土)도 정리하여 재산을 명백히 했으나 그 후에는 일제시대라 문중일을 돌볼 겨를이 없어 오래도록 세월이 흘렀다.
▣1928년 : 다시 재사를 중수하여 해난(海難)공 진소(鎭韶)가 상량문을 찬하였다.
▣1938년 : 다시 중수하여 창선(蒼仙)공 동기(東驥)가 기문을 썼다.
▣1939년 : 종은(種隱)공 연세(淵世)의 발론으로 정재(正齋) 서편에 이미 없어져 버린 주춧돌 위에 문배전(門配錢)으로 4칸방을 복원하니 이로써 다시 재사아래 동서 건물이 갖추어져 종은(種隱)공이 중건기문을 찬(撰)하고 그 손자 용복(容復)이 글을 썼다.
▣1956년 : 하동 양포 귀후재(歸厚齋) 문중외 214명의 성금 3,529,200환으로 재사 중수
▣1962년 : 9월25일 포은공파 중앙종무원에서 남성재 대문 건립
▣1963년 재원의 증가로 인하여 종전의 제수를 윤회하던 것을 폐지 하고 제수 전반을 재장 지도하에 현임 담당자들이 단재(壇財)로 재사에서 제수를 차리도록 의결
▣1973년 : 담장을 쌓고 옆칸을 증축하였으며 경내를 정화하였다. 당시 국회의원인 후손 무식(茂植)이 양회(洋灰) 2백포를 희사하였고 충주 진욱(眞旭)외 62명의 헌성이 있었다.
▣1975년 : 10월10일 득성(得姓)이후 숙원이던 시조 형양선생(滎陽先生) 신도비가 당시 국내 최대규모로 정문 밖에 세워졌다. 이상의 제반사업에 소요된 자금은 각 문중의 성의나 개인의 찬조로 충당하여 문배(門配)를 풀지 않아도 된 점은 뜻이 깊다할 것이다. 따라서 찬조한 자의 이름을 영구히 전하기 위해 대청 좌우에 이름을 새겨 게시하고 비에 새겨 재사(齋舍) 정원에 세웠다.
▣1979년 : 1979년부터 재장제도를 대종회로 개편, 초대회장에 서울의 근영(根永)선임
▣시조묘단 향사일(始祖墓壇 享祀日)의 개정: 1993년 음력10월10일 향사 전야(前夜)에 있은 대종회 총회에서 1994년부터는 추향(秋享)을 춘향(春享)으로 옮겨 매년 양력4월 첫째 일요일 정오에 향사를 거행하도록 가결하였고 또한 남성세덕송을 제정하기로 하여 부회장 희영(喜永)이 찬하여 정기총회에 앞서 낭독하고 있으며, 매년 5･6백명 이상의 후손들이 향화(香火)를 받들고 있다.
▣1998년 : 4월13일 남성재가 경상북도 지방 유형문화재 제302호 로 지정되었다.
※ 이상의 전말은 1876년 5월 상순에 죽비공 일찬이 찬한 묘단재 중건기와 고왕록을 간추린 것임.
Ⅵ. 附錄 [TOP]
● 墓壇碑陰記 (묘단의 앞에 세운 비석의 뒤편에 새긴 글) [TOP]
高麗樞密院知奏事鄭公諱襲明迎日縣人倜儻奇偉力學能文以鄕貢登第事仁宗最被知遇累轉國子司業起居注知製誥陞禮部侍郞以公久居諫職有諍臣風深加器重使傅東宮及不豫謂毅宗曰治國當用襲明言毅宗卽位授翰林學士進樞密院知奏事公自以先朝顧托知無不言多所匡救王甚憚之宦者鄭諴王之乳媼夫也有寵于王與嬖臣金存中日夜譖毁之會公告病王以存中權代其職公揣王意遂仰藥自裁自是佞倖日進王益縱恣逸遊無度嘗幸歸法寺馳馬至獺嶺茶院從臣皆莫及王獨倚柱謂侍者曰鄭襲明若在吾豈得至此嗚呼以毅宗之輕佻荒淫敗度敗禮而尙於是時追思公者豈亦善端之乍萌而天理之猶存也歟苟使有如公者復能左右而匡翼之則庶幾免庚癸之禍而公已亡矣於是乎公之危忠孤直尤可見其卓然不可及而至今志士之灑涕懷仰不能忘者也家傳舊譜云公之衣冠之藏實在迎日而古縣治官廳後松林中有大墳塋域宛然莎草蔓生縣人謂之鄭圃隱先山父老流傳異口同辭遠近後孫蓋嘗累行尋求而誌碣之屬亦云昔有而今亡旣無以驗其實而蕝之焉則惟古有爲壇而望祭於墓者今宜倣而爲之俾今與後得有瞻依而寓慕薦享庶幾無違於禮遂築壇於城內潔地定以十月上旬歲一祭之而醵錢置田爲經遠之圖刻石壇旁以諗後代謂拓基亦忝彌甥使述其事遂不敢辭而觕記之如此
● 묘단비음기
兪 拓 基 지음
(兪公의 本貫은 杞溪이고 號는 知守齋요, 謚號는 文謚이며 英祖때에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고려시대에 추밀원(樞密院)의 지주사(知奏事) 벼슬을 하신 정공(鄭公)의 휘(諱)는 습명(襲明) 이시고 영일현(迎日縣)에서 나신 분이다.
인물 되심이 뜻이 크고 재주가 뛰어나고 기위(奇偉) 특출하시며 학문에 힘쓰시어 문장에 능통하셔서 향공과거(鄕貢科擧)에 응시하여 급제하셨다.
고려17대 인종께 그 인격과 학행이 알려져 조신(朝臣)들 중에서 가장 후대(厚待)를 받아서 벼슬이 여러번 승진되어 유학(儒學)을 가르치는 국자감의 종 4품 벼슬인 사업(司業)과 임금의 조서와 교서를 지어 바치는 지제고(知製誥)벼슬에 한동안 머무시다가 승진되어 6부의 하나인 예부(禮部)의 시랑(侍郞)에 제수되었다.
공은 오랫동안 간관직(諫官職) 즉 임금에 대한 자문 고문을 통해서 비정(秕政)을 바로 잡는 직책을 담당하여 직간을 서슴지 아니하여 정의를 구현하려는 충신의 풍도(風道)를 갖추셨기 때문에 임금은 깊이 그 인물이 큰 기국(器局)임을 알고 사랑하여 등용해서 높이 올려쓰기를 마지 아니하여 동궁(東宮) 곧 태자의 스승을 삼았으며 임금이 장차의 일 곧 뜻밖에 임금 자신이 단명(短命)하여 세상을 뜨게 되는 일이 걱정되어 미리 세자인 의종을 불러 이르기를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마땅히 습명(襲明)의 진언(進言)을 따라 시행할지어다.”하였으니 이것만 보아도 그의 비범하고 초월함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의종 즉위초에 글을 짓는 일을 맡아보는 한림원(翰林院)의 학사(學士)에 제수되셨다가 곧 승선(承宣)의 으뜸인 왕명의 출납을 맡은 중추원(中樞院)의 정3품 벼슬인 추밀원(樞密院)의 지주사(知奏事)에 승진되셨다.
공은 선조(先朝 : 인종)로부터 신왕 의종을 잘 보필하여 달라는 친탁을 받은 고탁지신(顧托之臣)으로서 임금께 말씀 올리지 않는 것이 없으셨다. 그리하여 잘못된 것은 고쳐 바로잡는 바가 많았다. 그러나 임금은 직언을 서슴지 않는 공을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였다. 환관(宦官) 정함(鄭諴)은 임금이 어렸을 때에 유모의 남편으로서 임금의 총애를 받는 것을 기화로 역시 임금의 사랑을 받는 김존중(金存中)과 더불어 밤낮으로 임금에게 공을 참소와 모함을 일삼아서 임금 또한 그들 편으로 돌아서게 되어 공의 충간(忠諫)을 듣지 않게 되었다.
결국 공은 신병이 있어 관직을 물러나겠다는 글을 올리고 물러나시니 임금은 김존중을 임시로 그 직책을 대신하게 하였는데 공은 이미 임금이 바른 길로 돌아설 기미는 추호도 없음을 알고 고탁(顧托)의 중임(重任)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앙약(仰藥:독약을마심)자결하시었다.
이로부터 임금에게 아첨하는 간신(奸臣)의 무리가 날로 등용이 되었고 임금은 걷잡을 수 없이 방탕과 향락에 젖어들어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떨어지고 말았다.
임금이 귀법사(歸法寺)에 나들이를 가게 되었을 때 말을 타고 달영다원(獺嶺茶院)에 까지 달려갔는데 임금을 시종(侍從)하던 시신(侍臣)들은 아무도 따르지 못하였다. 임금은 홀로 기둥에 기대어 서서 이르기를 “鄭襲明이 만약 지금 살아 있었다면 내가 어찌 이런 지경에 까지 이를 수 있었겠는가.”하였다.
아! 슬픈일이다. 의종같이 행실이 경박(輕薄)하고 또 음탕하고 절도와 예의를 모르는 그런 입장에서도 살아계실 당시의 공을 추념(追念)한 것을 본다면 그것이 어찌 착한 마음의 실마리가 잠깐이나마 싹이 튼것이어서 천리(天理)가 아주 없어진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니랴.
진실로 공과 같은 신하가 좌우에 있었다면 ①경계지변(庚癸之變)같은 화는 면했을 터인데 그러나 공은 이미 가시었으니 이제야 공의 위충고절(危忠孤節)이 더욱 탁연(卓然)하여 누구도 따를 수 없음을 본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도록 수 많은 절의지사(節義之士)들이 눈물을 뿌리고 추창한 마음을 품어 능히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가전(家傳)되는 옛 보첩(譜牒)의 기록에 의하면 공의 묘소가 기실 영일에 있다고 하였는데 옛날 관청의 뒤편 송림(松林)안에 큰 무덤이 있고 그 무덤의 모양이 완연하고 사초(莎草)가 무성하였지만 그 무덤을 사람들이 정포은선생(鄭圃隱先生)의 선산이라 하였다. 나이많은 부로(父老)들 사이에 전하는 것도 이구동성으로 그렇다는 것이었다.
후손들이 사전에 현장에 여러 번 다니면서 지갈(誌碣)이나 거기에 관계되는 것이라도 발견되지 않나하여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역시 발견하지 못하였다. 옛날에는 있었지만 근래에 없어 졌다고 하니 이렇게된 이상 실지(實地)를 증험(證驗)할 수 없이 묘의 위치를 표하지 말고 옛날에 단을 모으고 묘단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낸 것을 이제 사람들이 마땅히 본 받아서 지금 우리들과 후손으로 하여금 조상을 숭모하여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예와 법도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드디어 성내에 묘단을 설치하고 터전을 정화하고 10월 상순에 제사(祭祀)를 처음으로 지내게 되었으며 종중에서 전곡을 갹출하여 제전(祭田)을 마련한 것은 먼 앞날의 후손에게 이어져 끊임없기를 내다보는 의도였고 비석(碑石)을 새겨 묘단 곁에 세움으로써 후대를 생각한 것이다.
나 척기(拓基)에게 이 비문을 써라 하니 나는 또 외손(外孫)중의 한 사람으로 고마운 마음 간절하여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간략하나마 이상과 같이 기록하는 바이다.
① 경계지변: 의종 24년경인(1170년)의 무신난과 명종 3년 계사(1173년)의 의종 시해사건
● 樞密院 知奏事先生神道碑文 [TOP]
我始祖高麗樞密院知奏事滎陽鄭先生神道碑成國內諸裔師來奉竪于迎日南城祭壇之下後孫崋植齋沐謹書之曰先生之詩與箋合五首俱載靑丘風雅及東文選旣已著顯于世壇碑舊有兪相國拓基陰記昭揭事行謹倣特書不一書之義摭家譜及史傳云而補述之先生諱襲明迎日縣人倜儻奇偉力學能文睿宗朝以鄕貢登第屬內侍史傳云仁宗甲寅秋遣內侍鄭某發傍郡卒數千鑿河于洪州蘇大縣乙卯妙淸趙匡等反據西京遣內侍祗候鄭某往西京南海島會弓手水手以戰船入順化縣南江禦賊船庚申與郞舍崔梓宰臣金富軾任元凱李仲崔奏等上書言時弊十條丙寅春正月王命太子引禮部侍郞鄭某講書大禹謨毅宗三年己巳夏四月以鄭某爲翰林學士秋八月引見平章事高兆基御史大夫文公元中書舍人王軾左承宣鄭某置酒論國事五年辛未春三月壬辰二十一日樞密院知奏事鄭某卒初毅宗爲元子鄭某侍讀仁宗慮元子不克負荷任后亦愛次子將立爲太子鄭某盡心調護得不廢鄭某久居諫職有諍臣風仁宗深加器重擢授承宣使傅東宮及不豫謂毅宗曰治國當用鄭某言鄭某自以先朝顧託知無不言毅宗憚之七年秋七月王幸歸法寺遂御玄化寺馳馬至獺嶺茶院從臣皆莫及王獨倚柱謂侍者曰鄭某若在吾豈得至此嗚呼此蓋先生立朝事行而出於史乘者然也後史臣之論曰知王之終不可與有爲仰藥而死其先見之明不可及又曰幸而天誘其衷悔心萌而善端己露苟有一二忠正之臣因其牖而開導之王或稍自省悟不至於終迷不復惜乎王所之無人也噫凡此數言者皆史家斷例也當殷紂之時比干諫而剖心箕子佯狂爲奴微子抱祭器而逃孔子特稱殷有三仁今毅宗之輕佻愎悍浮於殷紂矣且諫不聽而海邦偏局亦無與國之可適矣則先生之退而仰藥其不從容審處矣乎寔曠古卓然而綽綽有萬夫不可及之操矣但急遽搶攘之際能負戴歸葬於千里故山者是亦神佑之也後因士林議與十世孫圃隱文忠公奉享梓鄕烏川書院晉州玉山書院旅軒張文康公顯光淵泉洪祭酒奭周俱有常享祝其曰正色立朝直方忠純不負顧託社稷之臣又曰立朝謇諤盡忠補闕顧託是効夷險一節於乎此果傳神之恒幹而第念人文雅渙祀典有興廢祠宇有起滅矣今此穹然崇碑永鎭隧門而屹立矣則雖山夷海竭而能可磷幷箸其文章華國儒術飭身八字勵相書紳以爲念祖貽謨之資於後人云爾
檀紀四千三百八年 乙卯 ○月 ○日
二十八世孫 崋植 敬撰
三十一世孫 直敎 謹書
篆及前面成均館長 昌寧 成洛緖 謹書
● 추밀원 지주사선생 신도 비문
뜻을 같이하는 국내 여러 후손들이 모두 와서 영일에 있는 남성제단(南城祭壇) 아래에 우리 시조이신 고려 추밀원 지주사(樞密院 知奏事)) 형양(滎陽)鄭선생의 신도비(神道碑)를 세움에 있어서 후손 화식(崋植)은 목욕 재계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삼가 비문을 씁니다.
선생의 시문(詩文)과 글 도합 다섯수가 모두 청구풍아(靑丘風雅)와 동문선(東文選)에 실려 있어 이미 명문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습니다.
시조의 묘단(墓壇)에는 이미 예로부터 단비(壇碑)가 있어 상국(相國) 유(兪)공 척기(拓基)께서 지으신 글이 비의 후면에 새겨져 있는데 시조할아버지께서 하신 일과 행적을 소상(昭詳)하게 다 드러내어 놓았으므로 또 다시 덧붙일 것이 없지마는 삼가 본받아서 특별히 쓴다고 하더라도 한결같지 못한 글로 의(義)를 다 할 수는 없습니다.
가보(家譜)나 사승(史乘)등에 전하는 여러 기록을 주워 모아 약간 보충하여 말씀하면 선생의 휘는 습명이시고 영일현에 관적(貫籍)을 두셨는데 그 인품의 활달함이 과인(過人)하시고 학문에 힘쓰시어 문장에 능통하셨다. 예종조에 향공(鄕貢: 향시) 과거에 급제하시어 내시에 임명이 되셨다.
사서(史書)에 전하기를 인종 갑인(1134년) 가을에 임금이 내시 정 모(시조 형양공을 지칭함)를 파견하여 방읍인 수천명을 동원하여 홍주소대현(洪州蘇大縣)에 있는 강바닥을 파서 수운(水運)의 편을 도모하게 하였다.
을묘(1135년)에 묘청(妙淸) 조광(趙匡)등이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킴에 임금이 또 내시지후(內侍祗候) 정 모를 파견하여 서경에서 남서쪽에 있는 해도(海島)에 가서 궁수(弓手)와 수병을 모아가지고 전함을 편성하여 순화현(順化縣)의 남강(南江)에 들어가 반란적선(叛亂賊船)을 방어(防禦)하게 하였다.
경신(1140년)에 문하부(門下府)의 관원인 낭사 최자(崔梓), 재상 김부식(金富軾), 임원애(任元凱), 이 중(李仲), 최 주(崔奏)등과 함께 임금에게 시폐10조(時弊十條)를 상소하였다.
병인(1146년) 봄 정월 임금이 태자에게 명하여 예부시랑(禮部侍郞) 정 모에게 인도 되어 대우모(大禹謨)를 배우게 하였다.
의종 3년 기사(1149년) 4월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시고 추 8월(秋八月) 임금이 평장사(平章事) 고조기(高 兆基), 어사대부(御使大夫) 문공사인(文公舍人) 왕식(王軾), 좌승선 정모(左承宣 鄭 某)를 불러모아 주안상을 마련하고 국사를 논의하였다.
의종 5년 신미(1151년) 봄 3월 임진(21일) 추밀원(樞密院) 지주사 정모(知奏事 鄭 某) 돌아가셨다.
의종이 원자(세자)로 있을 때 정 모께서 세자의 시독(侍讀)으로 계셨는데 인종이 원자가 사람됨이 강열(康劣)하여 장차 왕위에 올라 그 치국안민의 막중임무를 다 잘 감당 할런지 심히 우려하셨고 왕후 또한 차자를 총애(寵愛) 하시어 장차 태자로 삼으려고 하였다. 이때 정 모께서 온 정성을 다하여 원자를 가르치고 그 학행을 돌보아 도리를 지키도록 인도하고 보호하여 세자를 폐하지 못하도록 하셨다. 정 모께서 오랫동안 간직(諫職)에 있으면서 직언을 서슴지 않는 절개 곧은 신(臣)의 풍도(風道)를 보이셨다.
인종은 鄭 모의 그 사람됨이 큰 그릇임을 깊이 사랑하여 더욱 애중히 여기어 특별히 발탁하여 승선(承宣)에 제수하였고 또 동궁시독(東宮侍讀)을 겸하게 하였다.
임금이 의종에게 말하기를 “내가 세상을 떠난뒤라도 너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마땅히 鄭 모의 말씀을 따라야 하느니라.” 하고 또 정 모에 특별히 뒷일을 부탁하였다.
선조(先朝)로부터 뒷날을 부탁받은 고탁지신(顧托之臣)으로서 의종을 보좌하심에 아는 것은 아는대로 말씀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의종은 이것을 심히 꺼려하였는데 7년 가을 7월 임금이 귀법사(歸法寺)에 행행(幸行)하였다가 현화사(玄化寺)에 까지 어가(御駕)가 이르게 되었을 때 임금은 단신으로 말을 달려간 곳이 달영다원(獺嶺茶院)이라는데 였다. 모시던 신하들이 따라가지 못하였다. 임금은 혼자 기둥에 의지하고 서서 거기 있던 시자(侍者)에게 말하기를 “鄭 모가 만약 아직 살아 있었더라면 내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겠는가”하고 탄식하였다.
참으로 이것은 선생께서 조정에 서시어 하신 일들로 여러 사승(史乘)에 기록된 것을 간추린 것이다.
그후 사신(史臣)이 鄭 모에 대하여 논하기를 임금이 끝내 혼미(昏迷)하여 보필할 수 없음을 알고 약으로써 자결하셨으니 그 선견지명은 아무도 따를 수가 없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다행히 하늘이 임금의 속마음을 유도하여 회개하는 마음의 싹이 터서 (달영다원의 기둥에 기대어 鄭 모를 추념(追念)하는 말로써 그 선단을 나타냈을 때) 진실로 한 두사람의 충정한 신하가 있어서 그 선단(善端)의 싹을 돌보아 피어나게 인도하였더라면 임금은 혹 반성하고 깨달아 끝내 혼미한 채로 회복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애석하게도 임금은 혼미로 끝지었으니 임금의 주위에는 사람이 없었다.
사가(史家)들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은(殷)나라의 폭군 주(紂) 왕 당시에 비간(比干)은 임금을 간하다가 할복 자결하였고 기자(箕子)는 미치광이인 체하여 남의 종노릇을 하였으며 미자(微子)는 제기를 싸가지고 도망하였는데 나중에 공자께서 은나라에 이 세사람을 삼인(三仁)이라 하시고 특별히 칭송하셨다.
이제 의종 임금이 경조퍅한(輕佻愎悍)하기가 은의 주왕보다 더한데다가 또 간하여도 듣지 아니한다면 저 은나라의 삼인처럼 행세할 밖에 도리가 없었으나 우리 해방(海邦)의 땅이 편소(偏小)하여 또한 나라안에서 간다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러니 선생께서 가실데가 없으니 마음이 편안한 신도(臣道)라고 생각하시고 결행하신 일이 아니랴.
참으로 밝고 크신 충절은 만고에 뛰어나시고 침착하고 조용하심은 만인들이 가히 미칠 수 없는 지조(志操)이시다.
이렇게 돌아가시니 그때의 상황이야말로 황망하여 경황이 없었을 터인데도 능히 천리고산(千里故山)에 운구되어 장례를 지내게 된 것도 천우신조(天佑神助)의 덕이 아닐 수 없다.
후에 사림(士林)이 의논하여 그 10세손 문충공(文忠公)과 함께 오천서원(烏川書院)과 진주(晉州)에 있는 옥산서원(玉山書院)에 봉향하여 모시었다.
여헌 장문강공 현광(如軒 張文康公 顯光), 연천 홍좨주 석주(淵泉 洪祭酒 奭周) 제공(諸公)이 상향(常享)에 봉독(奉讀)할 축문을 지어 갖추어 놓았는데 그 축문에 이르기를
“엄숙한 얼굴빛으로 조정에 서시어 임금을 보좌하는데는 직간(直諫)으로 하시고 광국(匡國)은 오직 충의(忠義)로써 하셨네, 선왕의 부탁을 저버리지 못하여 나라의 안위(安危)를 맡은 신하가 되셨네”
또 이르기를
“바른 말씀으로 임금을 섬기시고 충성을 다하여 보좌하셨네, 선왕께 부탁 받은 중책이 있으니 어려운 일이나 쉬운 일을 오직 절의로써 하셨도다”하였으니
아! 이것이 과연 전해지는 정신의 그 영원한 근본이라면 다만 생각하건대 인륜의 질서가 잡혀 찬란한 향사(享祀)가 장려(獎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우(祠宇)는 흥폐(興廢)의 변화가 있고 새로 중건(重建)하였다가도 퇴락(頹落)됨이 있는 것이지만 오늘 이렇게 크고 높은 비석을 묘단 아래 우뚝하게 높이 세워 놓았으니 비록 산이 평지가 되고 바다가 마르는 한이 있어도 이 비석은 능히 돌의 문채(文彩)와 함께 그 문장(文章), 그 화국(華國), 그 유술(儒術), 그 칙신(飭身)의 8자는 기리 남을 것이며 우리들이 서로 힘써시조할아버지께서 후세에 끼쳐주신 그 높은 뜻을 항상 생각하고 마음에 명심불망(銘心不忘)하여야 할 것이다.
단기4308년(서기1975년) 을묘 ○월 ○일
이십팔세손 화식 경찬
삼십일세손 직교 근서
전급전면성균관장 창녕 성낙서 근서
● 墓壇始役時呈巡使狀 [TOP]
巡使 洪萬朝○ 己丑 九月 ○日
後孫 碩玄 世復 等
伏以敬慕祖先秉彛之所同修飾丘壟報本之最切而其或事涉久遠勢壓公舘一抔荒原不爲子孫之有者豈非千古積寃而世之仁人君子亦宜惻然動念處也迎日乃生等先祖滎陽鄭公諱襲明桑梓之鄕也先祖以文章名行當王氏中衰之日受命托孤盡心匡國不幸爲金存中鄭諴等所讒仰藥而沒石竹一篇見錄東雅磊落大節載在麗史而至今四百年間志士之淚未乾國人之思愈切駒城有永慕之詞烏川建崇報之廟列聖嘉獎之士林矜式之苟非遺風餘韻有以聳動人者能如是乎世代旣邈雲仍不振衣冠所藏荒失其守而獨賴家庭所錄父老攸傳俱以爲迎日官廳之後卽幽宅也生等往尋其地則叢篁宿草之間故封宛然村人邑胥皆曰此鄭公之塚也雖未知墓道之失的在何時而其爲祖先之墓則斷然無疑矣夫牛醫馬皂之鬼尙能香火不絶樵牧有禁而獨此名臣舊墓草樹蕪沒猪羊�蹋寧不痛心哉况復吾先祖生有裨於國家死有扶於世敎在孫則圃隱先生蔚然爲理學之祖東人得免被髧其後賢公巨卿相繼種德吉祥所毓沙麓有驗恭惟我文定王后實誕明廟惟我仁獻王后篤生仁祖而皆系於外甥之派則其所以光啓億萬年無彊之休者夫豈偶然而祗以觀宇相逼之故不許封植任其頹廢哉昔朱子爲南康時劉西澗父子之墳適在城門荒草中朱子爲之搜訪修治立亭以表之今先祖盛德大業實無愧於西澗今閤下適守南藩留心孝理則其所以曠世興感尊賢象德以扶永世名敎盍以朱子故事爲則哉玆敢裹足齊赴瀝血仰控特下背關於本縣使生等得封植祖先之墓千萬幸甚
● 묘단 시역시 정 순사장(始祖의 墓壇을 造成하는 工事를 시작할 때 巡察使 洪萬朝에게 己丑(1709년)九月에 後孫 碩玄 世復등이 올린글)
경모(敬慕)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그 선조를 섬기는 것은 하늘에서 정한 상도(常道)를 지키는 것과 한가지라 조상의 묘역을 조성하여 정화하는 일이야 말로 조상의 은혜를 보답하는 일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공관(公館)이 가리어 일부황원(一抔荒原)으로 그냥두고 본다는 것은 후손이 있으면서 차마 볼 수가 없는 것이니 그 혼령(魂靈)이 계시다면 천추의 한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세상의 인인군자(仁人君子)들 또한 의당 추연한 생각을 품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영일은 그 후손인 우리들의 고향인 동시에 선조 형양공 휘 습명(滎陽公 諱 襲明)으로부터 여러대의 묘소가 있는 본 고장입니다.
선조할아버지의 문장과 덕행과 충절은 고려조 오백년 가운데 가장 혼미(昏迷)했던 의종의 어지러운 때를 당해서 인종으로부터 부탁이 지중(至重)했던 까닭에 충성을 다하여 의종을 섬겨 나라가 잘못 되어 가는 것을 바로 잡으시다가 불행하게도 간사한 무리인 김존중(金存中), 정함(鄭諴)등의 모함에 의하여 결연히 스스로 약으로써 자결하시고 말았던 것입니다.
석죽화(石竹花)라는 시 한 편이 청구풍아(靑丘風雅)에 실려 있는데 그 내용에서는, 초탈한 그 품성과 씩씩한 절개를 역력히 접할 수 있습니다.
여사(麗史)와 문헌에 있는 그 행적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400년간 지사(志士)의 눈물을 흘리게 하였으니 자손뿐만 아니라 국중(國中) 사람들도 마음이 간절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천(烏川)땅에 영모(永慕)하는 사우(祠宇)로 오천서원(烏川書院)을 세우고 숭보지전(崇報之典)을 지극히 하였으며, 열성조(列聖朝)께서도 가상히 여겨 포숭(褒崇) 하였으니 현인(賢人)을 추모하는 마음의 감동을 이와 같이 하였으니 어찌 사림(士林)들의 아름다운 유풍(遺風)이 아니리요.
그 지내온 세대가 멀고 그 후손이 부진하여 묘소를 수호하지 못하여 무너지고 헐어서 결국 실전(失傳)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가전(家傳)하는 기록이나 나이 많은 노인들이 전해오는 말을 모아 상고하여 보면 우리 시조의 묘소는 영일 관청의 후면에 그 유택(幽宅)이 있었음이 확실합니다.
생(生) 등이 그 곳에 가서 살펴보니 대나무와 잡초가 우거진 가운데 옛 무덤이 완연함을 볼 수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과 고을 사람들은 모두 이 산소는 鄭公의 무덤이라고 여출일구(如出一口)로 말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가 있습니다.
비록 어느 때부터 묘도(墓道)가 실전이 되었는지 적실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여러 가지를 종합하여 보건대 산소가 선조의 묘소인 것은 의심이 없습니다.
무릇 소의 병을 돌보는 사람이나 말을 길드리는 자도 죽으면 그 혼령(魂靈)을 위로하는 향화(香火)가 자손으로 이어 끊어지지 않으며 나무꾼이나 꼴먹이 아이들까지도 그 산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거늘 오직 이 고려시대의 명신이신 우리 시조의 옛 묘소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속에 묻혀 있으며 돼지새끼나 염소새끼들이 여기와서 팔딱팔딱 뜀박질을 하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습니까.
하물며 우리 선조께서는 당시 한 나라를 떠받들고 있었으며,돌아가셔서는 충신의 도리로 세상의 모범이 되신 어른임에랴.
또 그 자손에는 포은선생(圃隱先生) 같은 울연(蔚然)한 인물이 나시어 동방이학(東方理學)의 비조(鼻祖)로서 문화수준(文化水準)이 낮은 우리 동인(東人)들로 하여금 그 상스럽고 비속한 다발머리의 풍습을 면하게 하시었습니다.
그 후로도 현공(賢公) 거경(巨卿)이 계속 배출되어 모두 은혜가 될일들만을 행하셨으니 이것은 장차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날 조짐을 기른 것이라. 사록(沙麓)에 나타난 그 징험(徵驗)을 보면 묘정(廟庭)에 문정왕후(文定王后)께서 명종을 낳으시고 또 인헌왕후(仁獻王后)께서 인조를 낳으셨는데 이 분들은 다 영일정씨의 외생질(外生姪)들이되시나니, 그 광계(光啓)가 억만년에 뻗치고, 또 끝없이 퍼져 다 함이 없을것이라, 이렇게 된 까닭이 어찌 우연히 받게 된 복이겠습니까.
천리(天理)가 이편이라 하늘의 도움이 가까웠던 까닭이니 그러므로 선조의 묘소를 퇴폐한 상태로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옛날 주자(朱子)가 남강(南康)에 갔을 때 유서간(劉西澗) 부자의 무덤이 성문의 황초(荒草) 우거진속에 돌보는 이 없이 있었는데 주자가 찾아내어 정자(亭子)를 세워서 그 무덤임을 세상에 알렸다고 합니다.
이제 선조의 성덕(盛德)으로 이룩한 대업(大業)이 실상 서간(西澗) 에 비교하여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이제 합하(閤下)께서 남쪽 지방을 순찰(巡察)하시게 됨에 그 마음에 효리(孝理)를 가지게 된 것은 세상에 드물게 보는 존현에 대한 느낌을 일으키신 까닭이니 선현을 본받아 널리 세상을 붙들어 인륜의 명분을 밝히고자 함이 주자의 고사와 부합합니다.
이에 감히 발을 감싸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반드시 그 은혜를 보답하기를 맹세하여 우러러 고하거니와, 본 영일현(迎日縣) 북쪽 지경(地境)에 봉식(封植)을 특별히 허락하시어 생 등으로 하여금 선조의 묘를 봉식할 수 있게 하여 주신다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
● 巡使關文 [TOP]
果是丘墓所在則雖哉凡民當許其封植況節義文學一國之所尊尙列聖之所褒獎則旣知其衣冠之所藏而何可任其蕪沒使其子孫抱痛含寃哉本家所錄取來相考故老流傳亦爲採問古墓所在處審視論報
● 순사관문(巡察使가 子孫들이 글을 올려 呈狀한데 대하여 縣令에게 내려보낸 글)
영일현에 있는 묘소가 과연 정장(呈狀)한 대로라면 비록 평범한 백성도 마땅히 그 봉식(封植)을 할 일인데 하물며 절의와 문장과 학문이 일국에서도 높으신 어른의 묘소에 대한 봉식을 어찌 허락하지 아니 하겠는가.
또 대현(大賢)에 대하여는 열성조(列聖朝)께서도 숭보(崇報)하시고 가장(嘉獎)하시는 예에 비추어 보아도 그 선조의 의관소장(衣冠所藏)인 묘소임을 이에 알고 있으면서 어찌 가(可)히 그 잡초 가운데 묻힌 채로 버려 둘 수가 있으리요. 이는 자손에게 통한을 안게하며 원통함을 머금케 하는 일이로다.
본가(本家)에 유전(遺傳)되는 기록을 가져오면 같이 상고하여 볼 것이며, 고로(故老)들 사이에 전해오는 이야기도 채록(採錄)할 것이며, 고묘소(古墓所)가 있는 장소를 잘 살펴서 논보하여 주기 바랍니다.
● 墓壇始設時祭文 [TOP]
後孫 萬陽
有圮者封在海之漘山似蚣走案疑蚓伸邑城是逼蓬藟攸擁父老相傳圃翁先壟亦稽家牒所錄或詳矧玆迎烏實是先鄕生旣居此藏豈出斯世無鄹曼五衢誰知昔有孝子求屍戰場疑則輒埋人謂得當今旣見似寧不目瞿莫如設壇寓此區區雖無經據可以義起亦非創始世多類此恭惟毅傅展也柱石直節蚤彰六尺可托煌煌德業昭載國乘自此益大鉅公相承一派西遷二水溶溶本支寔繁轉布圻中仍棄故土遂失幽宅巾舃焉訪匪一伊八庾氏渡江尙紀衡梓百里亡墓厥由安在我聞國初數被南患邈矣亂離海濱搗爛安知世葬此際不保屈指右族誰無祖墓雲仍走集時食芳馡我獨忘本先靈疇依曩在己丑試往審視或發異夢或誦古事亦或有言碣銘可尋欲出還秘遺恨至今宗人相謂盍亦更搜壽昌求母十載始遘我能誠求神亦助順應聲曰諾六七其儁周流海曲博訪先蹟石泐而半作鎭石獨其苗脉果符前言聞來愴心求之益勤維時藩宣實是兪公名曰命凝外派攸通爰誡該邑无隱祖塚告者有賞否則罰重藩帖纔布歸節何忽始則迎人爲我謀忠今乃換說相目以諱誰無祖先人心不韙或恐煩民胥動浮言謂此新城陶老揭文是時文忠名位奕舃此若鄭塚豈許新築以余觀記岡巒殊眄始知新城正非今縣彼言誠誣至痛誰察旣被指點郡忍埋歿亦念先靈如水在地烏川相接靑林亦邇神之陟降舍此何適禮緣人情壇故議築履霜乃祭擬以爲常方其祭時諸孫蹌蹌潔裳薦苾飮餕收族瞻墟感慨望墓怵惕油然孝心孰不 新由此以求庶得其眞只恨事始末暇備禮各出錢穀豈爲久計不可無田將以區畵於千萬年報祀不忒
本祭文著者塤叟公諱萬陽文集考察則上文下段庶得其眞之次「若其享儀程設近 古雖設一位實合諸祖」十六字刪除也何其因乎或抑兪相國拓基公撰陰記
竪碣始祖單享而己故莫是不可不削之由歟戊午修譜時其事由懸註矣
● 묘단시설시제문(시조 형양공의 묘단을 처음으로 설단하고 제사를 지낼 때 奉讀한 축문)
퇴락(頹落)한 묘소가 동해변(東海邊)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 곳의 산형은 마치 주산은 지네가 달리는 것 같고, 안산은 인룡(蚓龍 : 지렁이)이 누어 있는 듯 합니다.
읍성은 여기서 매우 가까운데도, 묘소에는 쑥풀이 우거지고 칡넝쿨이 엉켜 있었습니다. 이 고을 부로(父老)들 사이에 예로부터 전해 오기를 포은(圃隱)의 선산이라 하였고 또한 가첩(家牒)을 고찰하여 보아도 여기가 묘소임이 분명합니다.
하물며 여기가 영일오천땅 할아버지의 고향이 분명하고 여기서 이미 오래 사셨으니 묘소가 어찌 다른 곳에 있겠습니까.
지금 추만(鄒曼)같은 사람이 없어서 오구(五衢)를 누가 알리오마는 옛 적에 어느 효자가 전쟁터에 나가 죽은 자기 아버지의 시체를 찾아서, 아버지의 시신을 의심하면서도 안장(安葬)을 하였더니, 보는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이와 같은 고사를 보고 어찌 자손된 도리로서 할아버지의 묘소를 찾으려하지 않겠습니까.
설단(設壇)함이 옳을까하여 정성을 다하였사오며, 비록 확실한 근거는 없더라도 가히 의(義)로써 일으킨 일이옵니다.
또한 이러한 행사는 우리가 창시(創始)한 것이 아니옵고 세상에는 이와같은 고사가 허다하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일찍이 의종의 사부(師傅)가 되시었으며, 주석(柱石)의 신도(臣道)를 다하시어 충성과 직절(直節)로 일관하셨습니다. 한 몸에 선묘(先廟) 고탁(顧托)의 중임을 받드시는 등 그 빛나는 덕업(德業)은 소상하게 국사에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할아버지로부터 후세에 더욱 존귀 현달(顯達)한 자손들이 상승(相承)하여 내려왔습니다.
종파(宗派)는 서쪽으로 옮겨 살게되었고, 큰 강줄기가 유유히 흐르듯 종지파(宗支派) 후손들이 크게 번창하여 국내에 널리 퍼져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뿔뿔이 고향을 떠나게 되어 마침내 할아버지 묘소를 잃어버렸더니, 이제 자손된 도리로서 기필코 할아버지 묘소를 찾으려 하옵니다.
선조묘를 잃었다 찾은 것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어서, 옛 적에 유씨(庾氏)란 사람도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고향을 떠나 백리안에서 묘소를 실전(失傳)하였다 하였으니, 그 어찌 마음이 편안하였겠습니까. 또 듣자오매 국초(國初)에 남쪽 지방이 여러 번 왜구의 침탈을 받았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먼곳으로 피난하게 되었었고 해안에 가까운 지방이 도란(搗爛)되었으니 어찌 윗 대 묘소가 보존되지 못할 줄을 알았겠습니까.
손꼽히는 대성거족(大姓巨族)으로서는 누구나 다 선조의 묘소를 보호하고 많은 자손들이 달려와서 제사를 올리고 있는데 저의 자손들은 홀로 선조 묘를 잃고서 제사를 드리지 못하였으니 할아버지의 영령(英靈)이 그 어디에 의지 하셨겠습니까.
지난 기축(1709년)에도 할아버지의 묘소를 찾으려고 가서 두루 여기저기 다니며 찾아보았으나 혹자는 찾을 수가 없을 것이라느니, 혹자는 고사(古事)를 읽어보았다느니, 구구했지만 역시 찾아보아야 한다는 말에 따라 비석등 석물(石物)도 찾아보았으나 뜻과 같지 않아 끝내 찾아내지 못하였으니 유한무지(遺恨無至)로소이다.
후손들이 모여 상의하기를 다시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옛날에 수창(壽昌)이란 사람은 10년세월을 두고 그 어머니를 찾아 헤메다가 마침내 만났으니 우리 후손들도 정성을 다하여 찾으면 신명(神明)이 도울 것이라 하니 모든 자손들이 옳은 말이라 호응해 왔으므로 자손중에서 7,8명의 대표자를 내세워 해곡(海曲)을 주류(周流)하면서 할아버지의 유적을 널리 찾았습니다. 그러나 묘비묘석(墓碑墓石)은 넘어지고 깨어져 온데간데 없으니 그 묘맥(苗脈)이 난에 의하여 실전하였다는 말이 확실한가 생각하니 슬플 따름이었습니다.
이 때에 마침 이 지방의 방백(方伯)으로 부임해 온 분이 곧 유(兪)공 명응(命凝)이며 일이 잘 이루어지게 되느라고 공은 곧 할아버지의 외손파(外孫派)로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터였습니다.
유공이 이 고을에 경계하여 명하기를 할아버지의 묘소를 알고 있으면 숨김 없이 알려라, 알리는 사람에게는 상을 내릴 것이고 숨기고 알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벌하리라 하였습니다. 이렇게 포고(布告)하고 얼마되지 아니하여 전임(轉任)하게 되었으니 왜 이리도 홀홀(忽忽)한 것이 있습니까?
처음에 공을 우리가 맞을 때는 공이 우리 후손을 위하여 성(誠)을 도모(圖謀)하려 하였던 것인데, 이제와서 계령(誡令)을 되물리게 되니 백성들은 함부로 말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다 조상없는 사람이 없어서 인심은 다 같은 것이므로 백성들은 이로해서 괴로운 일이 있을까 두려웠던지 누가 지어낸 부언(浮言)인지 유언(流言)이 나돌기를 시조묘는 신성(新城)에 있다느니, 도은(陶隱)도 그런 글을 남겼다느니 하는 말이 퍼졌습니다.
이때는 포은(圃隱)의 명망(名望)과 작위가 혁혁(奕奕)한 때였는데, 거기에 만약 鄭墓(정묘)가 있었다면 어찌 신축의 허락이 있었겠습니까.
제가 그 기록된 것을 살펴본 바로는 산세등이 특수하여 비로소 신성은 지금의 오천이 아닌 줄을 알았으니, 백성의 정성스런 거짓말이었음을 생각하면 이 지애지통(至哀至痛)을 누가 알겠습니까.
이미 앞서서 어렴풋 하나마 지점(指點)한 자리에 위판(位版)을 모시고 설단(設壇)하고 또 할아버지의 재세시(在世時)를 생각하더라도 여기가 묘소 자리임이 분명합니다.
그것은 오천이 서로 가까이 접하여 있고 청림(靑林)이 또한 가까우니 원래 모셨던 자리가 여기 아니고 또 어디에 적지가 있사오리까.
예와 정으로써 수의설단(收議設壇)하옵고 10월에 제사를 처음 지내오며, 이날을 상제일(常祭日)로 정하였습니다. 제사 봉행시에는 제손(諸孫)이 많이 모여 정결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천수(薦需)를 드리옵고 행사후에는 제손들이 다 같이 할아버지 묘소를 첨앙(瞻仰) 하오면 감개출척(感慨怵惕)한 마음 금할 수 없사오며 효심이 뭉클 일어나니 자손된 자 누가 새로운 효심을 갖지 않으오리까?
이 설단으로써 그 모든 진실을 회복하였지만 다만 한스러운 것은 시작하는 일이라 예와 법도를 온전히 다 갖출 겨를이 없었던 것이옵니다.
자손들은 각기 전곡(錢穀)을 성출(誠出)하여 장구지계(長久之計)를 생각하여 제전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그리하여 장래의 정성스런 효사(孝事)에 천년만년토록 향사(享祀)를 어기지 않겠습니다.
● 墓壇事蹟 [TOP]
迎日縣官廳後有古墳形止又有大塚宛然古老懸人皆謂之知奏事鄭公之墓而官舍刱建之時 其碑埋之於南門城堞中座首金姓人取石物築城以怪疾沒死官吏鄭文昌以碑趺爲門前石灾殄大起卽返故處云云而碑表未得久遠難的 肅廟己丑後孫萬陽葵陽等始倡設壇之議奉審城內墳形後孫碩玄等呈文于巡相洪公萬朝 景廟壬寅後孫世復等又呈文于巡相兪公命凝得題後設壇於縣城外歲一祭之 當저壬戌移邑他所後移設壇所於縣城內官廳舊墟又竪碑壇旁
● 묘단사적
영일 옛 관청 뒤에 큰 무덤이 완연한지라 성내 노인들이 다 말하기를 지주사(知奏事) 鄭공의 묘라 하고 비석은 관사(官舍)창건 때 남문축성중에 매몰되어 있다고 하며 좌수(座首) 金모가 축성을 감독하다가 괴질로 가족이 몰사하고 관리 정문창(鄭文昌)이 비석을 자가 문전에 옮겼다가 재진(災殄)이 일어나자 곧 옛자리에 도로 옮겨놓았다. 그러나 옛자리와 비석은 오래되어 찾지 못하고 알 수가 없다.
숙종 기축(1709년)에 후손 만양(萬陽), 규양(葵陽) 양선생이 설단하기로 시창(始倡)하였다. 후손 석현(碩玄)등이 순상 홍만조(洪萬朝)에게 진정을 하였고 경종 임인(1722년)에 후손 세복(世復)등이 순상 유명응(兪命凝)에게 또 진정 하여 승인을 얻어 성문 밖에 설단하고 일년에 한번씩 제례를 지내다가 당시 임금(영조) 임술(1742년)에 읍성을 타처로 옮기게 되자 옛터에 다시 설단하고 단앞에 비석을 세웠다.
● 墓壇齋重建記 [TOP]
吾鄭之得貫迎日自知奏事先生始子孫世居焉則宜世葬之不出迎日界中世雖徙永川至十世孫圃隱先生猶往來烏川則必無丘墓不守之理而始祖下七八代墳塋皆莫之傳心竊疑焉及讀權陽村興海城門樓記見其麗末國初倭寇數侵邊東南濱海之地盡爲賊藪者不知幾十年然後是覺累世先墓之失以此而前日之疑釋也縣之官廳後有一大墳故老相傳鄭氏始祖墓或云鄭圃隱先壟堪輿家亦云鄭氏先墓自古稱蜈蚣形蚯蚓案而此墳政合焉又有謂墓道舊有飾設邑築城之時斲入而沒其跡傳說旣如彼各派家牒亦詳而邑居方興信蹟莫徵遠近後孫之齎咨飮恨久矣 肅廟己丑我塤篪兩先生率諸宗往搜累日終無由得其實乃曰今信傳說而發其端置疑似而全無事于人情何如也望墓爲壇古也獨不宜於今乎諸宗人咸曰諾遂占城內外地官與邑人俱不許遂申使臺至 景廟壬寅始得城南隅屛處築靈壝用十月上旬歲一祭焉祭之具收諸京鄕諸宗分屬諸宗之在永慶興延四邑者各置田輸設後延海溢歲屢儉城內疾戾夭札不絶衙中又有怪夢異灾甚至縣宰或病或死闔境大驚騷 英廟壬戌移邑於舊治東十理許於是我先君子屢會永慶興諸宗人議遂修城內大墳新壇其旁仍種松四獸地募人以禁養辛未又立碑壇上欲置齋舍而邑舊墟盡爲公田無隙地可占適文忠公十一世孫纘述氏知統閫劃別會米稻數十斛以助之其貲買浦田如其數以易之翌年齋舍乃成募守者餘地歲收稅充齋舍用甲申大水浦田幾廢官推本田故五六年間需用極難而齋舍又將頹矣族弟一鉍一
等與諸邑同宗力請于縣宰換納水田五斗地成置永易鐵案寔己丑冬也其後一鉍等又聞需用餘財滲漏無屬與本邑諸宗人議收得穀錢用子母法又添歲收地稅鳩材瓦治齋舍始於甲辰七月訖於乙巳四月舍凡十九間房六間廳如之容歲祭時齋員餘以處守者廚庫廐與焉且建閣以庇碑凡鳩材區劃實一鉍等之力至於壇舍規模董役敦事一 及堉復隱終始之其前後役夫則惟李侯星震是賴云一
旣了事歸語余曰玆事不可無記遂忘其僭猥而錄其巴鼻如右
上之十年亦馬仲夏上浣 二十一世孫 一 鑽 謹記
● 묘단재중건기
우리 鄭씨는 관향(貫鄕)이 영일이니, 지주사(知奏事) 선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손들이 대대로 살아왔으며 마땅히 선대의 묘소도 영일 경내(境內)에 있었을 것이다.
비록 중간에 영천으로 이사하였더라도 10세손 포은선생(圃隱先生)께서 오천(烏川)에 왕래하시면서 선대묘소를 수호하지 않으셨을 리가 없었을 일인데도 불구하고 시조공으로부터 7, 8대의 묘소가 전하지 못하니 마음속으로 매우 궁금하게 여겨왔더니 마침 권양촌(權陽村)의 흥해문루(興海門樓) 기문을 읽고 고려말과 조선초에 왜구(倭寇)들이 동해지방을 여러번 침략하여 그 지방이 적진속에서 살아온지 몇 10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 사실을 알게되어 비로소 누대(累代)를 실묘(失墓)하게 된 연유를 깨달아 그 전일의 의심이 풀리게 되었다.
현의 관청뒤에 큰 분묘가 하나 있는데 노인들이 서로 정씨 시조의 묘라고 전하고, 어떤사람은 정포은선생의 선대묘라고 하며, 풍수가 또한 말하기를 정씨 선대묘는 오공형(蜈蚣形)에 구인안(蚯蚓案) 즉, 지네 형국에 토룡(土龍)을 안(案)했다고 말하니 이 분묘가 구전하는 말과 풍수가의 말이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이다. 또 묘소에 석물이 있었는데 읍을 설치하고 성을 쌓을 때 석물을 깨뜨려 성 속에 넣어버려 그 흔적이 없어졌다고 한다.
전설이 이와같고, 각파의 가첩에 또한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읍 자리를 정해버려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가 없으니 원근의 우리 자손들이 탄식하고 애석하게 여긴지 오래전 부터이다.
숙종 기축(1709년)에 우리 훈수 지수(塤叟篪叟)두 선생께서 여러 종친을 거느리고 현지에 가시어 여러날을 탐사하였으나 끝내 아무런 확증을 못잡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전설을 진실이라 믿고, 그것을 발단으로 하여 모든 의심을 버리고, 전연 아무일 없었던 것으로 하는데 인정상 어찌하겠는가? 조상의 묘를 잃으면 단소(壇所)를 마련하는 것은 옛날부터 있어온 일이니 어찌 지금이라고 못할 리 있겠느냐.”하시자 종친들이 모두 그렇게 하자고 하였으므로 드디어 성읍(城邑) 안팎의 토지를 점유 하기로 하였는데, 관과 읍인이 모두 허락하지 않았다.
할 수없이 순찰사(巡察使)에게 진정한 결과 협조를 얻게 되어 경종 임인(1722년)에 비로소 성의 남쪽 구석 조용한 곳에 영(靈)이 깃드실 묘단을 쌓고, 해마다 10월상순에 한번씩 제사를 올리도록 했다. 제사에 필요한 모든 물품은 경향각지의 여러 종문(宗門)으로 부터 거두었으며 또 영천, 경주, 흥해, 영일 4개읍에 거주하는 종인이 돌아가면서 묘사를 차리도록 했다.
그후 해일(海溢)이 있어 몇해동안 흉년이 들고, 성내에 질병이 유행하여 젊은 사람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또한 관청에 이상한 꿈과 괴이한 재앙이 있었으며 심지어 현령(縣令)중에 어떤 사람은 병들고 어떤 사람은 죽어 나가기도 하여 이 지방 경내가 크게 놀라고 소요가 일어났다.
영조 임술(1742년)에 읍을 옛자리로부터 동쪽 10리쯤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이때 나의 선군자(先君子)<梅山 휘 重器>께서 여러번 영천, 경주, 흥해의 종인들과 의논하여 마침내 성내에 큰 묘소와 묘단을 새로이 단장하고 그 곁에 소나무와 사신(四神)의 석상(石像)을 세웠으며 사람을 모아서 소와 말의 방목을 금지토록 하였다.
또한 신미(1751년)에 묘단위에 비를 세우고 재사를 세우고자 하였으나 읍 옛땅이 모두가 공전(공유지)이라서 틈만한 땅도 점용할 수가 없었는데 마침 문충공 11세손 찬술(纘述)씨가 통제사를 잘 알기 때문에 각 문중 별로 쌀 수십섬을 모아 문사(門事)를 돕도록 하였던 바, 그 자금으로 浦田(포전:냇가에 있는 밭)을 매입하여 공전과 같은 평수로 교환할 수 있었다.
그 다음해에 마침내 재사가 이루어졌고 재사관리인을 두게 되었다.
나머지 땅에는 해마다 세를 받아 재사의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게 하였다.
갑신(1764년)에 큰 홍수가 있어 포전이 거의 떠내려 가버려 관에서 원래의 공전을 되돌려 받고자 했는데, 5, 6년간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도 지극히 어려운 가운데 재사 또한 장차 허물어질 상태였다.
이에 족제(族弟) 일필(一鉍), 일관(一 )등이 지방의 종친들과 더불어 현령에게 간청하여 수리 안전답 오두지(五斗地)(일두지200～300평 정도임)를 추가로 납입하고 영원히 변치못할 철안(鐵案)으로 바꾸어 놓았으니 이것이 기축(1769년) 겨울이었다.
그 후 일필 등이 재사에 쓰고 남은 재물이 유출되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영일의 모든 종인과 더불어 의논하여 거두어드린 곡식과 돈을 이자(子母法)를 놓고 또 해마다 지세를 받은 것을 첨가한 돈으로 목재와 기와를 구입하여 갑진(1784년) 7월부터 재사를 짓기 시작하여 을사(1785년) 4월에 마치니 재사는 모두 19칸인데 방이 6칸이며 대청도 이와 비슷하니 세제(歲祭)때 재원(齋員)들이 거처할 만하다. 나머지 부속사는 재사를 수호하는 사람에게 부엌과 창고, 마구로 쓰도록 허락해 주었다. 또 비각을 세워 비를 보호하게 하였는데 목재를 모아 일을 도모한 것은 실로 일필등의 힘이었다.
단재(壇齋)를 규모 있도록 일을 주선한 것은 일관과 육(堉)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바쁘게 드나들며 걱정했던 덕분이요, 그리고 일하는 동안 인부를 사역한 것은 오직 이군수(李郡守) 성진(星震)의 힘이었다고 하겠다.
일관이 이미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이번 일은 가히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고 하기에 드디어 참담하고 외람됨을 잊고 그 전말을 위와 같이 기록하는 바이다.
현 임금(정조) 병오(1786년) 5월 상순에 21세손 일찬은 삼가 기록하다.
● 烏川書院兩先生合享祝文 [TOP]
張 顯 光
地極東維聚精儲淑應生前後碩人名族忠炳靑史隔世起敬道範來學人識彛性况忝桑梓寔切欽思頃立各廟事不便宜今始奉合神道攸安式祀無疆山夷海乾
● 오천서원양선생합향축문(오천서원에 형양공 문충공 양선생을 함께 봉안하여 제사 때 올린 축문)
장 현 광
해동(海東)으로 뻗어내린 반도(半島)의 동남쪽 한 모퉁이에 정기를 모으고 청정(淸淨)을 쌓았다가 크신 인물 전후하여 이 땅에 내셨으니 한 분은 형양공, 또 한분은 포은선생, 크고 장하신 두 어른 나라에 충성하셨으니 청사에 길이 빛나시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세상도 변했으나, 오늘의 후학들 경모(敬慕)의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끼치신 인륜(人倫)의 도리는 배우는 이들의 모범이 되어 마땅히 길러야 할 성품(性品)이 무엇인가를 비로소 알게 하시나이다. 하물며 이 상자(桑梓)의 고향 땅에 모시게 되니 참으로 흠모의 마음이 더욱 간절합니다.
저 먼저 각각 사우(祠宇)를 창수(創修)하여 모시니 사세가 편의(便宜) 하지 못하였나이다.
오늘 두 어른을 합향(合享)하오니 아무쪼록 신도(神道)가 평안하옵소서.
숭모(崇慕)의 향사 앞으로도 영원히 산이 닳고 바다가 마르도록 이어지오리다.
● 齋舍追慕詩 (재사추모시) [TOP]
滎陽公廟配文忠 형양공의 廟宇에 文忠公을 配享하니
名祖賢孫德業承 名祖와 賢孫이 德業을 이었네
節義如山人共仰 節義는 泰山같아 사람마다 우러러
丘陵埋草世難憑 陵墓를 드린지 歲月이 오래되네
虛壇望祭微誠激 壇所에 望祭하니 微誠이 일어나고
靈宇來瞻感淚增 靈宇에 瞻拜하니 感淚가 더하더라.
獨上寒齋怊悵久 홀로 寒齋에 오르니 초창함이 끝이 없고
千秋海月照心凝 千秋의 바다 달이 마음에 비치어 엉키네
後孫 梯
● 又 (우) [TOP]
烏川之鄭此權輿 烏川 우리鄭氏 여기 비로소 기운 어리니
鼻祖當年積德餘 始祖 當年에 積德한 餘蔭이 더라
華表歸來疑弱喪 길을 물어 찾아오니 故鄕 떠난 사람같고
梓鄕指點摠前居 故鄕을 돌아보니 다 옛 祖上 살던 터라
雲生大洞滄桑改 大洞에 구름이 솟으니 桑田 碧海 바뀌었고
草蕪長田宅里虛 長田에 풀이 묵으니 마을이 비었더라
最是雲仍無限痛 가장 우리 子孫 無限이 哀惜함은
荒原埋沒壙南書 荒原에 묻힌 墓誌 찾을 길이 없네
後孫 梯
● 又 (우) [TOP]
吾家鼻祖杖孤忠 우리 始祖 높으신 忠節에
况復賢孫有圃翁 또 다시 賢孫에 圃隱先生 나셨네
荒野好花零落久 荒野 好花의 石竹詩 읊은지 이미 오랜데
忽然今夜又春風 忽然히 오늘 밤에 또 봄바람 부네
後孫 府尹 榦
● 齋舍重修韻 (재사중수운) [TOP]
甲辰八月十日齋舍重建于壇碑右 南邊次舍弟一 齋舍重修韻
(甲辰(1784) 8월10일에 齋舍를 壇碑의 右南邊에 重建한 後에 舍弟 일관의 齋舍重修韻에 次詠함)
丘壟累世海之東 先壟을 바다 東쪽에 드린지 몇해나 되었는가
齋舍重修告訖功 齋舍를 重修하여 이제 그 일을 마쳤노라
墓道千年城郭裡 封墓는 千年의 城郭안에 드리고
壇碑百代虎龍中 壇碑는 百代로 靑龍 白虎 가운데 세웠더라
構材謀劃諸宗力 材物을 모아 謨劃한 것은 諸宗의 힘이요
彈竭深誠卽汝躬 精誠 다한 것은 곧 너가 아닌가
香火履霜省掃地 每年10월 壇所에 香火를 드리며
願言敦睦襲餘風 敦睦의 遺風을 承襲하기를 원하노라
後孫 一欽
● 齋舍重修韻 (재사중수운) [TOP]
丙辰仲春因壇所變怪來謁先墓 敬次三從叔處士公齋舍重修韻
(丙辰(1796) 仲春에 壇所에 變怪로 因하여 와서 先墓를 拜謁하고 三從叔處士公(일관)의 齋舍重修韻에 敬次함)
先祖遺芳襲海東 우리 先祖의 遺芳은 海東에 뻗치니
維持名敎孰非功 名敎를 이어 옴이 다 功이로다
一杯土屹滄桑後 世上은 桑海로 變하여도 묘소는 우뚝하고
三尺碑存竹樹中 三尺의 壇碑는 竹樹 가운데 서 있노라
霜露履時多感恨 霜露가 내리는 때가 오면 感懷가 많고
堂齋搆處想勞躬 齋舍를 세우는데 勞苦가 많았음이 상상되노라
諸派自是同源水 諸派의 子孫이 다 한 根源의 물과 같으니
莫墜吾門友睦風 우리 門中에 友愛와 和睦의 遺風을 버리지 말아라
三從姪 夏源
● 南城世德頌 (남성세덕송) [TOP]
이 南城齋(남성재)는 迎日鄭氏 始祖 滎陽先生(형양선생)의 墓壇下齋宿之所(묘단하재숙소)로서 全宗族(전종족)의 象徵的(상징적)인 宗堂(종당)입니다. 始祖의 諱는 襲明(습명)이요 字는 未傳(미전)이며, 號는 東河이나 世上에서는 滎陽先生(형양선생)이라 불리어옵니다. 性稟(성품)은 强直(강직)하고 快活했으며 智仁勇(지인용)을 兼備(겸비)했던 世間의 偉人으로 睿宗(예종), 仁宗, 毅宗(의종) 三王朝(삼왕조)의 重臣으로서 文名(문명)과 功德(공덕)이 높았던 名賢이었습니다. 일찍 鄕貢文科(향공문과)에 及第(급제)하시고 少年時節에 지었던 名詩 石竹花로 因하여 王命으로서 玉堂에 補했다가 西京都事(서경도사)를 歷任하고 仁宗元年에는 王命을 받들고 다시 西京으로 나가서 八十間에 이르는 巨刹(거찰)을 創建(창건)하고 그 翌年(익년)에는 郡卒數千(군졸수천)을 徵發(징발)해서 西海島에 運河를 파기도 했습니다. 그 翌年에는 妖僧(요승) 妙淸(묘청)이 西京에서 反亂을 일으키자 先生은 水軍 四千 六百餘名과 戰船(전선) 四百餘隻(사백여척)을 이끌고 敵의 進路를 封鎖하여 戰勢(전세)를 逆戰(역전)시킴으로서 文武를 兼全(겸전)했던 先生의 名聲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平亂(평란) 후에는 國子監司業(국자감사업) 兼 中書門下省起居注(중서문하성기거주) 및 知制誥(지제고)를 拜命(배명)해서 王政을 도우며 金富軾과 같이 三國史記의 編修(편수)를 主幹하여 東國鼎立(동국정립)千年史를 밝혔고 그 後에는 時幣十條目(시폐십조목)을 上奏(상주)하여 기어코 그를 施行시킴으로서 紊亂(문란)했던 國政을 바로 잡히게 되었습니다. 그 後에는 禮部侍郞(예부시랑) 兼 太子師傅(태자사부)가 되어서 愚鈍(우둔)한 太子를 깨우치게 하였더니 그 父王 仁宗은 先生을 唯一한 將來의 輔弼者(보필자)로 指目하여 臨終時(임종시)에는 特別顧託(특별고탁)으로서 新王朝(신왕조)의 輔政(보정)을 依賴(의뢰)하였습니다. 因하여 先生은 承宣(승선)을 거쳐서 樞密院(추밀원)知奏事(지주사)가 되어 新王(신왕) 毅宗(의종)을 輔弼(보필)해서 그 愚昧(우매)했던 王을 太平盛代(태평성대)의 文好王으로 불리어지게 하는 등으로 王道政治의 極致를 이루어서 高麗文化의 絶頂期(절정기)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不幸하게도 先生을 猜忌(시기)하던 奸臣(간신)들의 誣告(무고)를 입고 또한 왕의 뜻을 짐작하여 1151年 3月 21日에 약을 마시고 世上을 떠났습니다.
後 子孫들은 永川으로 옮겨가서 世傳(세전)하며 八派로 分派되었으니 一派는 東方理學之祖(동방이학지조) 圃隱先生 家門이요, 二派는 靈山(영산) 儒學敎導(유학교도)였던 生員公(생원공) 文裔(문예)의 家門이요, 三派는 文繼公(문계공)의 後이며, 四派는 文孫公(문손공)의 後입니다. 五派는 左軍司正公(좌군사정공) 文備(문비)의 家門이요, 六派는 正郞公(정랑공) 文彧後(문욱후)이며, 七派는 竹山 萬戶公(만호공) 亨之後(형지후)요, 八派는 義禁府(의금부) 都事公(도사공) 希孫後(희손후)입니다.
家乘(가승)의 世傳(세전)에 對해서는 明宗(명종) 癸丑年에 慶尙左道 (경상북도) 兵馬節度使(병마절도사)였던 一派의 林軒公(임헌공)世弼(세필)에 依해서 創刊되었으나 壬辰倭亂(임진왜란)으로 因하여 傳授된 文稿(문고)가 없고 八派 都事公(도사공)의 世系詩(세계시)만 傳해 오다가 仁祖 己丑年에 五派의 鳳林大君(봉림대군) 師傅(사부)였던 雙峯公(쌍봉공) 克後(극후)의 執筆(집필)로 二派의 暘溪公(양계공) 好仁이 時任(시임) 晋州牧使(진주목사)로서 刊行한 世譜가 源派錄(원파록)으로 世傳(세전)하면서 英祖(영조)甲午年(갑오년)에 再刊되었고, 高宗 乙丑年에 續譜(속보)가 나왔다가 1981年)에 現行本이 刊行되어서 行于世(행우세)하고 있습니다. 榮枯盛衰(영고성쇠)의 激浪(격랑)을 헤쳐가며 줄기차게 이어진 家門의 世德(세덕)은 萬古忠節(만고충절) 圃隱先生의 뒤를 이어 國家 有事時마다 忠臣과 烈士가 代를 이어서 家門의 名譽(명예)를 빛내었습니다. 始祖의 墓所(묘소)는 그 後 滄桑(창상)이 구비치는 渦中(와중)에서 失傳(실전)하여 英祖 朝에 永川의 塤○○(훈지수) 兄弟분이 設壇(설단)을 擧論(거론)하여 五懷公(오회공) 碩玄(석현)과 晩隱公(만은공) 世復(세복) 等이 積極(적극) 推進(추진)해서 南城에 있던 迎日縣官衙 (영일현관아)를 撤去(철거)시키고 그 자리에 設壇(설단)해서 壇下(단하)에는 南城齋(남성재)를 지어 全國 宗親들이 每年 雙十節에 來會하여 香火를 받들며 山下에 數萬坪(수만평)의 位土를 購入해서 墓壇(묘단)을 守護하고 있습니다.
墓壇(묘단)의 主脈(주맥)은 慶州 東垈山(동대산)의 曼瑚峯(만호봉)에서 東走(동주)한 雲梯山(운제산)이요, 太白이 日月을 거쳐 八角一枝(팔각일지)가 千里에 南走(남주)하여 北弟山(북제산)과 對岸(대안)한 南兄山(남형산)이 靑龍이며 皇龍山(황룡산)에서 力降(역강)한 陣田山(진전산)이 白虎입니다. 案은 人花峯(인화봉)으로 壇所(단소)는 蜈蚣穴(오공혈)이요 人花峯(인화봉)은 ○蚓穴(구인혈)로서 해마다 秋夕날이면 이 地方 士女들의 償月登峯(상월등봉)으로 因하여 人花(인화) 滿山(만산)이라 東國八名山 (동국팔명산)의 第一 名山으로 傳해옵니다. 姓孫(성손)들은 바야흐로 時流의 世俗에 맞춰서 齋長(재장)과 有司(유사)로서 處理하던 齋業務(재업무)를 大宗會로 改編하고 1994年부터 享祀(향사)를 每年 봄철로 옮겨서 陽曆 四月 첫째 日曜日로 改定하여 當日 正午時에 行祀(행사)하고 仁義之道(인의지도)와 忠孝之節을 世承家訓 (세승가훈)으로 삼으며 全國宗親(전국종친)들이 渾然一體(혼연일체)가 되어서 先祖의 遺業(유업)을 이어 갑니다.
1994년 4월 3일
始祖滎陽先生 二十八世孫 喜 永 謹記
● 出典, 參考, 引用 文獻 [TOP]
1. 파한집(破閑集) : 고려시대 雙明齋 李仁老(상명재 이인로 : 의종 6년 1152년～고종 7년 1220년)가 쓴 시화집(詩話集)으로 우리나라 시화의 원류이며 한시학개론의 효시이다. 3권1책으로 명유와 학자들의 시문이 인멸될 것을 슬퍼하여 1260년 저자의 아들 李世黃(이세황)이 엮어 간행
2. 고려사(高麗史) : 근세조선 세종때 우찬성 김종서(金宗瑞), 이조판서 정인지(鄭麟趾), 호조판서 이선제(李先齊) 및 집현전 부제학 정창손 (鄭昌孫)이 세종31년(1449년)에 시작하여 문종 원년(1451년) 8월에 이르러 3년만에 고려본사〈신개(申槩), 권제(權踶), 남수문(南秀文)등이편수〉를 개찬한 139권의 고려의 역사서로 삼국사기와 더불어 2대 정사의 하나이다.
3. 동문선(東文選) : 신라때부터 조선 숙종때까지의 시문을 모은책으로 시문의 총집(總集). 세조때 부터 시작되어 서거정(徐居正, 세종2년, 1420년～성종19년 1488년)을중심으로 여러 사람에 의하여 성종 9년(1478년)에 완성된 것으로 130권 4302편의 사(辭), 부(賦), 시(詩), 교서(敎書), 표(表)등 39종의 문체별로 집대성하여 배열하였다.
4. 청구풍아(靑丘風雅) : 조선 성종때 佔畢齋 金宗直 (점필재 김종직 : 1431～ 92년)이 삼국시대와 고려이래의 명시를 뽑아 비평과 주해를 붙인 한시집. 1책
5. 동국통감(東國通鑑) : 고조선 시대부터 고려말까지의 편년채(編年体) 역사서 56권 26책. 세조의 명으로 최항(崔恒), 양성지(梁誠之)등이 세조 9년(1463년)부터 편찬에 착수하여 성종 15년(1484년)에 徐居正이 완성한 역사서이다.
※ 세월이 흐르고 世代와 子孫이 먼 후대에 이른 뒤에라도 始祖 할아버지에 관한 일들을 알기 위하여 번거롭게 역사 기록을 더듬을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기존의 모든 서적을 종합하여 실기초(實紀抄)를 재편집 하였으나 오탈자, 착오가 있을 줄 압니다. 연락 주시면 즉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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