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序言 [TOP]
韓國에서 人名이라고 하면 여러 종류를 생각할 수 있으나 우선 제1감으로 떠오르는 것은 姓과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姓의 기원이나 변천에 대해서는 따로 논의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이름의 變遷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사람의 이름은 본래 固有 名詞이므로 그 지시하는 내용은 어느 특수한 개인으로 한정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름을 지을 때는 新造語와 같은 것이어서 有緣性(motivation)을 띠게 된다. 이 有緣性은 音韻論的, 形態論的, 意味論的인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 대체로는 짓는 사람의 어떤 念願이 반영되는 것이므로 意味論的 有緣性이 일차적으로 우리의 주목을 끌고 다음 形態論的 構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름을 짓는 데 나타나는 이 意味論的 特性은 각 시대마다의 경향이 있어 오랜 기간을 두고 보면 각 시대의 文化的인 특성이 어떤 층을 이루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층을 밝혀내면 우리 文化史의 중요한 특성을 밝히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자료가 부족한 上代의 國語史 硏究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 人名에 대한 硏究는 극히 초보적인 단계에 있고 史的으로 체계성 있게 연구한 것은 전연 없기 때문에 단시일 안에 이 방면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과 필자가 단편적으로 수집했던 자료들을 가지고 우리 이름의 변천사를 엮어 보는 시도를 하고자 한다.
Ⅱ. 固有語 이름 [TOP]
현재 한국 사람의 이름은 거의가 漢字語 構造로 되어 있고 극소수가 固有語 構造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밖에도 外來語式으로 된 이름이 역사의 변천 과정에서 간혹 등장하고 있다. 이 셋 가운데서 三國 時代부터 高麗 初까지는 固有語 이름이 절대적으로 우세하게 쓰였고 高麗 王朝로 들어오면서 상류층으로부터 漢字語 이름이 점차 적극적으로 보급되어 왔다. 이에 따라 먼저 固有語의 이름부터 살펴보고 다음으로 漢字語 이름의 보급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新羅의 始祖 이름인 '赫居世'가 고유어 이름임은 遺事에 밝혀져 있다. 이는 '弗矩內'라고도 표기하는데 '光明이 세상을 다스린다[光明理世]'는 뜻이라고 한다. 이로 보면 赫居世나 弗矩內는 '블그?'를 표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中世 國語의 '???'로 대응시킬 수 있다. 그러면 '밝은 존재' 또는 '밝은 분'의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遺事에선 그가 탄생할 때 "몸에서 빛이 나고 鳥獸가 모두 춤추며 天地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淸明해서 '赫居世'라고 했다."라고 했지만 이는 神話的인 것이고 이 이름은 후대인들이 시조를 추존해서 붙인 이름일 것이다. 이 이름에는 밝고 깨끗한 세상을 추구하는 당시인들의 소망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新羅의 제3대 儒理 尼師今과 제14대 儒禮 尼師今에 대해 史記에서는 그 이름이 같은 것이어서 어느 것이 옳은지 모른다고 하였다. 遺事에서는 제14대 儒禮 尼叱今을 世里智王이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世里'는 곧 '누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儒理와 儒禮는 '누리[世]'를 뜻하는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두 임금의 諱가 같다는 것은 新羅의 上古 시대에는 同名異人이 많아서 임금까지도 同名이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新羅의 제21대 炤知 麻立干은 史記와 遺事에 모두 나타나는데 照知 麻立干 또는 毗處 麻立干이라고도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炤, 照, 毗處가 서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이 모두 '빛'의 異表記임을 알 수 있다. 이 '빛'와 '누리'는 '赫居世王'의 '光明理世'와 뜻이 통하는 것으로 '밝은 세상'을 바라는 당시인들의 소망을 나타내는 것이고 후대의 王의 諡號에 쓰이는 '光'이나 '世'자와도 맥락이 닿는 것이다.
法興王 때의 순교자 異次頓도 固有語 이름임은 遺事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즉 이는 異次, 伊處로도 쓰이는데 이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 되고 여기에 語助辭(接尾辭) 觸, 頓, 道, 覩, 獨 등을 붙여서 ??, ?覩 등의 異表記가 나온다고 하였다. 異次, 伊處는 15세기의 '잋-[因]'에 대응하는 것으로 당시에는 ?의 뜻이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이름은 그의 字라고 한 점으로 보아 成人이 되어서 상당한 교양을 쌓은 다음에 지은 이름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厭世'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佛家의 思想에서 나왔을 것이다.
元曉 역시 우리말이니 당시인들이 이를 우리말 '始旦'이라 불렀다고 한다. '元'와 '始'는 우리말의 '비릇'으로 추정되고 '曉'와 '旦'은 일치되는 訓을 찾기 어렵지만, 우리의 固有語를 訓讀한 것이다. 이는 '부처님의 세상을 처음으로 빛낸다[初輝佛日]'는 뜻을 가진 것으로 佛家的인 소망을 담고 있는 이름이다. 이들 異次頓과 元曉와 같은 이름은 佛敎의 宗敎的 사상을 바탕에 깔고서 지어진 우리말 이름이다.
異斯夫는 丹陽 新羅 赤城碑에 '伊史夫智'로 표기되었다. 史記에서는 異斯夫를 苔宗이라고도 한다고 하였으니 異斯, 伊史를 苔에 대응시킬 수 있다. 이는 15세기 국어의 '잇'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끼의 뜻을 가진 이름이다. 居柒夫는 史記에서 荒宗이라고도 한다고 하였는데 昌寧 眞興王 碑에는 居七夫智로 표기되었다. 여기서 居柒, 居七, 荒의 대응으로 중세 국어의 '거츨-'의 뜻을 가진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將軍의 이름들은 자연에서 그 이름을 빌려 온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자연이 어떤 이유로 사람의 이름에 쓰였는지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우나, 이끼는 극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생명을 길이 보존하는 것이니 그와 같은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新羅 金 氏의 始祖는 閼智이다. 遺事에는 이 이름이 우리말의 小兒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金庾信의 누이인 寶姬의 小名은 阿海이고 文姬의 小名은 阿之이다. 이 小名도 小兒를 가리키는 말이 이름이 된 것이다. 高麗 時代에도 王女의 이름에 '阿志'가 있다. 光宗의 딸(高麗史 90.2)과 顯宗의 딸(高麗史 88.16)에 그런 이름이 보인다. 일반 서민의 이름에도 阿只女(瑞山文殊寺阿彌陀佛像發願文, 1346) 文阿只(婢)(海南尹氏家奴婢文書, 1354)와 같은 이름이 쓰였다. 朝鮮朝의 王室에서는 '아지'가 뜻이 변하여 유모를 가리키게도 되었지만, 女兒를 '아기씨'라고 불러 그것이 王女의 이름이 된 예가 있고 일반 서민의 이름에서도 '아기(阿只), 아지'와 같은 예는 흔히 있다.
遺事의 @福不言條에는 과부의 아들이 12살에 이르기까지 말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하여 '@童'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고 그 細註에 童자는 '卜, 巴, 伏' 등으로도 쓰이는데 모두 童子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사내아이를 '복'이라고 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그대로 인명이 되거나 여기에 수식을 더하여 人名으로 사용한 예가 많다. 우선 @福도 이 말에 '@/?얌'을 첨가하여 은유적으로 지은 이름이고, 유명한 張保?도 弓福, 弓巴 등으로 쓰인 것으로 보아 이에 속하는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삼국 시대까지 소급되는 것으로 永川菁堤碑丙辰銘(536년 추정)의 '只珍?伊'에서도 이 형태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이름은 高麗 末까지 유지되었으니,
今?(淨兜寺造塔形止記, 1031)
二男?只年十三改名秀海 三男巴只年一改名秀龍(驪州李氏丁酉年戶口單子, 1237)
壹男巴只年五改名元具(光山金氏金璉戶口單子, 1301)
壹男巴只年五節付......貳男巴只年肆節付參男巴只年參節付......
參男巴只年參節付肆男巴只年壹節付......肆男巴只改名安利年陸節付......五男巴只年壹節付(光山金氏金?戶口單子, 1333)
一男?只年九改名迪二男?只年八改名贊三男?只年七改名用幷只節付印(?只方言小兒之稱)(咸昌金氏丙子年戶口單子, 1336)
이들 戶口 單子들을 보면 小兒들을 일단 巴(?)只라고 불렀다가 빠르면 1살 때에 改名을 한 예가 있으나 5살 때도 改名을 하지 않은 예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상류층의 경우일 것이고 서민들의 경우는 장성할 때까지도 이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高句麗의 固有語 人名 가운데 그 語源을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
始祖 東明王의 이름은 朱蒙, 鄒牟, 鄒蒙 등으로 표기되었는데 이는 扶餘의 俗語로서 활을 잘 쏜다는 뜻이라고 한다. 제10대 山上王의 이름은 位宮이라고도 하였다. 이는 그 曾祖 大祖王의 이름 宮에 '位'자를 더한 것인데 位는 高句麗語에서 相似한 것을 뜻하는 말이라 한다. 즉 두 왕이 태어나면서 바로 눈을 뜨고 볼 수 있었던 것이 서로 비슷하여 大祖王의 이름에 位를 더한 것이니 이는 位宮이 固有語 이름임을 말하여 준다. 淵蓋蘇文은 日本書記 卷24에 伊梨柯須彌로 표기되었다. 伊梨(이리)는 高句麗語에서 샘[淵, 泉]을 뜻하는 것이어서 당시인들이 固有語 姓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蓋蘇도 蓋金으로 표기하여 蘇와 金이 대응하는 것을 보면 이것도 固有語 이름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로 보면 三國 時代 末期까지 高句麗에서는 支配層의 사람들도 固有語로 된 이름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百濟의 人名도 固有語로 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있으나 語源的인 意味를 알 수 있는 것은 드물다. 東城王의 이름은 遺事에 '牟大 一云 摩帝'라고 한 것이 있다. 이는 마[薯]의 뜻으로 볼 수 있는데 '摩帝'의 경우는 '머리'의 뜻으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新羅나 高句麗의 예로 보아 百濟에서도 그 末期까지 固有語 이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女性의 이름은 高麗 時代부터 上流層에서는 짓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三國 時代에는 상류층은 물론 일반 서민들의 여성도 이름을 가졌었던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史記와 遺事에 나타난 新羅의 王妃들의 이름을 몇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 王妃名은 초기에는 固有語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시대가 지나면서 外來的 要素가 나타나는데 摩耶 夫人(眞平王妃)은 佛敎的 영향이 있는 이름이다. 武烈王妃부터는 諡號가 있어 訓帝 夫人은 文明王后가 그 諡號이다. 이 王后는 金庾信의 妹로 원이름은 文熙(姬)였었고 어려서의 이름이 阿之였었음은 앞에서 언급했다. 聖德王后의 첫 王妃인 陪昭王后는 嚴貞이란 諡號가 따로 있고 後妃인 占勿王后는 炤德이란 諡號가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 陪昭와 占勿은 생존 시의 이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일반 여인들의 이름으로 들 수 있는 것은 眞興王 때 源花로 뽑힌 두 美女 南毛와 後貞이 있다. 遺事에도 德耆(洛山二大聖), 希明(盲兒得眠), 慶祖(大城孝二世父母) 등의 이름이 보이고 婢女의 이름으로 郁面이 있다. 이들 이름의 語源的 意味는 알 수 없으나 당시의 女人들이 자기의 이름들을 갖는 것이 원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甘山寺彌勒菩薩造像記(719)와 阿彌陀如來造像記(720)에는 다음과 같은 女人들의 이름이 나온다.
觀肖里(官肖里) 古巴里(古寶里)
古老里(古路里) 阿好里
首?買里
이들은 모두 上流層 女人들이다. 이들은 接尾辭 '里'를 가졌는데 이는 女人들에게 붙이는 것으로 글자 그대로 마을이란 뜻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그 어원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古巴里와 古老里이다. 古巴는 형용사 어간 '곱-[麗]'의 뜻이고 古老里는 중세 국어의 '골[美貌]'과 맥락이 닿을 듯하다.
高麗 후기로 오면 상류층의 女人들은 封號 이외에는 個人的인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戶口 單子들을 보면 여인들은 거의 召史로 기록하였다.
일례로 麗州李氏庚午年戶口單子(1270)에는
一女召史年七 二女召史年六
과 같이 되어 있다. 6, 7세의 小女 이름이 召史이다. 조선 시대에는 '조이'라고 하여 成人이 된 여인을 가리켰는데 高麗 時代에는 女人을 가리키는 보통 명사였다. 당시의 戶口 單子들을 조사해 보면 한 살 먹은 어린 아기에서부터 70살이 된 노인까지도 召史라고 기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 柳璥의 功臣錄券(1262, 一名 尙書都官貼)에는 婢女의 이름을 召史로 적고 있다. 이는 '阿只/아기'의 경우와 같이 女子[겨집]란 뜻의 보통 명사가 固有 名詞로 굳어진 것이다.
高麗 時代의 人名은 상류층에선 거의 漢字語 이름이고 일반 서민이나 奴婢의 이름에서 고유어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淨兜寺造塔形止記(1031)에는 僧俗을 합하여 100여 명 이상의 시주 인명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固有語 이름으로 고려해 볼 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이들은 남자들의 이름인데 그 語源은 불분명하다. 그 意味 構造가 漢字語로서는 어색하게 보이는 것이다. '?'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했고 '金'자는 아마도 訓讀字 '쇠'일 것으로 생각된다. '達/달'은 地名에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높다'의 뜻일 듯하다.
柳璥功臣錄券의 奴婢名에서 固有語 이름이 확인되는데 그 가운데 語源的 意味를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米加伊/?가히 加伊猪/가히돝
이는 婢의 이름으로 家畜에 비유하여 지은 이름이다. '가히[犬]'는 이 시대의 고유어 이름에 자주 쓰이어 14세기 자료에도
은@加伊/되가히(文殊寺阿彌陀佛像發願文, 1346)
毛叱犬/터릿가히, 火加伊/블가히(長谷寺藥師如來坐像腹藏絹布墨書, 1346)
와 같은 이름이 보인다. 이는 주인에게 개의 특성을 기리어 붙인 賤人(奴婢)의 이름으로 朝鮮朝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봉건 시대적인 이름이라 하겠다. 이 功臣錄券에는 여인의 이름으로
小斤伊/효?이가 나타나는데 이 이름도 위에 든 14세기의 자료에 3명이나 더 나타난다. 兒名이 어른의 이름으로 굳어진 것으로 사람의 외모를 형용한 이름이다.
奴의 이름에는 莫三/막삼(이) 仍次三/지즐삼(이) 夫等三/부들삼(이)가 나타나는데 松廣寺奴婢文書(1281)에도 奴의 이름으로 逸三/일삼(이) 巾三/건삼(이)가 있어 三자가 돌림자와 같이 쓰였음을 볼 수 있다. 이는 기원적으로는 동사 '삼다[爲]'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하여 '莫三'은 현대 국어의 '막내'와 같은 뜻이고 '仍次三'은 15세기의 '지즐다[仍]'의 뜻으로 보아 '(형에) 잇달아서 태어난 자'란 뜻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婢의 이름에도 쓰이어 이 錄券에 仍次伊/지즐이 仍次只/지즐기와 같은 이름이 나타난다. '夫等三'은 '부들로 만든 器物'에 그 어원적 의미가 있을 듯하다.
婢의 이름으로 '我連'이 있다. 고려 가요 滿殿春의 '올하 올하 아련 비올하'의 '아련'을 연상하게 하는 이름이다. 이 밖에 思才/?재 賜設/?셜(이),
古加/고가 于支加/우디가와 같이 고유어 이름으로 보이는 婢의 이름이 있으나 語源的 意味는 미상이다.
松廣寺奴婢文書에는 婢의 이름에 '古次左'가 나타난다. 이는 '古次/곶[花]'에 접미사 '左'가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 '左'는 柳璥功臣錄券에 나타난 '抄尙佐'란 이름의 '佐'와 맥락이 이어짐 직하다.
위에 든 文殊寺와 長谷寺의 두 佛像腹藏發願文에 나타난 고유어 이름을 살펴보기로 한다.
石伊/돌이 金珍伊/쇠돌이 石應伊/돌매 於乙@/얼돌
今金/금쇠 夫金/부쇠 凡金/범쇠 難金/난쇠 阻金/막쇠
이들은 돌[石]과 쇠[金]를 가진 이름이다. 돌이나 쇠와 같이 굳고 단단하여 命이 길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兒名으로 지은 것이 成人이 되어서도 그대로 쓰인 것이다. '毛知里/모디리'는 '모딜다[惡]'에서 온 이름이다. 역시 幼兒의 死亡率이 높던 시대에 惡鬼에 대하여 모질게 대응하여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일 것이다. '古邑伊/곱이'는 여인의 이름으로 '곱다[麗]'에서 온 것이다. 앞에 든 '古巴(寶)里'나 後百濟의 王 甄萱의 妾 '姑比'(高麗史 太祖 18年條)도 같은 語源으로 극히 이른 시기부터 쓰여 온 이름이다. '粉伊/분이,' '夫隱伊/분이'는 어원적으로는 漢字語에서 왔지만 이미 대중화되어 고유어와 같이 쓰이는 '분(粉)'에서 온 이름이다. '분(粉)'은 아름다워지고자 사용하는 것이므로 이 역시 미모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것이라고 하겠다. '沙佐只/살자기,' '乃斤乃/나근내'는 여인의 고운 동작을 나타내는 擬態語에서 온 것으로 생각된다. '萬欠伊/만흠이'는 '많다[多]'에서 온 이름으로 豊饒로운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졌을 것이다.
'今勿伊/그믈이,' '四月/사월(이)'는 出生한 때를 이름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今勿伊'는 '그믈다, 그믐'와 어원이 같은 것이다. '伏@장伊/복쟝이'는 남자의 이름으로 '가슴이 나온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외모적 특징을 이름으로 삼은 것에 '朴見都只/朴&볼도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의태어 '볼독'과 맥락을 지어 봄직한 것이지만 이 의태어가 문헌상 확인되지는 않으므로 단언하기가 어렵다. '月乙伏/?복'은 童子를 뜻하는 '伏(복)'을 '?[月]'로 수식한 것이다. '달과 같이 고운 소년'이란 뜻으로 지어졌을 것이다. 이 밖에도 固有語로 보이는 이름들이 더 있으나 그 語源的 意味가 파악되지 않으므로 앞으로의 연구 과제로 미룬다.
조선 왕조 550여 년 동안 고유어 이름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가를 구체적으로 연구한 업적은 없다. 다만 故 崔範勳 敎授가 借字 表記法 硏究의 一環으로 이 시대를 중심으로 고유어 이름을 분류한 것이 있으므로 여기에 추려서 소개하기로 한다.
1) 動物類
家畜類 - 江阿知/강아지, 揷士里/삽사리, 壽介/수캐, 松牙只/송아지, 道也之/도야지, 馬我之/망아지, 羅貴/나귀, 堂羅九/당나귀, 老塞/노새
野獸類 - 虎狼伊/호랑이, 態伊/곰이, @伊/굉이, 思審伊/사슴이, 汝古里/너고리, 汝禹/여우, 猿崇伊/원숭이, 起麟/기린, 一喜/일히, 擔比/담비
鳥類 - 富興伊/부헝이, 杜路未/두루미, 述伊/술이, 加馬貴/가마귀, 濟妃/제비, 吾里/오리, 國國鳥/국국새
魚類 - 北魚/북어, 宋士伊/송사리, ?魚/붕어, 三恥/삼치, 望東魚/망둥어, 禿古里/미꾸리
其他 - 南生伊/남생이, 頭巨丕/두거비, 巨福/거북이, 海三乭/해삼돌, 麥斗只/메뚜기, 方介/방개, 眞乃/지내, 辰得/진득이, 介九里/개구리, 伐伊/벌이, 知龍/지렁이, 仇音方/굼벙이, 祖甲/조갑이
2) 植物類
栗伊/밤이, 栗乭/밤톨이, 道吐里/도토리, 吾乙未/올미, 布斗又/포도, 待秋/대추, 古草/고추, 好卜/호박
3) 容貌類
顔色 - 甘勿伊/가믈이, 加音岩回/감바회, 巨墨伊/거묵이, 古邑金/곱쇠, 古邑丹伊/곱단이, 古邑禮/곱례, 立分伊/입분이, 於汝非/어엿비, 葉分/예뿐이, 伊分伊/이뿐이, 五木伊/오목이, 險尙/험상이, 納作/납작이, 同古里/동골이, 福述伊/복술이, 夢古里/몽고리, 蒙實/몽실이
身體 特徵 - 加馬/가마, 點伯伊/점백이, 目西非/눈서비, 甘直伊/감직이, 六孫/육손이, 所篤/바독이, 於稱/언챙이, 億朴伊/억박이, 甫乙德伊/볼떡이, 或不/혹불이, 者叱達/쟛달이, 足古萬/조꼬만이, 古孟伊/꼬맹이
4) 性格類
善好類 - 也音田/얌전이, 音全/음전이, 於眞/어진이, 獨獨伊/똑똑이, 着閑伊/착한이
慊惡類 - 毛叱伊/모질이, 於屯伊/어둔이, 毛乙洞伊/멀동이, 於里崇/어리숭이, 老娘伊/노랭이, 加八伊/더펄이, 未邑乭/밉돌이
5) 場所類
地名 - 加平介/가평개, 開城/개성, 江景華/강경화, 淸州釗/청주쇠, 昌寧女/창녕녜, 會寧女/회령녜
位置 - 舍郞伊/사랑이, 馬堂金/마당쇠, 夫億伊/부억이, 斗間伊/뒤간이, 內房女/안방녜, 新家岳只/새집 아기, 介川/개천이, 古乙目伊/골목이
6) 時間類 甫老音/보롬이, 半達/반달이, 晦音金/그믐쇠, 夜女/밤녜, 海都之/해도지, 端午介/단오개, 還甲/환갑이
7) 器具類
金屬類 - 方蔚伊/방울이, 古斗釗/고두쇠, 加外/가외, 壯乭/장돌이, 自勿乙金/자물쇠, 獨其金/독기쇠, 古長金/고장쇠
木製類 - 夢同伊/몽동이, 蒙置/몽치, 五叱獨伊/옷독이, 道里介/도리개, 彭伊/팽이, 之界/지게, 方望伊/방망이
藁製類 - 德石伊/덕석이, 奉泰其/봉태기, 邦石/방석이, @覓石/멱석이, 五章伊/오쟁이
石製類 - 梅石乙/맷돌이, 石乙公/돌공이, 雍己石乙/옹기돌이
기타 - 朴阿只/박아지, 梯其/제기, 博伊/박이, 貴介/귀개, 苦彭/고팽이
8) 岩石類
岩回/바회, 芳于/방우, 石乙孟伊/돌맹이, 突每/돌매, 石乙赤伊/돌젹이, 石乙武德/돌무덕, 石乙同伊/돌덩이
9) 祈願類 扶杜禮/붓두례, 付石乙伊/붓돌이, 竹支萬/죽지만, 古萬伊/고만이, 馬今伊/마금이, 於叱節/엇절이, 五竹/오죽이, 仁諸都/인제두, 羅時要/나시요, 設麻/설마, 攝攝伊/섭섭이, 西雲/서운이, 分通/분통이, 氏乭/씨돌이, 氏種伊/씨종이
10) 똥·불알類
介同/개똥이, 叱同加伊/똥개, 介夫里/개불이, 介助之/개조지, 釗同伊/쇠똥이, 釗弗/쇠불이, 馬同/말똥이, 末不伊/말불이, 同叱今伊/?금이, 方九/방구
11) 民俗類
彌力/미륵이, 彌力女/미륵녜, 士音伊/삼이, 朝王突/조왕돌, 點佛/점불이, 七星女/칠성녜, 國師童/국사동이
12)十干·數字·四季類
甲今/갑금이, 乙石乙/을돌이, 丙孫/병손이, 丁男/정남이, 戊吉/무길이, 己男/기남이, 庚男/경남이, 辛女/신녜, 壬女/임녜, 癸男/계남이, 一可/일가, 二更/이경이, 三加伊/삼개, 四介伊/사개, 百石乙/백돌이, 千吉/천길이, 萬加屎/만가히, 億加屎/억가히, 春金/춘금이, 夏節/하절이, 秋男/추남이, 冬至釗/동지쇠
이들 고유어 이름들은 奴婢들이나 下流層에서 사용된 이름이기 때문에 生活 주변의 事物에 비유하거나 奴婢들의 기능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따라서 삶의 멋이나 철학적인 깊이를 담은 이름들은 찾기 힘들다. 이는 三國 時代人들이 누리와 빛과 자연과 의지와 종교적 철학과 아름다움 등을 그 이름에 담고자 하였던 것에서 보면 퇴보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高級 文化에 바탕을 둔 이름은 漢字語 構造의 이름으로 交替되고 고유어 이름은 후대로 올수록 천대받는 이름으로 밀려났던 것이다.
Ⅲ. 漢字語 이름과 外來語 이름 [TOP]
우리나라에 漢字·漢文이 들어온 것은 紀元前 漢나라 때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漢字를 이용하여 이름을 짓기 시작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다. 史記에는 新羅의 第3代 王인 儒理尼師今 9년에 六部의 이름을 바꾸고 각 部마다 賜姓을 하였다고 하였다. 李·崔·孫·鄭·裵·?이 그것인데 이는 中國式 姓으로 이러한 姓을 사용하면 이름도 그에 따라 中國式으로 지음 직하지만 三國 時代에는 이 姓도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당시의 金石文을 보면 出身部의 이름이 쓰일 뿐 姓이 쓰인 예는 발견되지 않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史記에는 脫解尼師今에 대하여 그가 궤에 담겨 바다에 떠서 올 때, 까치[鵲]한 마리가 울면서 따라왔기 때문에 鵲자를 省劃하여 昔으로 姓을 삼고, 궤를 열고서 나왔기 때문에 脫解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이로 보면 姓과 이름이 모두 漢字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脫解를 吐解라고도 했던 것으로 보아 이는 후대인의 附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新羅에서 漢字語 이름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王의 諡號를 처음으로 올린 것이 法興王이니 그 이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眞興王의 이름은 ?麥(深麥)인데 그의 黃草嶺巡狩碑와 北漢山巡狩碑에는 眞興太王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王의 生時에 불렸던 이름으로 漢字語 이름인 것이다. 그 후 眞平王의 이름 白淨, 太宗武烈王의 春秋, 文武王의 法敏이 모두 漢字語 이름이고 三國 統一 후의 新羅 王의 이름도 모두 漢字語 이름으로 보아 큰 잘못이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王의 이름이 漢字語로 불렸지만 그 밖의 臣下들의 이름이 漢字語로 된 것은 훨씬 후의 일로 보인다. 眞興王巡狩碑의 王名이 漢字語인데 반하여 衆臣들의 이름은 모두 固有語로 되어 있다. 新羅 統一 후의 기록인 新羅華嚴寫經造成記(755년)의 人名들을 보아도 모두 姓의 기록이 빠져 있어 漢字語 이름이라고 단정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漢字語 이름을 쓰기 시작한 新羅人들은 僧侶들이었던 것으로 믿어진다. 黃草嶺眞興王巡狩碑에는 衆臣들의 이름이 고유어임에도 불구하고 隨駕沙門들의 이름은 法藏, 慧忍으로 漢字語이다. 法興王妃도 出家 후의 이름을 '法流'라고 하여 漢字語式 法名으로 바꾸었다. 우리는 慈藏, 義湘 등의 高僧뿐만 아니라 많은 佛家의 造成記에서 僧名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모두 漢字語로 된 法名이다. 이 法名은 佛家의 思想을 담은 것으로 이들이 漢字語 이름을 보급하는 데 一翼을 담당했던 것을 알 수 있다.
三國 時代 末期에 新羅의 王들이 漢字語 이름을 사용했거니와 金庾信과 같은 人名이 漢字語였던 것으로 보아 上流層에서는 漢字語 人名이 점진적으로 보급되어 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固有語 이름의 경우 異表記가 많이 나타나듯이 漢字語 이름의 表記에도 異表記가 나타난다. 甘山寺彌勒苦薩造像記(719)에는 發願者인 重阿飡 金志誠과 그의 아우 良誠의 이름이 나타난다. 이 이름이 한 해 뒤에 造成된 同寺阿彌陀如來造像記에서는 金志全과 梁誠으로 나타나 漢字語 이름의 경우에도 異表記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新羅 統一 후에는 漢字語 이름이 보급되어 新羅 皇福寺石塔舍利函銘(706)에는 金順元, 金興宗과 같은 이름이 보이고 聖德大王神鍾銘(771년)에는 官職名과 함께 金符환@, 金弼奧, 姚湍, 金體信, 金忠, 金如芿, 金一珍, 金張幹, 朴賓奈, 朴韓味, 朴負缶와 같은 人名이 보인다. 新羅의 王權이 강화되고 制度가 中國式으로 정비되어 가면서 支配層의 人名도 中國式으로 바뀌어 간 것을 말하여 주는 기록이다.
高句麗의 人名은 그 末期까지도 固有語 이름이 重臣의 이름에 쓰였음은 淵蓋蘇文의 경우에도 언급한 바 있다. 王의 이름으로 漢字語는 廣開土王의 이름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이름은 談德이라고 하였으나 廣開土王碑(414년)에는 "國강@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 29세에 登極하여 永樂太王이라고 號하였다."라고 하였다. 즉 永樂이 왕의 생존 시의 號이었음을 말하여 주는 것인데 이는 漢字語 이름이다. 이 이후의 王名인 巨連(璉)(長壽王), 羅雲(文咨王), 興安(安藏王), 寶迎(安原王), 平成(陽原王), 陽成(平成王), 元(一云 大元)(?陽王), 建武(榮留王) 등은 모두 漢字語 이름으로 보인다. 그러나 高句麗 末期까지 漢字語 이름은 重臣들간에도 크게 보급된 것 같지는 않다.
百濟는 聖王 이후의 王名이 漢字語인 것으로 보인다. 明?(聖王), 昌&(威德王), 季(惠王), 宣 또는 孝順(法王), 璋(武王)이 그것이다. 그러나 百濟 역시 그 末期까지 漢字語 이름은 널리 보급되지 못했음은 新羅, 高句麗와 같았을 것이다.
新羅가 三國을 통일하고 中國式 制度를 받아들여 漢字語 이름이 보급되어 갔지만 그 末期까지도 漢字語 이름이 크게 보급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이는 高麗 太祖 때의 人名들을 보아도 짐작되는 것이니 高麗의 開國 功臣인 洪儒, 裴玄慶, 申崇謙, 卜知謙 등도 본래는 姓이 없이 弘述, 白玉三(衫), 能山, 卜沙貴와 같은 이름을 쓰던 將軍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姓과 漢字語 이름을 갖게 된 것은 高麗 建國 후이다. 高麗史에서 太祖 때 활약하던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順式, 直良, 興宗, 珍景, 有文, 進慶, 元奉, 正近, 行順, 英式 등과 같이 姓이 없이 쓰인 것이 姓과 함께 쓰인 人名보다 우세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당시 將軍이나 城主 등으로 지배층에 속했던 사람들이다. 高麗의 官僚나 將軍들의 姓과 이름이 갖추어 기록된 것은 第2代 王인 惠宗 때부터이다. 그러나 惠宗과 定宗은 在位 年數가 적은 데 말미암을 수 있다고 보면 光宗朝 이후에 官僚들의 姓과 이름의 表記가 확고해졌다고 봄이 좋을 것 같다.
高麗의 官僚들의 姓名이 漢字語로 된 것은 事大나 慕華思想에 말미암은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것은 中國의 文化나 制度가 高麗의 國家 體制를 확립하고 王室과 朝廷의 권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므로, 이를 수용하는 방편의 하나로서 나왔던 것이다. 당시인들의 관념으로는 中國을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했으므로, 그 文化에 동참하는 것이 곧 세계 문화에 동참하는 것으로 믿었었다. 따라서 중국 문화에 동참하는 것은 部族 國家的인 좁은 세계를 뛰어 넘어, 크고 넓은 새로운 세계 문화와 유대를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대에 姓名이 漢字語式으로 되는 것은 비단 고려뿐만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큰 나라를 세웠던 국가들에 공통되는 것이었다. 成宗 때부터 顯宗 때까지 契丹이 外交 關係로 高麗에 보낸 사람들을 몇몇 들어 보면,蕭遜寧, 蕭述官, 蕭熟葛, 蕭凝, 蕭敵烈, 蕭恒德, 耶律迪烈, 耶律延貴, 耶律允, 耶律行平, 耶律世良, 李?, 李延弘, 李松茂, 韓杞, 韓?, 韓紹雍, 張幹忠, 劉績, 梁炳, 高正, 王美, 姚居信과 같이 모두 姓과 漢字語 이름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顯宗 때 高麗에 投化한 契丹人을 보면 馬兒, 保良, 王保, 可新, 要豆, 志甫, 公現, 猷兒, 只刺里와 같이 姓이 불분명할뿐더러 그들의 固有語 이름들로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契丹의 朝廷에서는 中國式 姓名을 쓰고 있지만 하급 관료나 백성들은 그들의 고유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말하여 주는 것이다.
女眞人들의 人名도 高麗史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이 金나라를 세우기 전까지 고려에 알려진 사람들의 이름을 몇몇 보이면 麻尸底, 毛逸羅, ?乙豆, 那沙, 萬豆, 尼骨伊, 諸毛, 尼亐弗, 阿次烏, 乙弗등과 같이 그들의 고유어로 되어 있다. 그러나 金나라가 세워진 후 高麗 仁宗 때에 온 使臣들의 이름을 보면 高伯淑, 高隨, 高成山, 高陳可, 烏至忠, 烏彦貞, 烏陵錫?, 耶律居瑾, 耶律寧, 蕭綬, 蕭隷, 完顔昺, 完顔宗禮, 完顔昇, 完顔思海, 張淮, 張浩, 趙興商, 趙洞, 司古德, 韓昉, 楊公孝, 劉?, 李鉅烈, 吳激등과 같다. 이 가운데는 金의 독특한 姓氏가 있으나 이름에 사용된 글자에 있어서는 宋, 契丹, 高麗의 漢字語 이름과 차이가 없다. 이 역시 大國을 세운 女眞人이 中國의 文化와 制度를 수용함으로써 王室과 朝廷의 권위를 세우는 방편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들 漢字語 이름은 世俗에 얽매여서 지어진 것은 아니다. 儒敎 思想이나 수준 높은 문화적 趣向에서 지어진 것으로 당시인들의 여러 생활 양상을 모두 반영하는 것이다.
이들 官僚들의 이름은 고유어 이름과는 달리 한 번 지어지면 그 表記가 정해진다. 고유어 이름은 부르는 것이 중요하고 文字 記錄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이름이라도 달리 기록할 수 있지만, 漢字語 이름은 官名으로서 등록이 되는 것이므로 임의로 고쳐서 표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려 시대의 漢字語 이름은 의외로 改名하는 예가 많았다. 武臣 政權의 崔忠獻의 初名은 '鸞'이고 崔怡의 初名은 瑀, 崔沆의 俗名은 萬全이었었는데 權座에 오르면서 바꾸었다. 崔 氏 武臣 政權을 무너뜨린 金仁俊도 후에 이름을 俊으로 바꾸었다. 이러한 改名은 이름에 어떤 권위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들어가 있다. 그러나 高麗 時代의 戶口單子를 보면 까닭을 알 수 없는 改名이 흔히 나타난다.
이들의 改名은 避諱에 말미암은 것으로만 생각되지는 않고, 이들 나름대로의 까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이 시대에 支配層에서 改名하는 경향이 강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朝鮮朝에 와서는 高麗 時代의 漢字語 이름에서 특별히 지적할 만큼 달라진 것은 없다. 漢字語 이름이 고유어 이름보다 더 널리 보급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避諱法이 보다 엄격하여 父子나 祖孫이 같은 글자를 사용하지는 않았던 것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漢字語 이름이 보급되어 갔다 하더라도 하류층에서는 固有語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고 姓氏가 없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하여 1910年 民籍簿를 작성할 때는 姓氏가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에 비하여 1.3배나 많았다고 한다. 民籍簿가 작성되어 모든 사람이 姓과 이름을 갖추게 되고 開化와 民主化가 진행되면서 固有語 이름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漢字語 이름으로 거의 통일되게 되었다. 이것은 戶籍의 姓名 記錄이 漢字로 획일화된 데도 까닭이 있지만 그보다도 固有語 이름을 썼던 하층민들의 身分이 上昇되어 사회적 평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固有語와 漢字語 이름 이외에 外來語로 된 이름을 사용한 것은 역사상 별로 많지 않다.
佛敎의 輸入에 따라서 三國 時代 新羅人의 이름에는 梵語的인 취향을 풍기는 이름이 나타난다. 眞興王 때의 花郞 斯多含과 眞平 王妃인 摩耶 夫人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름은 그 數가 적어서 후대에 附會한 표기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高麗 時代에 들어와서 契丹, 女眞과의 관계가 있었으나 그들의 言語가 우리의 人名에 어떤 영향을 주지는 못하었다. 당시 渤海人, 契丹人, 女眞人, 日本人들이 歸化한 경우가 있었으나 대개는 賜姓名을 하였으므로 곧 우리의 관습에 동화되었다.
蒙古와의 접촉이 우리의 人名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高麗가 元의 ?馬國이 되었으므로 王도 漢字 諱와 아울러 蒙古 諱를 갖게 되었다.
蒙古 출신의 王妃는 漢字語로 된 封號를 받기도 했지만 蒙古語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일례로 忠宣 王妃는 韓國 長公主라는 封號와 寶塔實憐 公主라는 蒙古語 이름을 가졌었다. 이에 따라 宮中 風俗에 蒙古의 영향이 크게 미쳤고, 公主의 私屬人과 함께 蒙古의 高級 官僚들의 出入이 잦았다. 또 몽고의 제도가 전국적으로 미쳐 몽고인들이 퍼져 있었으므로, 그 풍속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따라 蒙古語 借用語가 많이 유행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고려인으로서 蒙古語 이름을 사용한 사람은 확인하기가 힘들다. 다음은 蒙古語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고려에 벼슬한 이들을 高麗史에서 뽑아 본 것이다.
이들은 忠宣王 2年에 君으로 봉해진 이들이다. 忠肅王 9年에는 員外郎阿都刺, 11年에는 大匡安山君 察罕帖木兒, 後元年에는 海島에 流配된 韓不花란 이름이 보인다. 忠穆王 卽位年에는 前王의 嬖辛臣이었던 이로 귀양간 사람에 田頭乞不花란 이름이 보이고 元年에는 參理 벼슬을 제수받은 李蒙哥란 이름이 보인다. 至大年間(1308~1311)에 쓰여진 紺紙金字大方廣佛華嚴經行願品寫經跋文에는 三重大匡寧仁君 李也先不花란 發願人의 이름이 보인다. 이들의 出身이 고려인지 몽고인지 확인하진 못하였으나 고려의 조정에서 벼슬을 한 사람들이므로 일단 高麗人으로 생각해 봄 직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高麗의 官僚들은 거의가 漢字語 이름을 썼고 蒙古人으로 고려에 歸化한 사람들도 漢字語 이름으로 改名을 하였으므로 蒙古語 이름이 고려인들에게 크게 유행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朝鮮朝에 들어와서는 明·淸과의 접촉이 잦았으나 漢字 文化圈 안에서의 접촉이었으므로 우리의 이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實學 時代부터 알려진 天主敎가 信仰으로서 확립되고 그 신도가 늘어나자 기독교 聖人들의 이름이 信仰의 본명(세례명)으로 주어지게 되었다. 1839년에 순교한 사람들의 이름을 몇몇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괄호 속의 한국명).
男子: 리아오스딩(치운), 남다미앙(문화), 권베드루, 리요안(경삼), 박요안(명관), 뎡바오로
女子: 권발?라, 리아가다, 리마리아, 리더리사, 김막다릐나, 한발?라, 박안나, 김아가다, 박누시아, 박마리아, 김말다, 김로사, 김아그네스
남자들의 경우는 한국 이름이 따로 있어 본명과 함께 사용되지만 여자들의 경우는 한국 이름이 있으므로 이 본명이 주로 사용되었다. 개화기 이후 여성들의 이름이 사회적으로 공인된 후에도 이 본명(세례명)을 이름으로 삼는 이들이 나오게 되었다. 金活蘭 전 이화 여대 총장의 이름은 '헬렌(Hellen)'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이러한 예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것이다.
日帝 末期 우리 민족의 이름은 創氏改名이라는 큰 수난을 겪게 되었다. 이것은 1940년부터 1945년 해방 때까지 지속되었는데 전 인구의 8할 이상이 일본식 姓名으로 創氏改名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 이후 우리의 姓名을 되찾게 되어 이 정책이 우리의 이름에 미친 영향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여자의 경우에 '子'로 끝나는 이름이 많이 쓰인 것은 일본 이름의 영향이지만 요즈음에는 이 경향도 사라져 가고 있다.
해방 후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한글 전용 운동이 지속되어 오면서 근년에는 우리말 이름 짓기 운동이 있어 왔다. 이 영향으로 새로운 고유어 이름이 지어진 예들이 있으나 아직 그 造語的 기반을 얻지 못했고, 漢字語 이름이 가지고 있는 품위와 간결성 및 社會的 要因들로 인하여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