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정씨홈페이지 www.yuniljung.com (= www.연일정.com )
◐서문
나는 송강의 한글 작품에 매료되어 송강의 한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송강의 시조와 가사는 천년의 獨步라 할 수 있으리만큼 뛰어나다. 그런 그의 시적 재주와 흥취를 우리는 한글작품 뿐 아니라 한시 작품에서도 함께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비단 송강의 문학 뿐만 아니라 한국의 고전문학은 한문과 한글- 이 두가지 언어 체계로 이루어진 문학이다. 싫던 좋던 우리는 반드시 이 두 가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한쪽만을 중시한다면 그것은 한쪽을 잃어버린 절름발이에 불과하다. 종래의 국문학에서는 한문학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한 듯 하다. 그것은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엄청난 양의 민족의 고귀한 문화유산을 먼지가 되게 하는 길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 하였거늘 우리가 어찌 스스로, 우리의 미래에 있어 더 없이 소중한 아름다운 토양을 버릴 것인가. 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그 토양에서 다시 찬란한 열매와 꽃을 피워 내야한다. 뿌리를 잘라 내고 커다란 번영을 꿈꾸는 것은 자신의 몸을 자르고서 스스로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글은 되도록 원문 이해에 중점을 두고 번역하였다. 그것은 번역문을 어디까지나 원문으로 다가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시의 운치는 애초에 한글 번역이 불가능한 글이다. 독자들은 더 더욱 원문 중심으로 글을 읽어주시기 바란다. 또한 처음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지만 번역함에 있어 다양한 어조를 살리기 위해 송강의 한글작품과 용비어천가에서부터 김영랑, 윤동주에 이르기 까지 두루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이 글은 애초에 국역송강집이 없었다면 시작도 할 수 없었던 글이다. 초역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많은 시간 지극한 애정으로 가름침을 베풀어 주신 정경주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이 글은 결코 마무리를 짓지 못하였을 것이다. ─부끄러움으로 말문마저 막힌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이 글을 감히 세상에 보이는 것은 나의 욕심이거나 우둔함일지도 모른다. 나는 江湖諸賢의 꾸지람을 기다리며 나의 이 글이 세상에 죄가 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2000. 9. 9 金注秀 譯(주소] 부산시 동구 범일6동 1510-55번지)
◐01. 送辛君望宣慰使之行(신군망 선위사의 행을 보내다)
| 原本 | 풀이 |
| 作客天南歲欲頹 望鄕無日不登臺 前山向夕層陰結 古木逢秋病葉○ 關路此時分去住 塞垣何處獨徘徊 羈心正似霑霜菊 節過重陽苦未開 |
남쪽에 객이 되어 한해가 가려하니 대에 올라 고향을 아니 바란 날 없었네. 앞산은 저녁됨에 층층이 그늘지고 고목은 가을 되어 병든 잎 꺾이었네. 이제 관문 길에서 감과 머뭄을 나뉘나니 변방 어디메서 홀로 배회하려나. 객지 시름 정히 서리 맞은 국화 같나니 중양절 지났어도 괴로워 아니 피누-나 |
◐02. 西湖病中憶栗谷(서호의 병중에 율곡을 그리다)
| 原本 | 풀이 |
| 經旬一疾臥江干 天宇淸霜萬木殘 秋月逈添江水白 暮雲高幷玉峯寒 自然感舊頻揮涕 爲是懷人獨倚○ 霞鶩未應今古異 此來○得客心酸 |
병이 들어 열흘이나 강가에 누었더니 하늘의 맑은 서린 온갖 나무에 이울었네. 가을달 멀리 비쳐 강물은 희고 저녁 구름 높이 떠 쓸쓸이 玉峯과 어울렸네. 자연히 옛 감회에 자주 눈물 나나니 그리운 이 생각에 홀로 난간에 기대었네. 저녁놀과 따오기는 고금이 다르지 않은데 이 걸음은 스산한 마음만 얻었고야 |
[江干] 강가. 江畔. 干 물가 간.
[霞鶩] 落霞與孤鶩齊飛. 해질 무렵의 물가 풍경. 落霞는 낮게 뜬 저녁놀, 鶩은 따오기.
◐03. 次思菴韻(사암의 운에 차하다)
| 原本 | 풀이 |
| 身如病鶴未歸山 溪老松筠谷老蘭 漢水秋風愁裏度 楚雲鄕路夢中漫 人情閱盡頭全白 世味嘗來齒更寒 遠憶松江舊釣侶 月明搖櫓下前灘 |
이 몸은 병든 학되야 산엘 못가느니 시내엔 늙은 松竹이요, 골짝엔 늙은 蘭이라. 한강수의 가을 바람은 근심 속에 지나고 楚雲의 고향 길은 꿈속에서 흩어졌네. 人情이란 모두 겪어서 머리는 전부 희였고 세상맛 맛보면 이 다시 시려라. 먼 추억 松江에 낚시하던 옛 벗들... 밝은 달에 노저어 앞 여울로 내려가나니 |
[楚雲] 초나라 구름. 남방의 구름.
◐04. 原韻(원운을 붙이다)
| 原本 | 풀이 |
| 琴書顚倒下龍山 一棹蕭然倚木蘭 霞帶夕暉紅片片 雨增秋浪碧漫漫 江○葉悴騷人怨 水蓼花殘宿鷺寒 頭白又爲江漢客 滿衣霜露○危灘 |
琴書 지고 허둥지둥 용산을 내려가니 노 하나에 쓸쓸히 목란배에 기대었네. 놀은 저녁빛을 띠어 조각조각 붉고 갈물은 비 더하여 아실아실 푸르네라. 강리의 잎은 시들어 시인이 원망하겠고 수료화는 쇠잔하여 잠든 해오라기 춥겠구나. 머리 센 이 몸이 또한 江漢의 객이 되어 서리 이슬 옷 젖은채 겁한 여울을 거스르네 |
[騷人] 굴원이 離騷를 지었기 때문에 시인을 의미함.
[○] 천궁이리. 江○는 천궁이의 다 자란 것.
◐05. 客中述懷(객중 술회)
| 原本 | 풀이 |
| 吾將○矣幾時退 才與不才關不關 毁譽任人心亦定 安危付命淚方乾 隻溪峽裏乾坤大 萬竹林中日月閒 漁夫牧童相爾汝 幅巾藜杖且盤桓 |
나 장차 늙어가니 어느 때에 물려나려나, 재주야 있건 없건 관계치 않으리. 헐뜯거나 기리거나 사람들에게 맡겼으니 안위일랑 命에 부쳐 눈물도 말랐고나. 척계의 산협 속엔 천지는 넓고 萬竹의 숲 속에 日月은 한가하니 어부와 목동이 서로 너나들이 하며 폭건에 여장 깊고 오며가며 하여이다 |
[盤桓] 뜻을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양. 혹은 머뭇거려 멀리 떠나지 아니하는 모양.
[幅巾] 머리를 뒤로 싸 덮는, 비단으로 만든 頭巾. 隱士 등이 쓰는 것.
[藜杖] 명아주로 대로 만든 지팡이.
◐06. 西山漫成(서산에서 우연히 읊음)
| 原本 | 풀이 |
| 明時自許調元手 晩歲還爲賣炭翁 進退有時知有命 是非無適定無窮 膏○未備三年艾 飄泊難營十畝宮 惟是老來能事在 百杯傾盡百憂空 |
밝은 시대라 정승감 자부했더니 늙으막에 도리어 숯 파는 늙은이 되었네. 진퇴는 때가 있어 命 있음을 알겠고 시비는 맞음이 없으니 정녕 끝없이 이어지리. 고항에 병들어도 삼년 쑥 못 구하고 유랑생활에 열 이랑 집도 못 가추었나니 오직 늙어감에도 능사가 있어 백잔 술 모두 비워 백가지 근심을 잊고져 |
◐07. 新院山居寄示習齋(신원에 산거하며 습재에게 부치다)
| 原本 | 풀이 |
| 邇來門徑謝○荒 爲是輪○異洛陽 借問山中半日睡 何如陌上一生忙 墻根樹密身逃暑 石竇泉寒齒挾霜 時把桑麻話田父 不知西嶺已頹光 |
요사인 문 앞 길을 닦지도 않았나니 車馬 잦은 서울과 다르지야. 묻노니 산중의 반나절 잠이 일생이 길 위에서 바쁨과 어떠하뇨. 담 밑에 나무 짙어 더윌 피하고 돌움에 샘이 시려 이에 서리 낀듯. 이따금 농부의 농사 짓는 이야기에 서산에 이미 해 진 줄도 모르네라 |
[邇來] 요사이. 근래.
[謝○荒] 거친 길 호미매길 사양하다.
[桑麻] 뽕나무와 삼. 전하여 養蠶과 紡績. 田父는 농부.
[陌上塵] 거리의 먼지. 정착하지 아니하고 떠돌아다님의 비유.
◐08. 每憶松江舊業荒(매번 생각하니 송강의 옛 별장도 거칠었음을)
| 原本 | 풀이 |
| 鍛爐中散離山陽 消殘物外烟霞想 辦得人間卯酉忙 一歲九遷都夢寐 修門重入幾星霜 ○糧更適南州遠 宣政無由覲耿光 |
풀무장이 해중산도 산양을 떠났으리니 物外의 烟霞想 사라지고 인간의 벼슬사이에 바쁜네라. 일년에 아홉번 옮기던 일 모두 꿈이려니 修門에 거듭 들어간 적이 몇 해던고 ○糧 가지고서 다시금 南州로 멀리가나니 선정전의 성덕을 뵈올 길 없어라 |
[烟霞想] 노을과 안개에 대한 느낌 곧 산수를 사랑하는 마음. 은거하는 마음.
[星霜] 세월.
[耿光] 밝은 빛. 聖德의 형용.
[卯酉] 옛날 관인은 묘시에 입직하고 유시에 퇴근하였다.
[修門] 대궐을 이름.
[○糧] 장자 소요유 편에 ‘適百里者 宿○糧’이 있음. 먼 길을 가기위해 양식을 찌어서 준비함을 이름.
[稽中散] 晉나라 사람 해강이 中散大夫를 사직하고 山陽에 숨어 풀무장이를 하였음.
◐09. 冬至(동지)
| 原本 | 풀이 |
| 客裏又逢冬至日 閉門高臥○無人 年華忽忽那能駐 燈火悠悠自可親 草屋風霜淹土窟 玉○環○隔楓宸 羈心正似橫天斗 深夜光芒北照秦 |
객지에서 또 冬至를 맞아 문 닫고 누웠느니 고요히 사람 없고야. 세월은 홀홀히 가는데 어찌 멈추이리, 등불만 유유히 절로 친하여라. 초옥의 풍상으로 토굴에 잠겼느니 환패 울리던 옥 계단의 궁궐은 막혔네라. 나그네 마음이 정히 하늘에 비낀 별과 같아 깊은 밤 북쪽 서울로 비추이네 |
[光芒] 광선. 빛.
[高臥] 세속의 累을 벗어나서 마음 내키는 대로 삶.
[年華] 세월.
[楓宸] 제왕의 궁전. 옛날에 궁중에 단풍나무를 많이 심었으므로 이름.
[秦] 진나라 서울. 서울의 비유.
◐10. 望洋亭(망양정)
| 原本 | 풀이 |
| 驚濤擊石怒雷騰 餘沫吹人骨戰兢 ○却玉山飛片片 折來銀柱落層層 腥傳海雨魚龍鬪 光射扶桑日月升 行盡關東一千里 望洋亭上獨來登 |
놀란 물결 돌을 치니 성난 우레 튀겨나고 남은 포말 사람에게 불어 뼈가 부들부들. 玉山 깍아내어 조각조각 날리우고 銀柱 찍어내어 층층이 떨어지네. 비린내가 海雨에 전하니 魚龍이 싸우고 광채가 扶桑을 쏘니 日月이 오르네야. 關東의 일천리를 다 다니고 홀로 와서 망양정에 오-르나니 |
[扶桑] 동쪽 바다의 해 돋는 곳에 있다는 神木. 혹은 그곳.
[戰兢] 戰戰兢兢.
[騰] 치솟아 오름.
◐11. 次鎭川板上韻(진천 판상의 운에 차하다)
| 原本 | 풀이 |
| 身如倦馬苦難前 心似藏弧不復弦 金闕玉樓星象表 棘裏茅屋海雲邊 關河近臘催春信 草樹連村起夕烟 白髮漸多人已老 不知何日是歸年 |
몸은 치친 말과 같아 나아가기 어렵고도 괴롭고야 마음은 다시 줄 매어지지 않는 감쳐진 활인 듯. 금궐 옥루는 星象의 곁이고 가시울타리의 띳집은 海雲의 가이네. 관하엔 섣달 가까워 봄 소식을 재촉하고 초목 잇다은 촌락엔 저녁 연기 솟고야 백발이 점점 많아져 이미 늙었나니 어느 날이 돌아갈 해인지 모를레라 |
[星象] 별이 나타난 형상.
[金闕玉樓] 신선이 사는 곳.
◐12. 春雪(봄눈)
| 原本 | 풀이 |
| 春陰漠漠結重雲 片片隨風灑更飜 柳絮入簾疑有跡 梅花落地更無痕 瓦溝檜頂須臾事 漁戶江村一半昏 想得武珍山下屋 竹裏蕭瑟掩柴門 |
봄 그늘 아득아득 겹겹이 구름이 맺혔는데 (눈이) 조각조각 바람따라 뿌렷다 뒤집었다 버들가지 발에 들어 자취 있는듯 하더니 매화꽃 떨어질 땐 고쳐 흔적도 없고나. 기와골 화나무 꼭대기에 (눈이) 잠깐 새 일이더니 강촌의 고기집이 반이나 저물었네. 아마도 저 무진산 아래의 집은 소슬한 대 울타리에 사립문 닫았으리 |
◐13. 次梧陰示韻 二首(오음이 보여준 운에 차하다)
1.
| 原本 | 풀이 |
| 名利場中足是非 百憂叢裏○毛稀 何妨犀帶更韋帶 欲把朱衣換白衣 節序逢春懷杳杳 簾○到曉月依依 人間何事何人意 草綠江南歸未歸 |
名利를 찾는 곳엔 시비 가득하니 백가지 근심 모두 모여 귀밑머리 성글었네. 犀帶를 韋帶로 고친들 어떠하리, 朱衣를 白衣로 바꾸고도 싶거늘. 계절은 봄이 되야 회포 아득아득한데 발 드리운 창가엔 새벽 되어 달빛이 어슬어슬 하고나. 人間의 어느 일이 어찌 사람의 뜻이리. 풀 푸른 강남을 가려는지 못가려는지 |
[白衣] 無位無官의 사람.
[朱衣] 붉은 빛깔의 公服. 또는 붉은 옷을 입는 직위.
[犀帶] 무소 뿔로 장식한 허리띠.
[韋帶] 장식이 없는 평민용 가죽띠.
2.
| 原本 | 풀이 |
| 五十六年知已非 長安陌上故人稀 淸官寄信先揮手 酒客通名欲倒衣 小院草靑誰共踏 短○燈影許相依 春來不厭聞禽語 只恐啼鵑又喚歸 |
오십육년 知己도 이미 틀려가니 장안의 길 위엔 벗님네 드물고야. 淸官이 서신 하면 손 먼저 젖지만 酒客과 이름 통하면 옷도 거꾸로 입고져. 뜨락의 푸른 풀은 뉘와 함께 밟을꼬... 短○의 등잔불 그림자와 서로 의지 했나니 봄이 와서 새소리 듣는건 싫지 않지만 두견이 울면서 또 돌아가자 부르까 두렵고나 |
[短○] 짧은 燈○ 걸이.
[倒衣] 너무 반가워 옷도 거꾸로 입고 나간다는 뜻.
◐14. 寒食日待漏出城(한식날 물시계 소리 기다려 성을 벗어나다)
| 原本 | 풀이 |
| 卯年寒食雨淋淋 泥水街衢一膝深 崇禮門前待漏意 宣仁路上駐車心 池塘靑草何時歇 ○闔紅雲不可尋 惟是戀君心獨在 夜來歸夢華山陰 |
토끼해의 한식날 비가 주룩주룩 거리엔 흙탕물 한 무릎이나 깊었네요. 숭례문 앞에서 시간을 기다리고 선인로 위에서 수레를 멈추었지요. 池塘의 푸른 풀은 언제나 다하려는지 대궐의 붉은 구름은 찾지를 못하네요. 오로지 임 그리는 마음만 호젓이 남아 밤되면 꿈속 화산의 북쪽으로 돌아가지요 |
[○闔] 천상의 문. 전하여 대궐 문.
[山陰] 산 북쪽.(江陰은 강 남쪽).
◐15. 鷗浦漫興(구포의 흥치)
| 原本 | 풀이 |
| 槐花陌上繁蟬集 荷葉樓中小醉醒 高閣晩凉乘雨至 亂岑斜日隔雲明 年荒未可收妻子 世難那能卜此生 慙愧海天雙白鷺 滄波萬里去來輕 |
길 위 회화나무 꽃에 매미들 모여있고 연잎 우거진 樓에서 살짝 취했다 깼지요. 높은 누각에 저녁의 서늘한 기운 비 타고서 오는데 봉긋봉긋한 봉우리에 비낀 해는 구름에 가려서 밝지요. 흉년이라 처자도 거두지 못하거니 어려운 세상에 이 생을 어찌할까요. 부끄러이 바닷가에 한 쌍의 해오라기만 만리 창파를 가벼이 오가네요 |
◐16. 槐山○翠樓次韻示主人 三首(괴산 읍취루에 차운하여 주인에게 보이다)
1.
| 原本 | 풀이 |
| 何處仙遊集小亭 紫霞香霧蘂珠城 吹殘玉笛山花落 彈罷瑤琴嶺月生 萬古鳥忙須擧酒 群賢水逝合忘情 丹丘見說深如海 我欲移家隱姓名 |
어느 곳 신선들이 이 작은 정자에 모였던가 붉은 놀, 향그런 안개의 예주성에. 옥피리 불고나니 산꽃이 떨어지고 옥거문고 타고나니 재 위에 달이 솟네. 萬古에 새처럼 바빠서 모름지기 술을 드니 뭇 현자 물처럼 가 버리어 情을 잊을 듯. 듣기를 丹丘는 바다처럼 깊다하니 나는 이곳에 집을 옮겨 姓名을 숨기고져 |
[蘂珠城] 예주궁. 예궁. 도가에서 하늘에 있다는 신선이 사는 궁전. 향초가 무성한 궁전이라는 뜻.
[丹丘] 신선이 사는 곳. 밤도 낮같이 환하다 함.
2.
| 原本 | 풀이 |
| 好事當年○此亭 碧山如○對層城 千章古木軒前繞 三伏淸風枕上生 滿地○笞民少訟 半天歌吹客多情 由來得失槐安國 獨有人間飮者名 |
당시의 호사자 이 정자 지을 때에 푸른산을 그림처럼 層城에 대했네요. 천 장의 고목은 처마 앞을 둘렀고 삼복의 맑은 바람은 베개 위에 이네요. 온 뜰엔 이끼 솟고 백성엔 송사 적어 中天에 노래소리 객의 마음 살갑네요. 본디 부귀가 있고 없고는 괴안국의 꿈이려니 세상엔 유독 술꾼만 이름을 남기지요 |
[槐安國] 개미의 서울. 당나라 순우분이 자기 집 남쪽에 늙은 회화나무 밑에서 술에 취하여 잤는데 꿈에 대괴안국 남가군을 다스리어 20년간이나 부귀를 누리었다가 깨었다는 고사.
3.
| 原本 | 풀이 |
| 西遊憶上統軍亭 鴨綠江流繞塞城 千里勝筵空往跡 一時豪氣已殘生 關河有路頻驚夢 存歿無端更愴情 常愧惡詩磨不得 東○集裏舊聯名 |
서쪽에서 놀다 통군정에 올랐을적에 압록강은 흘러서 邊城을 둘렀더라. 천리 밖의 좋은 잔친 헛되이 지나간 자취려니 한 시절 豪氣는 이미 쇠잔하여라. 관하는 길이 있어 자주 꿈에 놀래지만 삶과 죽음은 무단이 다시금 슬프네라. 연마하지도 못한 졸시가 늘 부끄러워서 동사집 속의 옛 이름들을 들쳐보나니 |
[憶] 추억한다는 뜻.
[關河] 關門과 黃河. 서울 집을 상징.
[東○集] 皇華集. 중국 사신이 왔을 때 그들을 접대하며 지은 시문집.
◐17. 枕碧亭次亡兄韻(침벽정 망형의 운에 차하다)
| 原本 | 풀이 |
| 亡兄詩句壁間留 小弟今來淚○眸 千里海雲誰祭暮 一年寒食獨登樓 堤邊細柳垂垂綠 波上輕鷗點點浮 風景宛然人事改 醉生愁死定誰優 |
亡兄의 싯구가 벽간에 남았나니 아우 이제와 보고 눈물이 솟내라. 바닷구름 천리 밖 뉘라서 墓祭를 받들꼬 일년의 한식날 홀로 루에 오르니 둑가에 실버들은 츠른츠른 푸르고 물결 위 가벼운 갈매기는 점점이 떠있네. 풍경은 이처럼 완연한데 사람은 변하였으니 취해 삶과, 시름에 죽는 것 어느 것이 나을꼬 |
◐18. 贈漆江翁金判校彦○ 二首(칠강옹에게 주다. '김판교 언거')
1.
| 原本 | 풀이 |
| 少年豪氣○朋簪 萬事悠悠酒淺深 蓬館舊遊渾似夢 碧天明月奈如今 衡茅晝掩誰相問 篇翰時成獨自吟 憔悴一春經歲病 漆江烟雨若爲尋 |
젊을적 호기있게 벗들 모여서 萬事 유유히 맘껏 술 마셨지. 蓬萊館서 옛 놀던 일 꿈만 같아 푸른 하늘 밝은 달은 지금은 어떠한고. 대낮에도 사립문 닫았나니 누구에게 물을까 이따금 시 지으면 혼자서 읊노라. 봄 되어 오랜 병 더욱 초췌하니 칠강의 안개비에 어찌 찾으려나 |
[若爲] 如何. 어찌, 어떻게.
[○簪] 벗이 함께 모임.
[衡茅] 형문. 모옥 곧 누추한 집.
[篇翰] 시문.
2.
| 原本 | 풀이 |
| 白頭梳短不勝簪 一臥江南歲月深 ○酒賓朋二三四 水萍身世去來今 郊原霽色宜春望 風詠高懷入醉吟 始信人間仙境在 海中蓬島不須尋 |
하얀 머리 빗질도 짧아 비녀를 이기지 못하니 한 번 누운 강남에 세월도 깊구나. 바둑과 술 함께 하던 벗 두 서넛 언제나 신세는 마름풀 같아. 들엔 비 개어 봄 구경키 좋커니 고상한 회포를 취흥에 읊노라. 人間에 선경 있음을 비로소 믿나니 바다 속 봉래산일랑 찾지 않을레 |
[去來今] 불교에서 과거와 미래와 현재(어제, 오늘, 내일). 곧 삼세의 略.
◐19. 客懷(객의 회포)
| 原本 | 풀이 |
| 文武非才愧聖明 銅章雖貴亦伶○ 夢中屢得西州信 天外遙瞻北極星 秋晩海田鴻不到 夜深山澤酒初醒 客懷多少誰相問 惟有莎鷄咽小庭 |
문무에 재주 없어 聖德에 부끄럽나니 銅章이 비록 귀하다지만 그 역시 시들부들. 꿈 속에선 자주 서주의 서신을 받았지만 하늘 밖 멀리에 북극성만 바라노라. 늦은 가을 바닷가 밭엔 기러기 아니 오고 山澤엔 밤이 깊어 술마저 갓 깨었네. 多少의 나그네 심정 누구와 나누리 오직 작은 뜰에 베짱이만 울고 있나니 |
[伶○] 외로운 모양. 방랑하는 모양.
[銅章] 銅魚符를 말하는 것으로 벼슬아치의 신표.
[莎鷄] 베짱이. 일설에는 귀뚜라미라 함.
◐20. 次廣寒樓韻(광한루 운에 차하다)
| 原本 | 풀이 |
| 江客悠悠獨倚樓 水晶簾捲玉○頭 渚晴鷗鷺來還去 日暮牛羊散不收 蓼水遙看秋後淨 竹輿時復雨中遊 傍人欲問吾行止 須向淸都上面求 |
강 나그네 유유히 홀로 樓에 기대었나니 수정발 걷고서 옥난간 머리에 섰고야. 물가는 개어 갈매기, 백로 오거니 가거니 날은 저물었는데 소와 양들은 흩어져 거둘지 않네. 멀리 여뀌꽃 물가 가을 후 맑아졌느니 때때로 대수레 타고 비 속에서 노니네. 그대여 내 삶을 묻고 싶거든 모름지기 청도 위쪽에서 찾으시게나 |
[淸都] 천상을 이름. 달 세계인 광한루에 비유.
◐21. 靑溪洞次思菴韻(청계동에서 사암의 운에 차하다)
| 原本 | 풀이 |
| 歲晩幽居卜斷原 白茅爲盖石爲門 千章樹合疑無路 三峽波深欲問源 寒○每聞山鳥語 曉○時見宿雲痕 無人喚起庭前鶴 明月孤亭獨對樽 |
세말에 幽居을 끊어진 들에 정하니 띠로 지붕 이고 돌로 문을 만들었지요. 천 장의 나무가 서로 어울려 길이 없는 듯 의심가고 세 골짝 물이 깊어 그 근원 알고 싶지요. 가난한 부엌에 매번 산새 소리 들리고 새벽 처마엔 때로 구름 자고간 흔적을 보지요. 뜰 앞에 학을 불러 일르킬 이 없으니 밝은 달 외론 정자에서 홀로 술을 대하지요 |
◐22. 贈別李都憲明甫名德聲(이도헌 명보에게 증별하다. '이름은 덕성이다.')
| 原本 | 풀이 |
| 霜臺執法玉堂仙 別後流光似急川 世事十年頭盡改 離懷一夕席頻遷 依然水寺樓中面 誦得林僧袖裏篇 衰老向來多涕淚 不堪持酒上秋筵 |
霜臺에 법 관장하는 玉堂의 신선이여 이별후 세월이 급한 냇물처럼 흘렀구려. 세상일 십년에 머리색 모두 바뀌었으니 이별의 회포에 하루 저녁에도 자릴 여러번 옮기네. 의연한 水寺를 누 속에서 대하느니 숲 속에 스님은 소매 속의 책편을 외우네. 늙어서 노쇠해 가니 눈물이 더욱 많아 秋筵에 술잔 지는 걸 견디지 못할레라 |
[霜臺] 御史臺의 雅稱. 어사대는 법률을 관장함으로 秋官에 배당하여 霜이라 함.
◐23. 納淸亭次韻 二首(납청정 운에 차하다)
1.
| 原本 | 풀이 |
| 海內干戈何日定 斷蓬身世自飄零 隔水暝烟生渺渺 背人斜日下亭亭 常嫌到處遭簧舌 却笑生年直酒星 關塞萬重兼萬里 望中香嶽爲誰靑 |
바닷가 전쟁일랑 언제나 끝나련가 떨어진 쑥잎 신세 절로 나부끼느니 물 건너 어둔 연기는 아른아른 솟고 등 뒤의 저문 해는 즈른즈른 지노라. 늘 이르는 곳마다 참소 받을까 의심스럽나니 도리어 나 나던 해에 酒星을 만난것도 우습고나. 關塞는 만겹에 만리이려니 바라뵈는 香嶽이야 뉘 위해 푸르난고 |
[斷蓬] 가을에 말라서 여기저기 날리는 쑥잎.
[酒星] 술을 맡았다는 별.
2.
| 原本 | 풀이 |
| 衣○盖○身常冷 頭不勝簪髮盡零 去國正愁關外路 送人同上水邊亭 經年未得南天信 永夜遙看北斗星 莫道此翁衰歇甚 龍蛇袖裏劒光靑 |
옷이 겨우 살을 가리니 몸은 늘 춥고 머리는 비녀도 이기지 못하니 머리칼 모두 떨어졌네. 나라를 떠나려니 관문 밖 길이 정이 서러워 가는이와 함께 물가 정자에 올랐네라. 해 지나도록 남쪽에선 서신오지 않고 긴긴 밤 멀리 북두성만 바라노니 이 늙은이 너무 노쇠했다 마오려 龍蛇의 소매 속엔 아직도 검광이 푸르나니 |
[龍蛇] 비상한 인물. 혹은 은퇴하여 明哲保身함.
◐24. 次韻贈李員外實之 二首(차운하여 이원외 실지에게 주다)
1.
| 原本 | 풀이 |
| 江水悠悠感逝年 白頭勳業愧先賢 離懷袞袞臨岐日 苦淚○○發語前 遼左海山歸鳥外 漢陽城關暮雲邊 今宵恐有還鄕夢 夢裏還鄕倍○然 |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은 세월과 함께 가니니 白頭의 훈업일랑 선현에게 부끄럽구나. 갈림길에서 이별의 회포는 더욱 즈른즈른한데 말 하기도 전에 슬픈 눈물 성글성글 맺혔네. 요동의 왼쪽 海山은 돌아드는 저 새 밖이요 한양의 성궐은 저녁 구름 가이려니 오늘밤 꿈에 고향으로 돌아갈까 두렵워- 꿈속에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 더욱 슬프리니 |
[感] 세월과 함께 감응한다는 뜻.
[袞袞] 盛하게 떠오는 모양.
[○○] 눈물을 흘리며 우는 모양.
[○然] 어두운 모양. 혹은 슬퍼하는 모양.
2.
| 原本 | 풀이 |
| 絶塞風雲異去年 統軍亭上會○賢 微茫樹色靑天外 隱映江光白鳥前 愁不到來詩側畔 興難抛去酒傍邊 歸程定有迎人席 一笛淸秋響杳然 |
먼 변방 風雲이 지난 해와 다르려니 통군정 위에 여러 어진이 모였네라. 푸른 하늘 밖 나무 빛은 아른아른 한데 흰 새 앞에 강 빛은 슬핏슬핏 하고야. 시 읊는 곳이라 근심일랑 이르지 않고 술 곁에 있어 흥이야 버리기 어렵고나. 돌아가는 길에 마중 자리 있으리니 맑은 가을 한 가닥 피리소리가 아득히에 울리이네 |
[隱映] 겉으로 환히 드러나지 않게 비침.
[微茫] 흐릿한 모양. 모호한 모양.
◐25. 送聖節使洪君瑞之行名履祥(성절사 홍군서의 행을 보내다. '이름은 이상')
| 原本 | 풀이 |
| 離懷忽忽對淸樽 風雨龍灣草樹昏 萬壽岡陵會慶節 二年兵甲再生恩 光陰荏苒隨流水 鴻雁差池過海門 燕市悲歌今在否 爲余先弔望諸君 |
이별의 회포에 총총이 술잔을 대하느니 용만엔 비바람 섞어 치고 초목은 저물었네. 岡陵같은 祝壽로 임금의 생신에 朝會하나니 이년의 병란에 은혜가 재생함이리. 세월은 느릿느릿 물 따라 흘러가고 기러기는 들숙날숙 해협을 지나느니 연시의 슬픈 노래는 지금도 남았는지! 날 위하거든 望諸君을 먼저 弔問하시길 |
[岡陵] 시경 小雅 天保에 ‘如岡如陵... 以莫不增’ (작은 언덕, 큰 언덕과 같아... 더하는 복이 한이 없도다)의 구절로 임금의 다복을 빎을 이름.
[荏苒] 세월이 천연함. 시일을 자꾸 끎.
[差池(치지)] 서로 어긋난 모양. 가지런하지 아니함.
[燕市悲歌] 燕趙悲歌士의 고사. 연과 조 두 나라에 고래로 憂國의 슬픈 노래를 부르는 선비가 많았음으로 비분강개하는 우국지사를 이름.
[望諸君] 樂毅. 전국 시대 연나라 昭王의 장수. 趙, 楚,韓, 魏, 燕 다섯 나라의 연합군을 거느리고 齊나라를 쳐서 70여 성을 빼앗았으나 소왕이 죽은 후 뒤를 이은 혜왕은 그를 중용치 아니하여 趙나라로 가서 중용되었음.
◐26. 送聖節使書狀官宋仁○英○(성절사 서장관 송인수'영구'를 보내다)
| 原本 | 풀이 |
| 湖西幕客塞西人 離合紛紛一愴神 別酒莫辭連日醉 歸舟將發九龍津 荒城古柱風烟冷 孤竹遺墟草樹新 收得山河錦囊裏 世間金玉摠非珍 |
호서의 幕客 변방 서쪽으로 가려니 모였다 흩었졌다 분분함에 마음 슬퍼라. 연일 취하였다고 이별주랑 사양 마오려 돌아가는 배가 장차 구룡진을 떠날지니. 황성의 옛 기둥엔 바람 연기 스늘하고 孤竹의 남긴 터엔 초목만이 새롭나니 山河의 경치를 비단 주머니 속에 넣었네라. 세상의 金玉일랑 모두 보배가 아닐지니 |
[幕客] 幕府의 빈객으로 예우를 받는 사람.
◐27. 大凌河曉坐(새벽에 대능하에 앉아서)
| 原本 | 풀이 |
| 四更邊柝大河流 一夜思歸白盡頭 不是越吟懷故土 非關吳詠戀扁舟 三宮草樹寒聲逈 五廟風烟暝色愁 聞道嶺南猶賊窟 廟堂誰爲借前籌 |
四更의 딱따기 소리가에 大河는 흐르는데 돌아갈 생각에 하룻밤 머리 모두 희었네. 越吟이 고향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吳詠이 조각배를 그리는 것도 아니리. 三宮(대궐)의 초목은 찬 소리 멀리서 들리는데 五廟의 바람 연기는 저문 빛에 슬프네야. 들이니 嶺南은 아직도 적굴이라니 조정을 위해 누가 前籌를 빌리려나 |
[越吟,吳詠] 모두 남쪽 나라의 노래.
[五廟] 제후의 묘.
[前籌] 漢고조 때 韓信이 나서서 계책을 젖가락으로 설명하였음을 이름.
◐28. 九連城(구련성에서)
| 原本 | 풀이 |
| ○門歸路接雲平 一騎輕○散曉晴 城擁九連山翠合 河分八渡渚霞明 丹心可耐客中破 白髮每從愁裏生 ○遞玉樓消息斷 海天何處是神京 |
계문 돌아가는 길 구름 닿아 펀펀한데 경쾌한 말발굽 타고서 갠 새벽을 가지요. 城은 九連을 안아 산 푸름과 합하고 河는 八渡로 나뉘어 물가엔 놀이 밝지요. 단심이야 객지라도 견뎌내지만 백발은 언제나 근심 속에 생하지요. 먼-곳 玉樓엔 소식조차 끊겼나니 바닷가 어느 곳이 바로 仙境일까요 |
◐29. 臘月初六日夜坐 癸巳冬寓居江都時作此絶筆也(섣달 초육일 밤에 앉아서 '계사년 겨울 강도에 우거할 때 작인데 이것이 절필이다.')
| 原本 | 풀이 |
| 旅遊孤島歲○嶸 南○兵塵賊未平 千里音書何日到 五更燈火爲誰明 交情似水流難定 愁緖如絲亂更○ 賴有使君眞一酒 雪深窮巷擁爐傾 |
외론 섬에서 나그네 되어 세월은 츠름츠름 샇여가는데 남쪽 변방의 戰場엔 적이 아니 평정되었네. 천리 밖에선 서신이 언제나 이르려는지 五更의 등잔불은 눌 위해 밝았는고. 사귄 정은 물과 같아 멈추기 어려웁고 근심의 가닥은 실과 같아 흩트려도 다시 얽키네. 원님에게 眞一酒 있음에 기대어 눈 깊은 窮村에서 화로 안고 마시노라 |
[○嶸] 험준한 모양. 혹은 세월이 쌓이는 모양.
[使君] 州의 장관. 원님.
[○] 변방요. 국경지대.
[眞一酒] 인간의 고난이나 번뇌를 하나로 해소시키는 태평성대를 이루는 술.
◐30. 次廣寒樓韻以下亂前作(광한루운에 차하다. '이하는 난전의 작임.')
| 原本 | 풀이 |
| 天上十二白玉樓 銀河淸淺掛西頭 年年七夕佳期至 夜夜雙星怨淚收 莫道相思是遠別 從來此地有重遊 可憐人世隔南北 碧海茫茫何處求 |
천상의 열두간 백옥루는 맑고 옅은 은하수의 서쪽 머리에 걸렸지요. 해마다 七夕이라 좋은 시절 이르면은 밤마다 견우 직녀 원망의 눈물 거두었지요. 서로 그리는 먼 이별이라 마세요 이제껏 이 땅에선 거듭 만나봄 있나니 가련해라 人間에 남 북으로 막혔있어 푸른 바다 아득한데 어느 곳에서 찾을까요 |
[雙星] 나란히 보이는 두 별. 여기선 견우성과 직녀성.
◐31. 病後戱吟(병 후에 희음하다)
| 原本 | 풀이 |
| 一病經年與死隣 忽然枯木暗回春 山中更有悲歌士 昭代重生爛醉人 湯劑轉頭輸○蘖 笑談隨手換吟呻 濡毫試撰河淸頌 佳氣○○繞紫宸 |
한 병이 일년이 넘어 죽음에 이웃하더니 홀연이 고목엔 몰래 봄이 돌아왔지요. 산중에 다시 슬픈 노래 부르는 선비 있을꺼나 밝은 시대에 거듭 흥건히 취하였나니 탕제는 어느새 누룩술로 바뀌었고 신음 소린 선-뜻 웃음소리로 바뀌었지요. 붓을 젖셔 시험삼아 河淸頌을 지으니 좋은 기운은 푸릇푸릇 대궐을 둘렀네요 |
[○○] 초목이 푸릇푸릇한 모양.
[紫宸] 천자가 정사를 보는 궁전 혹은 쉬는 궁전.
[隨手] 손이 가는 대로. 혹은 뒤쫓아, 즉시.
◐32. 次慶喜樓韻寄白麓 辛應時字君望號白麓(경희루 운에 차하여 백록에게 부치다. '신응시의 자는 군망. 호는 백록')
| 原本 | 풀이 |
| 仙人昨下○風岑 裂素爲衣翠作襟 烟霧樓中不見影 鳳笙天外或聞音 含情○○托宵夢 倚柱依依生夕陰 獨向西池采荷葉 淸芬無路寄同心 |
선인이 어제 낭풍잠을 내려가니 해진 하얀 자투리 옷에 푸른 옷깃이라. 이내 자옥히 다락에 둘러 그림자 보이지 않고 하늘 밖에 문득문득 생황소리 들리네. 情 함초롬히 머금고 밤 꿈에 의탁하며 기둥에 기대이면 저녁 그늘 즈른즈른 이네. 홀로 서쪽 못에 가서 연잎을 캐나니 향기러운 이것을 벗에게 부칠 길 없네 |
[○風] 山名. 곤륜산 위에 있는 신선이 사는 곳.
[○○] 끊이지 아니하는 모양.
[依依] 무성한 모양. 혹은 확실하지 아니한 모양.
◐33. 朴景進家獨坐 朴漸字景進官吏議,壬辰,被倭害(박경진의 집에 홀로 앉아 '박점의 자는 경진. 벼슬은 吏曺參議. 임진년에 왜놈에게 피살되었음.')
| 原本 | 풀이 |
| 霜落千山樹葉堆 棘籬寒菊爲誰開 今年且盡客多病 明月欲生人不來 無竹小軒頻問主 有懷秋日獨徵杯 深夜長庚又送回 |
서린 내린 千山에 나뭇잎은 쌓였는데 가시울에 찬 국화는 누굴 위해 피었나요. 올해도 다 가고 객은 병이 많나니 밝은 달 돋으려는데 사람은 아니 오지요. 대(竹) 없는 작은 작은 마루 주인께 자주 묻다가 가을날 회포에 혼자서 술을 청하니 아이들 나와 함께 서쪽 처마에 앉아서 깊은 밤 돌아가는 長庚星을 또 보내지요 |
[長庚]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큰 별. 태백성.
◐34. 西湖病中憶栗谷(서호 병중에 율곡을 생각하다)
| 原本 | 풀이 |
| 君恩未報○先秋 壯志如今已謬悠 松菊每懷陶令徑 蓴○欲問季鷹舟 交遊隔世吾何托 名利驚心可以休 惟是槽頭看春酒 月中三峽細分流 |
임금의 은혜 갚기도 전에 머린 먼저 세어서 장한 뜻 지금엔 이미 글렀다네. 도연명의 松菊길 매번 생각하나니 장계응의 배를 타고 蓴○를 묻고 싶네. 사귀던 일도 이젠 막혔으니 나 어디에 의지하리 名利에 놀란 마음 가이 쉬어야겠네. 오직 槽頭에 봄 술을 보느니 달빛 속에 세 골짝이 가늘게 나눠 흐르네 |
[謬悠] 텅 비고 멂. 혹은 황당무계함.
[陶令徑] 도연명. 令은 벼슬 이름(관아의 長). 도연명은 벼슬을 버리고 松菊竹 기러던 옛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蓴○] 蓴羹○膾. 순챗국과 농어회. 晉나라 張翰(자는 季鷹)이 고향의 名産인 순챗국과 농어회가 먹고 싶어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음.
◐35. 新院山居寄示習齋權擘號,官參議(신원의 산집에서 습제에게 보내다. '권벽의 호, 벼슬은 참의')
| 原本 | 풀이 |
| 野院蕭條草樹荒 亂蛙無數叫斜陽 臨岐更覺親朋少 感物偏傷節序忙 身厭葛衫凉換暑 面慙銅鏡髮垂霜 龍泉尙有干○氣 匣裏時時見紫光 |
시골집 쓸쓸하여 초목은 황량한데 뒤섞인 개구리 수도 없이 석양에서 우네. 갈림길에 이르러 벗 적음을 다시금 깼닫느니 感物에 세월 빠름이 심이 마음 상해라. 갈포 적삼 싫어지니 더위는 서늘해지고 구리 거울 속 서리 드리운 머리칼이 부끄럽나니 용천검은 아직도 하늘 찌를 기운 있어 갑 속에 때때로 붉은 빛이 보이건만 |
◐36. 宿桂林兄江亭 名瑠,於公○兄,尹任甥姪,尹元衡動危言.竟死(계림형의 강가 정자에서 묵다. '이름은 유, 공에게 자형이고, 윤임의 생질임. 윤원형의 위언으로 마침내 죽었다.')
| 原本 | 풀이 |
| 王孫畵閣抗楊花 一水中分兩岸沙 落月滿天飛白雪 宿雲鋪地走靑蛇 菱歌相間棹歌發 帆影遠隔山影斜 四十二年如去鳥 浮生不飮奈愁何 |
왕손의 화각이 양화도에 솟았나니(버티다) 한가닥 물이 중간에 나뉘어 양 언덕 모랫가로 흐르네. 떨어지는 달빛은 하늘 가득히 날리우는 흰 눈이요 묵은 구름은 땅에 펴져 달리는 푸른 뱀인듯. 마름 노래 사이 가에 뱃노래도 일고 돛 그림자 멀리 산 그늘 넘어에 비끼네. 사십 이년이 가는 새와 같으니 덧없는 생에 술이 아니면 이 시름을 어찌하리 |
[畵閣] 아름답게 단청한 누각.
◐37. 述懷(술회)
| 原本 | 풀이 |
| 十年前事悔何追 白首窮廬○自悲 鷄肋正宜輸俗客 蛾眉今已付餠師 香凝燕寢窓燈冷 雪擁柴扉竹日遲 林巷幸無車馬跡 心經一部手中披 |
10년 전 일을 뉘우친들 어찌 따르랴 백발로 초라한 오막집에서 공연히 스스로 슬플 뿐. 계륵은 마땅히 속인에게 돌아갔고 미인은 지금엔 이미 떡장수에게 주어졌네. 향기 응긴 燕寢에 창가 등불이 싸늘하고 눈 내린 사립문에 해가 더디네. 산골이라 다행이 거마 오지 않으니 心經 한 부를 손에 펴서 보고야 |
[燕寢] 천자가 쉬는 궁전. 혹은 편히 쉬는 좋은 잠자리.
[鷄肋] 조조가 漢中을 얻으려다 포기한 고사로 한중을 일러 계륵이라 하였다. 닭 갈비는 먹을 것이 없으나 그냥 버리기도 아깝다는 말로 그리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경우를 이른다.
[蛾眉] 누에나방의 촉수처럼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굽은 아름다운 눈썹. 혹은 미인.
[餠師] 떡파는 사람. 全唐詩話에 寧王이 떡장사의 처를 빼앗아 살았는데 묻기를 ‘네가 아직도 餠師를 생각하느냐’하니 말 없이 눈물만 흘리기에 드디어 餠師에게 돌려주었다 한다.
◐38. 喚仙亭次韻在順天(환선정 운에 차운하다. '순천에 있음')
| 原本 | 풀이 |
| 杯水難容萬里船 今時豈合古人賢 層城枯木三秋後 大野閒雲落景前 往事再尋頭盡白 玆遊一罷夢應牽 空江夜久生明月 笙鶴如聞降列仙 |
한 잔 물이 萬里船을 용납키 어렵듯이 지금 사람이 어찌 옛 어짐과 같으리요. 겹겹이 城의 枯木은 三秋의 후요 큰 들의 한가한 구름은 落照의 앞이네. 지나간 일을 다시 찾으니 머리 모두 희었고 이 놀음 한번 파하면 꿈이 응당 이끌리리. 빈 강에 밤은 깊어 달은 밝은데 笙鶴이 들이는 듯 여러 신선 내려오려나 |
[笙鶴] 周靈王의 태자 晉이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피리를 불며 하강하였다 한다.
◐39. 次梧陰示韻 二首(오음이 보여준 운에 차하다)
1.
| 原本 | 풀이 |
| 行藏竊比鄭當時 落拓何如杜牧之 直以醉鄕消歲月 敢言昭代策安危 能抛台鼎難抛俗 已廢交遊不廢詩 莫道柴門欠絲管 四山松檜雨中吹 |
행장을 정당시와 가만히 비한다면 큰 기상이야 두목지와 어떠한지. 곧바로 醉鄕으로 가서 세월을 보내나니 밝은 시대에 어찌 안위를 꾀한다 하리. 삼정승 던질 순 있어도 俗趣는 버리기 어렵고 교유야 폐했어도 시는 폐하기 어렵고야. 사립문에 풍악 없어 흠이라 마시길 사방 산에 송회 소리 비 속에 이는 것을 |
[竊比] 가만히 비교함.
[落拓] 낙탁, 기상이 큼.
[醉鄕] 취중의 별천지.
[台鼎] 三公의 지위.
[絲管] 絲竹. 거문고와 퉁소. 현악기와 관악기. 전하여 음악.
[鄭當時] 漢나라 관리. 이름은 莊. 항상 驛馬를 四郊에 두어 故人을 遊門하였고 손이 오면 귀천을 가리지 않고 환대하였다. 무제 때에 大司農이 되었다가 손의 累로 낙직되었음.
[杜牧之] 만당의 시인. 시를 잘하여 小杜라 일컬음.
2.
| 原本 | 풀이 |
| ○○從前不中時 向來高論欲卑之 三牲非樂一簞樂 蜀棧不危平陸危 事到奈何須得酒 語猶詮次合忘詩 只嫌半夜無眼處 三○悠然自送吹 |
강직한 뜻은 지금껏 시속엔 맞지 않았고 이제까지의 高論도 이젠 낮추어야 겠네. 고기 밥은 아니 좋으나 한 그릇 도시락밥은 즐거웁고 험준한 잔교는 아니 위태롭대 평지는 위태롭네. 일이 어찌할 수 없을 땐 모름지기 술 마시고 말을 똑바로 하고자 하면 문득 시을 잊네. 다만 싫은 건 잠이 아니 오는 밤에 三○ 소리 유연히 스스로 불어옴이네 |
[○○] 살찐 모양. 혹은 강직한 모양.
[詮次] 확실하게 정한 순서.
[蜀道] 四川省으로 통하는 험준한 길. 촉의 棧道. 전하여 경치가 좋고 또 험준함을 이름.
[三○] 天○, 地○, 人○를 이름. 우주만물의 모든 자연의 소리.
◐40. 題靜虛軸次霽峰韻(제봉의 운에 차하여 정허의 시축에 쓰다)
| 原本 | 풀이 |
| 巖棲屈指十回春 謝笏重來白髮新 水石朋○雖可愛 蓬萊消息杳難因 山風夜起愁枯竹 嶺月初生是美人 詩卷藥○仍不寐 屋頭寒磬報淸晨 |
巖幽를 손 꼽아보니 십년이라 벼슬 사양하고 다시 오니 백발이 새롭고야. 水石이랑 친구들이야 비록 사랑스럽지만 봉래산 소식은 인연하기 아득만 하네. 산바람 밤에 일어 마른 대는 시름겨운데 재 위에 갓 돋은 달은 곧바로 미인일레라. 시권에 약화로 벗하여 잠 못 드는데 지붕머리 寒磬은 맑은 새벽을 알려주누나 |
◐41. 挽玉峯白彰卿(옥봉 백창경의 만사)
| 原本 | 풀이 |
| 海內悠悠知己少 惟君與我夙心親 湖山未遂連墻約 幽顯飜成隔路人 紫陌風埃歌激烈 錦城烟雨淚酸辛 遺孤受托非無意 奈乏劉家德義新 |
천하가 넓고 넓어도 知己는 적건만 오직 그대와 나 일찍이 마음으로 친하였지. 湖山에서 담 이웃하며 살자던 약속 못 이루고 幽明이 뒤집히어 길 막힌 이가 되었고나. 紫陌의 풍진에 노래는 격렬하고 금성의 烟雨는 눈물에 스산코나. 남겨진 아이을 부탁받아 뜻 없는 건 아니지만 劉家의 덕의를 새롭게 할 덕성이 모자람을 어쩌리 |
[紫陌] 서울의 도로를 이름.
[錦城] 삼국의 蜀漢의 도읍. 비단을 관장하는 관아를 두었던 까닭에 이름. 西都의 성을 일컬음.
[幽顯] 저승과 이승.
[奈乏劉家] 유비의 아들이 그 아버지만 못 했음에 비유.
◐42. 別王天使敬民(왕천사'경민'을 이별하다)
| 原本 | 풀이 |
| 家住江南萬里餘 秋風客路意何如 ○聞鶴馭來仙○ 忽見鸞簫過碧虛 消息幾時逢驛使 蓬萊無復○雲車 相思賴有黃岡句 別後爭傳水竹居 |
만리 밖 강남에 집이 있으니 갈바람 나그네 길에 뜻이야 어떠한고. 학 몰고서 신선이 왔다고 하더니만 문득 鸞簫소리가 푸른 하늘을 지나네. 어느 때 驛使 만나 소식을 받으올까 봉래산 구름수레 마중할 길 다시 없네. 서로 믿고 그리는 황강의 글귀가 있으니 이별 후 水竹의 삶을 다투어 전하리라 |
[黃岡] 호북성 황강현 동쪽에 있는 산 이름. 소식의 적벽부에 나오는 黃泥之阪이 있는 곳.
◐43. 槐山○翠樓次韻示主人 三首(괴산 읍취루 운에 차하여 주인에게 보이다)
1.
| 原本 | 풀이 |
| 醉後悠悠獨上亭 眼前無地着愁城 乾坤逆旅飜千劫 造化○錘鑄萬生 久謂彭○元同貫 莫言臧穀不同情 年來笑殺箕山○ 言實支離又說明 |
술 취하여 유유히 홀로 정자에 오르니 눈 앞엔 시름 달랠 곳 없어라. 천지는 逆旅라서 천겁에 뒤집히고 조화옹의 풀무는 萬生을 만들고나. 오래 살건 빨리 죽건 원래 한 꿰미니 장과 곡이 같지 않과 마시기를. 근래엔 웃숩고나 기산의 늙은이 말도 실상 지라한데 이름까지 설명하네 |
[彭○] 장수와 단명.
[笑殺] 대단히 웃음.
[臧穀] 사내종과 어린아이. 둘이 모두 양을 치다가 양을 잃었다. 한 사람은 책을 보다가 한 사람은 장기를 두다가 잃었다 한다.
[箕山翁] 巢父와 許由.
2.
| 原本 | 풀이 |
| 一別梧根舊驛亭 使車何處駐山城 連峰雨裏黃花老 斷○聲中白髮生 末俗豈知高士志 少年寧識老夫情 聞君晩學養生法 爲善應須無近名 |
오근과 이별한 옛 역정에 사신의 수렌 산성 어느 곳에 머물렀는고. 뭇 봉우리 비 속에 황국화는 시들었고 외기러기 우는 속에 백발은 생기었네. 속인이 어찌 高士의 뜻을 알며 소년이 어찌 老夫의 정을 알리요. 들으니 그댄 늦으막에 양생법 익혔다 하니 응당 선한 이는 近名이란 없으리라 |
[近名] 명예를 추구함.
3.
| 原本 | 풀이 |
| 水北山南處處亭 舊遊○遞武珍城 天開瑞石祥龍○ 地○長松爽○生 ○鹿未抛靑草性 鵠鸞終是碧○情 從今息影無何有 家失形容史失名 |
水北 山南이라 곳곳엔 정자인데 옛 놀던 무진성은 멀기만 하지요. 서석산이 열리어 상스러운 용이 꿈틀거리고 땅엔 낙낙장송 둘러 있어 바람소리 이네요. 미록이라 靑草 좋아함 못 버리고 곡란이라 끝내 푸른 하늘 그리지요. 이제부터 安息 외에 무엇이 있을까요. 집에선 모습 잃고 史錄엔 이름 잃나니 |
[○鹿] 순록. 혹은 천한사람.
[息影] 그림자를 쉬게 함. 곧 활동을 그만두고 휴식함.
◐44. 昌道驛壁上見鄭子中詩,攬涕之餘,遂步其韻(창도역 벽위에 정자중의 시를 보고 눈물을 뿌린 나머지 그 운에 따라 짓다)
| 原本 | 풀이 |
| 飇輪去此欲何之 獨立蒼茫結遠思 千里秦城病司馬 三年楚郡老樊遲 已經離別同弦矢 可耐幽明異路岐 靑鶴峯頭望仙裏 月明中夜○相期 |
바람 수레 여길 떠나 어디로 가는가 홀로 서서 아슬히의 먼 생각에 잠기었네. 천리 밖 秦城에 사마상여 병들었고 삼년동안 楚郡에서 번지가 늙었구나. 활줄과 화살같은 이별 이미 겪었지만 幽明의 길 달라졌으니 이를 어찌 견디랴. 청학봉 꼭대기의 망선대 속에서 달 밝은 밤에 혹시나 만나려는지 |
[病司馬] 한나라 司馬相如는 일대의 문장가로 일찍이 消渴病이 있었다 한다.
[樊遲] 공자의 제자. 상여와 번지가 鄭子中에 비유.
[秦城,楚郡] 남쪽 지방의 비유.
[弦矢] 활줄에 화살이 언져지자 마자 헤어지 듯 빠른 이별.
◐45. 題雅叔林亭(아숙의 임정에 쓰다)
| 原本 | 풀이 |
| 老夫於酒喜登場 酒味甘來宦味凉 今日君家賞蓮會 西池夕氣滿衣香 交情休說雨雲態 樂事須憑長短章 一別幾年重到此 竹間依舊讀書床 |
老夫 술 있는 곳에 기쁘게 가나니 술 맛이 달면 벼슬 맛은 시들하네요. 오늘 그대 집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모임에 서쪽 못의 저녁 기운 옷에 가득 향그럽네요. 구름되고 비 되는 걸 우정이라 아니 하지만 모름지기 짧고 긴 시 짓는 건 즐거운 일이지요. 이별한지 몇 해만에 여기에 다시 오니 대나무 사이에 옛날처럼 글 읽는 상이 있네요 |
[雨雲態] 두보의 빈교행 ‘○手作雲 覆手作雨‘을 이름.
◐46. 挽栗谷 三首(율곡의 만사)
1.
| 原本 | 풀이 |
| 芙○出水看天然 間氣難逢數百年 天欲我東傳絶學 人生之子紹前賢 心中剩有環中妙 目下都無刃下全 何處得來何處去 此時相別幾時旋 |
물 위로 솟은 연꽃 볼수록 天然하니 수백년에도 만나기 어려운 빼어난 기운이리. 하늘이 이 나라에 끊어진 학문을 전하려고 이 사람을 낳아서 앞 성현을 잇게 했나니 마음 속엔 環中의 묘리가 넉넉하고 눈 아래엔 刃下全牛 전혀 없었네. 어느 곳에서 왔다가 어느 곳으로 가는가 이제 서로 이별하니 어느 때 돌아올꺼나 |
[間氣] 특수한 기운을 이름.
[環中] 공허하여 融通自在함을 이름. 장자 제물론에 ‘樞始得其環中以應無窮’.
[刃下全] 어려울 일이 없다는 뜻. 장자 양생편에 ‘○丁의 칼날에는 全牛가 없다’ 하였음.
2.
| 原本 | 풀이 |
| 小學書中悟性存 聖賢資質已三分 科程豈是功名事 翰墨無非道義源 仙洞漫留龍麝跡 石潭空鎖水雲痕 泉臺想有無窮痛 未報吾君不世恩 |
소학이란 책에서 성리를 깨우침 있었으니 성현의 자질이 이미 삼분이나 있었네. 과거의 길이 어찌 功名만의 일이리요 글월은 道義의 근원 아님이 없었네. 仙洞에는 龍과 麝의 흔적 가득하고 石潭엔 공연히 물구름 자취만 잠겼네라. 황천에서도 슬픔은 다함 없나니 우리 임금 은혜를 갚지 못했서이리 |
3.
| 原本 | 풀이 |
| 先我而來去亦先 死生何不少周旋 欲從眞歇臺邊月 會作毗盧頂上仙 千劫縱灰難得子 九原如作更逢賢 無人解聽峨洋趣 却爲鍾期一斷絃 |
나 보다 먼저 왔다가 또한 먼저 가니 죽고 삶을 조금도 주선(調整)하지 못하는가. 진헐대 가의 달을 따르고져 마침 비로봉 위에 신선이 되었을테니. 천겁이 비록 재 되어도 그대를 얻지 못하니 구원 이루어 진다면 다시 그대를 보려나. 아양곡의 흥취를 알아들을 이 없으니 도리어 鍾子期 위해 거문고 줄 끊을 수 밖에 |
[九原] 춘추 때 晉의 경대부의 묘지. 후에는 묘지의 범칭. 혹은 九泉. 黃泉.
[千劫縱灰] 추상적인 개념을 물질에 비유한 것을 현대시론에서는 존재론적 은유라고 한다. ‘천겁’이는 시간 개념이 ‘재’라는 물질로 비유되었다. 상상력의 폭과 절묘한 비유가 너무나 뛰어나지 아니 한가.
[峨洋曲] 백아가 거문고로 산수곡을 타니 종자기가 듣고서 ‘山峨峨 水洋洋’ 이라 하였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었다.
◐47. 次竹西樓韻 二首(죽서루 운에 차하다)
1.
| 原本 | 풀이 |
| 關東仙界陟州樓 虛檻憑危夏亦秋 天上玉京隣北戶 夢中銀漢聽西流 疏簾欲捲露華濕 一鳥不飛江色愁 欄下孤舟將入海 釣竿應拂鬱陵鷗 |
관동의 선경은 三陟의 죽서루 빈 난간에 위태롭게 기대니 여름 또한 가을이구나.(서늘함) 천상의 옥경은 北戶(窓)를 이웃했고 꿈 속의 은하는 서쪽 물소리 들리네. 성긴 발 걷으려니 이슬이 함초롬 젖는데 새 한 마리 날지 않아 강색은 쓸쓸하네. 난간 아래 외론 배는 장차 바다로 들어가려니 응당 낚시대에 울릉도 갈매기 스치이리 |
2.
| 原本 | 풀이 |
| 欲窮千里更登樓 雲海茫茫兩○秋 何處蓬萊常五色 此歸江漢定同流 浮生有別佳人遠 往事無○落日愁 安得淸樽永今夕 綠○洲渚對輕鷗 |
천리를 다 보고자 다시 누에 오르니 구름 바다 아득아득 양 귀밑머린 시들부들. 봉래가 어디인고 늘 오색운 둘렀으리니 여기서 돌아가면 江漢과 함께 흐르리. 덧없는 생에 이별 있어 佳人은 멀고 지난 일 종적 없어 지는해는 쓸쓸하이. 어쩌면 맑은 술 얻어다 이 저녁 느려내야 푸른 마름 갯가에 가벼히 나는 갈매기랑 대할꺼나 |
◐48. 次○隱韻 李公義健號(동은의 운에 차하다. '이공 의건의 호')
| 原本 | 풀이 |
| 漏歇東城燭盡燒 捲來黃券坐無聊 崎嶇世路千重曲 湖海親朋一字遙 梅落故園春欲暮 病淹京國○先凋 歸心正似南飛鵠 深夜悠悠度碧○ |
漏水 그친 東城에 촛불도 다 타니 읽던 책 덮고서 무료히 앉았지요. 기구한 세상 길은 천첩으로 굽었는데 世間의 친한 벗은 일자 소식도 머네요. 매화 떨어진 옛 동산에 봄은 저물어 간는데 병이 들어 서울에서 귀밑머리 먼저 세었지요. 돌아갈 맘은 꼭 남으로 나는 저 고니 같나니 깊은 밤 유유히 저 푸른 하늘을 지나가지요 |
[黃券] 冊. 옛날에 책이 좀먹는 것을 막기 위하여 黃蘗나무의 내피로 염색한 종이를 썼으므로 이름.
◐49. 失音以下亂後作 二首(실음 '이하는 난후의 작')
1.
| 原本 | 풀이 |
| 天公厭我多言否 喉挾纏風響挾嘶 殆似寒蟬鳴暫歇 還如病鵲舌初癡 是非正悔○○習 開闔方○袞袞機 呼馬呼牛都不應 臥看新月下山時 |
하늘이 나의 말 많음을 싫어하시는가 목구멍에 風이 끼어 목소리 걸걸하네. 거의 가을 매미 울다 잠깐 쉬는 듯 하더니 또한 병든 까치의 혀가 갓 멈춘 듯. 시비 가리며 떠들던 습관을 정히 뉘우치느니 열고 닫음이 바야흐로 天機의 흐름임을 알겠네. 말이라 소라 불러도 도무지 반응 없나니 새 달이 서산을 넘을 때까지 누워서 바라보노라 |
[嘶] 목쉴 시.
[袞袞] 盛하게 떠오르는 모양.
2.
| 原本 | 풀이 |
| 口如含物舌如凝 語欲期期○欲仍 不中宮商寧中節 未工酬酌○工○ 仙家正學垂簾法 癡坐還同面壁僧 玉○向來無覓處 老夫從此謝賓朋 |
입은 物을 머금음 듯 혀는 엉겨 붙은 듯 말하려면 더듬거리고 침묵하고자 하면 그대로 있네. 음률이 맞지 않으니 音節이 어찌 맞으며 수작인들 못하는데 대답인들 어찌 잘하랴. 선가의 垂簾法을 참으로 배웠던가 멍하니 앉았으니 도리어 면벽하는 승과 같네. 옥주는 근래 와서 찾을 곳 없나니 나는 이제부터 벗들을 사양하리라 |
[期期] 말을 더듬는 모양.
[宮商] 궁과 상의 소리. 전하여 음률.
[垂簾法] 선가에서 조식할 때 눈을 반만 감고 있는 것을 수렴이라 한다.
[玉○] 옥의 拂子. 晉나라 사람들이 淸談할 적에 손에 쥐고 흔드는 물건임.
◐50. 納淸亭卽事奉呈丁僉使行案(납청정 즉사로 정첨사 행안에 봉정하다)
| 原本 | 풀이 |
| 行宮欲別魂先斷 天樂重聞淚自零 喜事增悲垂老日 旅懷多苦送人亭 年光似水悠悠去 客髮如霜種種星 焉得長安一杯酒 共看南岳眼俱靑 |
행궁을 떠나려니 혼이 먼저 끊겼는데 천악을 거듭 들어 눈물이 절로 떨어지네. 노년엔 기쁜일도 슬픔되나니 나그네 마음 送人하는 정자에서 더욱 슬퍼라. 세월은 물과 같아 유유히 흐르건만 나그네 머린 서리 같아 스멀스멀 희었고나. 어느 때 서울에서 한 잔 술로 南岳 함께 보며 눈도 함께 푸르려나 |
[行宮] 임금이 거동할 때 묵는 곳. 행재소.
[天樂] 궁중의 악을 말함.
[種種] 머리칼이 짧고 쇠잔한 모양.
[星] 희뜩희뜩할 성.
[靑眼] 반갑다는 뜻.
◐51. 納淸亭次韻(납청정 운에 차하다)
| 原本 | 풀이 |
| 世上身名都夢幻 眼中遊舊半凋零 愁來事業三杯酒 老去生涯一旅亭 進退未知朝對易 陰晴欲卜夜觀星 行人無處不瀟灑 淸遠香烟縷縷靑 |
세상의 몸과 이름이란 모두다 꿈이려니 눈에 든 옛 친구들은 반이나 가벼렸네. 시름겨운 사업은 석 잔 술이려니 늙어진 생애는 한 갯 여정(여관)이네. 진퇴를 알지 못해 아침에 易을 대하고 음청을 점치고자 저녁엔 별을 보네. 行人이란 瀟灑하지 않는 곳 없나니 맑고 먼 香烟이 올올이 푸르러라 |
[瀟灑] 깨끗하고 산뜻함. 혹은 소탈한 모양. 맑고 고상하여 세속을 벗어난 모양.
◐52. 醉輒失睡,乃僕常症,而去夜尤甚,坐以達朝,傍人怪而問之,詩以解之(취하면 문득 잠이 달아나는 것이 나의 상습인데 간밤에는 더욱 심하여 앉아서 새니 옆에 사람이 괴이히 여겨 물으므로 시로써 풀다)
| 原本 | 풀이 |
| 新安酒罷夜凉多 欲睡其如無睡何 豈是抱醒應抱病 只緣憂國不憂家 虛館曙燈初隱映 半簾殘月正橫斜 明朝不用臨靑鏡 未到龍灣髮盡華 |
술이 파하니 밤 기운 서늘한데 잠을 자고 싶지만 잠이 아니오니 어찌할까요. 어찌 깨어 있으면 응당 병을 얻는지 단지 나라 걱정 때문이지 집 때문은 아니지요. 빈 여관의 새벽 등은 갓 밝아 은은히 비취는데 반 주렴의 지는 달은 정히 비꼈가나니 내일 아침 거울 보아 무엇할까요 龍灣에 이르기도 전에 머린 모두 희었는데 |
[新安] 지명.
[如~ 何] ~어찌 할까.
[抱醒] 선비의 맑은 정신을 가지기 위해서 깨어있어야 한다는 뜻. 또한 그러면 병이 쉽게 이른다는 뜻.
◐53. 任學士堂後二難訪余于宣城之客舍,用前韻謝之(임학사'당후' 二難'형제'이 나를 宣城의 객사로 방문하였기에 전운을 써서 사하다)
| 原本 | 풀이 |
| 五月江城靑草多 賓筵不厭醉無何 天涯亦有忘憂物 亂後猶存送老家 詞伯一時雙璧至 霽河千里片銀斜 相留莫恨歸鞍晩 客意離情且歲華 |
오월의 江城에 靑草는 우거진데 손님 자리 싫지 않으니 아니 취코 어쩌리. 하늘 끝에서도 忘憂物(술)이 있으니 난리 후에도 오히려 늙은이 전송하는 집이 있구려. 詞伯은 한 시대의 쌍벽이더니 霽河의 천리에 片銀이 비끼었네. 돌아갈 길 늦었다 한탄 마오려 객의 맘은 이별의 정에 또 세월까지 보내나니 |
[詞伯] 걸출한 詞客. 시문의 대가.
[雙璧] 한 쌍의 구슬. 전하여 양쪽이 모두 우열을 다툴 수 없을 만큼의 똑같이 뛰어남의 비유. 여기서는 형제.
[歲華] 시간. 세월. 혹은 해마다의 일정한 계절이나 시기. 세시.
[二難] 형제를 이름. ‘難爲兄 難爲弟’에서 나온 말.
◐54. 次韻贈李實之員外 春英號○素官監司牛溪門人 二首(차운하여 이실지 원외에게 주다. '춘영의 호는 체소, 벼슬은 감사인데 우계의 문인이다.' )
1.
| 原本 | 풀이 |
| 故園無主掩柴荊 愁外湖雲日日生 半世功名期白髮 一年胡虜撫靑萍 荒榛舊路長生洞 醉臥羈○細柳營 聞道天兵方駐嶺 捷書應已慰宸情 |
옛 동산엔 주인 없고 가시문 가렸나니 근심 밖에 湖雲만 나날이 생겼네. 반평생 功名이란 백발의 기약이려니 한 해의 왜놈 노략질에 청평검 어루만지네. 장생동 옛 길에 개암나무 거칠고 나그네의 종적은 취하여 細柳營에 누웠네. 들으니 明軍이 바야흐로 영남에 머물었다니 승전보는 응당 이미 임금을 위로했으리 |
[細柳營] 한나라 장군 주아부가 세류성에 軍營을 두었음. 전하여 장군이 屯營을 두는 곳.
[長生洞] 道家가 수련하는 곳.
2.
| 原本 | 풀이 |
| 擧世區區一識荊 仍敎後輩喚先生 天心正悔○州謫 高見會分楚水萍 酒席興濃時跌宕 名途意倦少經營 無人解得剛○在 錯道黎渦却有情 |
온 세상이 구구히 한 번만 만날길 원하니 인하여 후배들이 선생이라 부르네. 부주의 귀양살이 임금님도 후회했나니 높은 견식은 마침내 楚萍을 알았네. 술자리 무르익으면 때로 질탕도 하였고 名利엔 뜻이 게을러 경영하는 일 적었네. 剛腸이 있는줄 아는 이 없으니 黎渦가 도리어 정 있다고 그릇 말하네 |
[識荊] 훌륭한 인사를 면회하여 이름이 알려짐을 비유. 이백이 한형주에게 올린 글에 ‘但願一識韓荊州’에서 나온 말. 韓은 형주의 태수 韓朝宗을 이름.
[○州謫] 송나라 鄭이천이 부주로 귀양 갔다가 돌아온 고사에 비유.
[剛腸] 강직한 마음.
[楚萍] 楚昭王의 萍實을 얻었음을 이름.
◐55. 又用前韻(또 전운을 쓰다)
| 原本 | 풀이 |
| 幽蘭身世寄叢荊 臭味雖殊亦一生 壯志不衰霜起劒 孤○無定浪吹萍 凉風漸掃回○路 殺氣應纏射賊營 從此太平知有象 窮荒草木動微情 |
幽蘭의 신세 가시나무숲에 의탁했나니 냄새와 맛은 비록 다를만정 삶은 하나이네. 장한 뜻은 쇠하지 않아 서리가 칼에 일고 외론 자취는 정처 없어 물결에 나부끼는 마름이려니. 서늘 바람은 점차, 환궁하는 ○駕길을 청소하고 살기는 응당 적을 쏘는 군영에 얽히었네. 이로써 태평의 상징임을 알게 되나니 궁벽한 곳의 초목들도 微情을 일으키리 |
◐56. 再用前韻,奉贈坰○峰翁,兼示孝移仲深實之三君子,求和 二首(거듭 전운을 써서 경수 봉옹에게 봉증하고 겸하여 효이, 중심, 실지 삼군자에게 보이어 화답하기를 구하다)
1.
| 原本 | 풀이 |
| 孤露那堪別紫荊 二年鞍馬寄餘生 長空極目雲歸峀 獨夜無眠雨打萍 樂地向來方占取 畏途何事久○營 年衰始覺相思苦 强道無情是有情 |
孤露에 형제마저 이별하니 어찌 견디리 이년을 말 안장에다 남은 목숨 맡겼고나. 긴 창공 멀리 보니 구름은 메부리로 돌아가고 홀로 잠못드는 밤에 비는 마름잎 두들기네. 근래에야 비로소 樂地를 찾으려는데 무슨 일로 무서운 길 오래도록 헤메이나. 늙어서야 비로서 아나니 相思의 이 괴로움 무정타 강변함이 곧 有情이리 |
[孤露] 어려서 부모를 여윈 사람.
[紫荊] 콩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 옛날 田眞형제의 고사로 하여 후세에 형제를 뜻하는 용어가 되었음.
[○營] 무언가를 하기 위해 달린다의 뜻.
2.
| 原本 | 풀이 |
| 俗遠郊扉卽有荊 疏籬一面澗泉生 行藏竊比山中木 世事今如水上萍 歸夢每尋湖外路 征鞍猶滯塞西營 衰年宦味君知否 冷落眞同太上情 |
俗流 먼 들에 가시나무 사립문 성긴 울 한쪽엔 산꼴 샘이 솟고 행장은 山木에 비하노니 세사야 지금엔 물 위에 마름 같아라. 돌아갈 꿈은 매양 湖外의 길을 찾는데 가야할 말은 오히려 변방 서쪽 營에 머물렸고나. 노년의 벼슬 맛을 그대 아는지 쓸쓸한 것 꼭 太上의 정과 같아라 |
[山木] 장자에 ‘산에 나무는 재목이 못되어 오히려 천년을 견디었다’는 고사를 이름.
[冷落] 쓸쓸함. 호젓함.
[太上情] 太上은 忘情이라 하였음.
◐57. 孝移琢句甚精工,非俗下科臼,僕效嚬,狀其詩之內不出焉(효이가 글귀를 조탁하는 것이 매우 정공하여 속된 투가 없으므로 나는 본받아 그 시의 內不出함을 따르려 하였다)
| 原本 | 풀이 |
| 擲金佳句○陰何 遊戱篇章日日多 猛士○鋒盛秘匣 美人粧額掩輕羅 三年巧笑須傾國 百勝神功要息戈 若使兩陳評地位 應虛一座待君過 |
金石 울리는 좋은 글귀 陰何를 넘어서서 유희의 시문들이 나날이 많나니 勇士의 날랜 칼끝 갑 속에 감추우고 미인의 丹粧 얼굴 엷은 비단으로 가리웠네. 삼년의 巧笑는 모름지기 나라를 기우렸고 백번 이기는 神功은 싸움을 멈추었나니 만약 양 진의 지위를 평한다면 응당 한 자리 비워두고 그대 지나길 기다리리 |
[擲地作金石聲] 땅에 던지면 아름다운 金石 소리가 난다는 뜻으로 시문이 잘 되어 辭句가 아름답고 운치도 훌륭함을 이름.
[陰何] 양나라 陰○과 何遜. 모두 시인임.
◐58. 寓聚勝亭,書示成仲深文浚(취승정에 있으면서 성중심 문준에게 써 보이다)
| 原本 | 풀이 |
| 盈車謗集是何因 垂戒丁寧荷愛人 隔壁喚茶時聽語 近窓燒燭或呈身 天涯寧有紅裙夢 人世應無白首春 萬里相隨香一炷 臥看新月下江津 |
수레가 찰만큼 비방이 모이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사랑주신 이들 정녕코 훈계 하지야. 벽 넘어 차를 부르니 때로 말이 들리고 창 가까이 촛불 켜니 혹 몸이 드러나네. 하늘 끝에서 어찌 紅裙의 꿈이 있으리 人世엔 응당 백발의 봄은 없나니 만리를 함께 따르는 一炷香 피워놓고 강나루 내려가는 새달이나 누워서 보오리라 |
[紅裙] 붉은 치마. 혹은 미인을 일컬음.
◐59. 夜懷 二首(밤의 회포)
1.
| 原本 | 풀이 |
| 不語悠悠坐五更 雨聲何處雜溪聲 窓前老驥饑猶橫 雲裏寒蟾暗更明 白首始知交道薄 紅塵已覺宦情輕 年來一事抛難去 湖外沙鷗有舊盟 |
말없이 유유히 五更에 앉았느니 어느 곳인지 빗소리 개울물 소리랑 섞였고나. 창 앞에 늙은 말은 주려도 오히려 날뛰고 구름 속 시린 달은 어둡다 다시 밝고나. 백발되고야 비로소 아나니 사귐의 엷음이여 홍진의 벼슬살이 情도 이미 가벼워졌음을 깨닫네라. 年來에도 버리기 어려운 일 하나 있으니 호숫가 沙鷗의 옛 맹세 있음이여 |
[橫] 橫行의 뜻. 거리낌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님.
2.
| 原本 | 풀이 |
| 客裏漫漫秋夜長 灘聲得雨抑還揚 羈心已自驚新節 歸夢無由到故鄕 今代幾人憂國事 老來何術振王綱 差强猶有檀公策 東去瀛洲鏡面蒼 |
객지의 가을 밤은 즈른즈른 길기도 한데 여울물 소리는 비 얻어 줄다가 도로 솟네. 나그네 마음이라 새 節氣에 절로 놀라는데 꿈조차 고향으로 돌아갈 길 없구나. 지금 시대 몇 사람이나 나라를 걱정하며 늙어지어 무슨 수로 기강을 떨칠꺼나. 그래도 조금 나은 檀公의 꾀가 있으니 동쪽으로 거울 푸른 영주로나 갈꺼나 |
[差强] 조금 낫다.
[瀛洲] 삼신산 하나. 동해 중에 있는 신선이 산다는 곳.
[鏡面蒼] 물에 거울처럼 비쳐진 푸른 산수를 이름.
◐60. 挽盧玉溪子膺○,戊寅冬(노옥계 자응'신'의 만사 무인년 겨울)
| 原本 | 풀이 |
| 母恩無路答天恩 萬死餘骸更國門 銓○責隆罷鑑識 膏○病革謝精魂 傳家德義千金重 曠世聲名四海尊 未遂西林讀書願 此生長是此心昏 |
母恩에 답하느라 天恩에 답할길 없더니 만번 죽고 남은 몸이 다시 國門이라. 銓敍의 책임 높아 감식에 지치었고 고항의 병이 더하여 정혼이 凋謝하였네. 집에 전하는 덕의는 천금같이 중했고 세상에 드문 명성은 사해가 존중했네. 서쪽 숲에 글 읽자던 소원 이루지 못하니 이 삶에 길이길이 이 마음 어두워... |
[銓敍] 인재를 가려서 敍任함. 玉溪가 이조판서로 있었음을 이른 것임.
[罷] 고달플 피.
[革] 중해질 극.
[凋謝] 시들어 떨어짐. 쇠해짐.
[曠世] 세상에 드묾.
◐61. 練光亭對月 二首(연광정에서 달을 대하다)
1.
| 原本 | 풀이 |
| 深夜澄江靜不波 桂輪升壁素華多 天邊島嶼微微見 樓外汀洲漠漠斜 超忽直疑遊紫府 杳冥還似泛銀河 萬家岑寂嚴城閉 惟有沙禽掠岸過 |
밤 깊은 맑은 강가 물결은 고요한데 桂輪(달)은 벽에 올라 하얀 빛 가득하여이다. 하늘가 섬들은 푸름푸름 드러나고 누 밖에 물가는 아득아득 비끼었네. 저 멀리 紫府에 노니는 듯 또한 아슬히 銀河에 떠있는 듯 嚴城은 닫히었고 뭇 집들은 적막한데 유독 모랫가 새만이 언덕을 스쳐 지나네 |
[汀洲] 얕은 물 가운데 토사가 쌓여 물 위에 나타난 곳.
[超忽] 멀리서 아득한 모양.
[岑寂] 적막함.
2.
| 原本 | 풀이 |
| 緣空一鏡委金波 朱箔疎纖影更多 夜久素娥和露冷 樓高仙桂近人斜 明籠水國迷銀界 光溢天衢沒絳河 旅思悠悠愁不寐 驚禽移樹幾飛過 |
공중 타는 거울(달) 하나 금빛 물결이 던져지니 붉고 섬세한 발에 그림자 고쳐 많아라. 밤 깊은 항아는 이슬 젖어 스늘하고 樓 높으니 선계의 계수나무 사람 곁에 비끼었네. 밝음이 수국을 감싸니 은세계 희미하고 빛은 천계에 넘쳐나서 은하가 잠겼고나. 나그네 심사 유유히 시름겨워 잠 못드는데 놀란 새 나무 옮기며 몇번이나 날아가는고 |
[絳河] 銀河.
[疎纖] 성글면서도 섬세함.
◐62. 失題 二首(제목을 잃다)
1.
| 原本 | 풀이 |
| 投金江上結精廬 內相何年別玉除 萬軸詩書橫卷秩 一村桑○繞扶疏 山蔬登案是兼味 漁父滿船非索居 聞道望京新揭號 暮年吾欲賦歸歟 |
투금강 위에 精廬를 지었느니 內相이 어느 해에 대궐을 떠났느뇨. 만축의 시서는 권질이 가로 놓이고 한 촌락엔 뽕나무 즈른즈른 드리웠네. 산나물 상에 오르니 이것이 겸미이며 어부는 만선하니 쓸쓸한 삶 아니고나. 들으니 望京이란 새 칭호를 걸었다 하니 노년에 나도 돌아가 살고 싶고나 |
[精廬] 학문을 닦거나 책을 읽는 곳. 學舍 또는 書齋.
[內相] 한림학사의 미칭.
[玉除] 옥으로 잘라 만들거나 옥으로 장식한 계단. 혹은 조정.
[扶疏] 초목의 지엽이 무성한 모양.
[賦歸]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감. 공자가 陳에서 ‘돌아가자 돌아가자(歸與 歸與)’라고 읊은 데서 유래.
2.
| 原本 | 풀이 |
| 身世年來水上萍 功名如酒醉還醒 新貴舊交皆眼白 西陽東竹盡山靑 候人林逕微微掃 防虎柴扉密密○ 秋晩幸尋藍島去 亂松無數水○○ |
신세가 요즘와선 물 위에 마름이나니 功名은 술과 같아 취했다 도로 깨는고야. 새 귀인, 옛 친구 모두들 白眼시 하는데 서쪽 볕, 동쪽 대는 온 산이 푸르네야.(반갑다의 뜻) 사람을 기다려 숲 길을 푸슬푸슬 쓰는데 호랑일 막느라 사립문은 꼭꼭이도 닫았네. 늦은 가을 다행히 藍島를 찾아 가오니 여기저기 소나무는 무수하고 물소리는 맑기도 하고야 |
◐63. 朝天途中 三首(명나라 길에)
1.
| 原本 | 풀이 |
| 峽天途中氣未平 塞天寒雨苦難晴 雲侵岳色微微白 川帶秋光遠遠明 强道鄕心關客路 莫言詩料慰浮生 何時行到遼陽館 一上高樓望帝京 |
골짜기 지나는 길 심기도 불편한데 변방의 찬비는 괴롭게도 갤줄을 몰라라. 구름 낀 산색은 푸슬푸슬 흰데 내 두른 가을 빛은 아득아득 밝고나. 억지로라도 관문 나그네 길에 고향생각이나 말하지 시 재료 浮生을 위로한다 마시기를. 어느 때 요양관에 이르러 높은 누에 한번 올라 帝京 보오올까 |
2.
| 原本 | 풀이 |
| 坐對虛○幾度更 吟詩聊作夜○聲 如何客恨終難遣 又是秋天不肯明 亂世方知忠孝大 危途誰識死生輕 廟堂應有平戎策 驕虜方淪海上盟 |
빈 처마에 앉아서 天度는 얼마나 바뀌었나 밤 벌레 소리에 애오라지 시만 읊었네. 어찌하여 나그네 恨 보내기 어려운고 가을 하늘은 또한 밝으려도 않는구나. 난세엔 바야흐로 충효가 큼을 알지만 危途엔 生死가 가벼운 줄은 누가 알리. 조정에선 응당 난리를 평정할 계책 있으리니 교만한 오랑캐가 해상의 맹약을 어기었고나 |
[度] 日月星辰의 운행을 재기 위하여 天體의 全周를 360한 새김.
3.
| 原本 | 풀이 |
| 蔽日浮雲萬里長 大風吹起忽飛揚 會看妖○收○宇 遙望祥雲繞帝鄕 攬○未應羞范子 埋輪早欲學張綱 平生自喜吟梁甫 不把行裝問彼蒼 |
해 가린 뜬 구름 만리에 긴데 큰 바람 불어와 문득 날아 오르네. 마침 요망한 기운 세상에 걷히니 멀리서 상스러운 구름 대궐을 두름을 보네. 攬○澄淸은 응당 범방에게 부끄럽지 않고 埋輪은 일찍이 장강에게 배우려 했네. 평생에 양보음 즐겨 읊었나니 행장 꾸리고서 저 하늘에 묻지 않을리 |
[○宇] 세계. 천하.
[攬○澄淸] 말의 고삐를 잡고 천하를 깨끗이 한다는 뜻으로 재상이 되어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 큰 뜻을 이름.
[范滂] 後漢 사람. 영제 때에 黨事로 인하여 환관에게 죽음을 당하였다.
[梁甫吟] 노래 이름. 제갈량이 즐겨했음. 양보는 태산 아래에 있는 작은 산. 안평중의 모략으로 죽은 세 장사를 이 산에 장사지냈음을 읊은 노래.
[張綱] 후한 사람. 광릉 태수를 지냈으며 매우 충직하였다. 후한서에 여덟 사신을 보내어 풍속을 巡問하게 하였는데 장강이 유독 그 수레를 洛陽都亭에 묻으면서 ‘豺狼이 세력을 잡았는데 狐狸 따위를 묻게 되었느냐’ 하였다.
◐64. 題翫水亭(완수정에서 쓰다)
| 原本 | 풀이 |
| 爲君寂寂訪山雲 嗟我棲棲乙白紛 但得盤中芝蕨軟 何須身後姓名芬 千年瘦鶴俱仙骨 五○疎松盡蘚文 醉上藍輿沙路細 孤村杳杳已迎○ |
그대 위해 고요히 산 구름 찾아왔나니 아아 나는 기로에서 서성대는 인생이고나. 다만 쟁반 위에 연한 지초, 고사리 있다면 어찌 死後에 꽃다운 이름 원하리. 천년의 파리한 학은 仙骨을 가추었고 오렵의 성긴 소나무는 모두가 이끼 무늬네. 취하여 남빛 가마 타고 모랫길을 가느니 외론 마을 아른아른 이미 해를 마중했네 |
[棲棲] 바쁘고 안정되지 아니한 모양.
[五○] 오엽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