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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계파 ② 요약 ③ 약력 ④ 인터뷰 ⑤ 정승화의 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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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로 명예회복한 전육군 참모총장 정승화17년만에 본격 인터뷰 “전두환, 노태우는 감옥가고, 모든 게 사필귀정 입니다” 12·12사건 당시 신군부측에 강제연행돼 내란방조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군적에서 아예 삭제당하는 수모를 겪었던 정승화 전육군참모총장. 88년 병역법 개정으로 예비역 대장 자격을 회복하긴 했지만 전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12·12사건을 군사반란으로 규정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에게도 무죄판결이 내려져 17년7개월만에 드디어 장군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쿠데타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은둔하다시피 살아온 그는 요즘 자신을 감옥에 보냈던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의 사면논의가 나오는 게 언짢다. 글·이혜련 기자／사진·김용해 기자 | ||
 정승화 전육군참모총장(68)은 그동안 예비역 육군대장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10·26 직후 군 최고위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처신을 올바로 하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고 법률적으로는 ‘전과자’였다. 군인연금도 받지 못했고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도 박탈당한 상태였다. 1979년 12월12일 그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전두환 전대통령이 이끄는 신군부측 군인들에게 연행돼 박정희 대통령 시해를 방조한 혐의로 80년 3월 군사법정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군적에서 아예 삭제됐다. 이후 보름만에 징역 7년으로 감형되고 3개월 뒤 국방부장관의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석방됐다. 81년 특별사면, 83년 복권이 되고 88년에는 병역법 개정으로 예비역 육군대장 자격을 회복했으나 말 그대로 자격만 회복됐을 뿐 형사상 지위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7월3일 서울지방법원이 그의 내란방조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17년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그는 95년 전두환, 노태우씨 등 12·12 및 5·18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이루어지자 자신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었다. 담당 재판부는 “정승화 전참모총장이 박정희 전대통령 시해범인 김재규의 범행을 방조했다는 증거가 없고 범행을 안 뒤에는 김재규를 체포, 수사하도록 지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그는 지난 17년간 받지 못했던 장성급 군인연금 2억9천3백여만원을 되찾게 되었고 매달 2백63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금전적인 보상 외에도 육군대장으로서의 명예 회복과 함께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도 함께 회복되었다. 같은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와 연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박탈당한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과는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번 판결은 개인적인 명예회복일 뿐 아니라 그동안 신군부측이 쿠데타의 명분으로 내세워온 정 전총장의 내란 방조혐의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굴절됐던 현대사의 한 장을 바로 잡았다는 의미도 있다. 전·노씨 사면, 말도 안된다 
정 전총장 인터뷰는 예상과 달리 쉽지 않았다.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잘못되었던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일 뿐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날 아침 일찍 집으로 찾아간 기자에게 그는 와서 조르면 만나줄 줄 아느냐며 그냥 돌아가라고 냉담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차 한잔 얻어 마시고 가겠다는 요청을 끝까지 물리치진 않았다.그는 자녀들을 모두 분가시키고 부인 신유경씨와 단출하게 살고 있다. 벽에는 아들 딸들과 손자 손녀들의 사진이 걸려 있을 뿐 장군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한 장식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동안 그는 쿠데타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부하들에게 배신당했다는 굴욕감 때문에 외부인들과 만나는 것을 피하며 은둔하다시피 살아 왔다. 87년 대통령 선거때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고문으로 일한 것이 유일한 활동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무슨 자리를 맡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지만 그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아무 미련없이 야인의 생활로 돌아왔다. “그때도 정치에 뜻이 있어서 나선 게 아닙니다. 노태우가 집권해서는 안되는데, 야당은 분열돼 있으니 그중 한 사람을 밀어줘야 군사정권이 계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 참여할 때부터 어떤 직위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군인으로서 최고 지위에 올랐으면 그보다 큰 명예가 없는 것인데, 더이상 뭘 하겠어요? 나는 원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낼 생각이었어요. 하물며 부하의 배신으로 불명예스럽게 군생활을 끝낸 사람이 어떻게 나설 수 있겠습니까?” 그는 명예롭게 군생활을 마치고 싶었던 소망을 짓밟고 사지로 밀어넣었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겨우 삭였는데, 요즘 정치권에서 그들에 대한 사면 논의가 나오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고 말한다. “물론 정치라는 게 융통성은 있어야겠지만 어떤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정치적으로 이용할 만하다고 해서 죄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들이 정말로 죄를 뉘우치고 사람이 달라진다면 상황을 고려해서 죄값을 가볍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는 사람들을 그냥 풀어준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 사람들은 아직도 다시 세력을 만들어 권력을 잡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석방하자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사면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용하던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혹시 그쪽에서 개인적으로나 간접적인 방법으로라도 사과의 뜻을 나타낸 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93년 12·12 당시 피해를 당한 장성들과 함께 전두환, 노태우 등을 반란혐의로 고소했을 때 장세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할테니 고소를 취하할 수 없느냐고 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어요.” 부인과 여행하고 운동하며 지내 그는 가슴에 맺힌 분노를 삭히기 위해 한동안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국전 초대작가 민이식씨에게 1년동안 배운 그의 문인화 솜씨는 아마추어 치고는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 하도 답답해서 그린 것일 뿐”이라며 지금은 그리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주로 운동을 하며 소일하고 있다. 나이도 있는데다 당뇨를 비롯해 성인병 증세가 있어 건강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운동이라야 특별한 것은 없다. 가끔 군대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가거나 부인과 함께 아파트 주변을 빨리 걸어다니는 게 전부다. 군대 친구들과 만나서도 ‘그때 그 사건’ 이야기는 거의 안한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서로 가슴 아픈 기억을 들춰내느냐는 것이다.
“집사람이 군인 남편 만나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군인부인들이 대개 남편과 떨어져서 혼자 애들 교육시키고 살림하느라 고생이 많지만 가난하던 예전에는 더 힘들었죠. 더구나 12·12 같은 엄청난 사건으로 고통을 준 걸 생각하면…나야 거친 군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니 어느정도 고통은 익숙하다지만 여자로서는 참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들 부부는 3남1녀를 두었는데, 막내아들 이열씨(38)는 12·12 당시 육사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쿠데타로 참모총장이던 아버지가 하룻밤새 죄인이 된 상황에서 끝까지 사관학교를 마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잘 견뎌냈고 지금은 중령이 돼 포병대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자신과 같은 군인의 길을 걷는 막내아들이 대견하다고 말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여러 형제를 두었으면 그중 하나는 군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북한과 대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통일이 된다고 해도 주변 강대국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군사력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는 고위 관료나 대기업가들일수록 국방에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이란 힘들고 유사시에는 생명까지 내놓아야 합니다. 따라서 사회 지도층일수록 국방에 앞장서야 하는 것입니다. 위로 두 아들은 눈이 나빠서 못 됐지만 다행히 막내가 제 뜻을 받아줘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큰아들 홍열씨(48)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12·12사태 이후에 미국 회사로 옮겼다가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다. 홍열씨 바로 아래인 딸 희정씨(44)도 남편과 함께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왔고 둘째아들 태연씨(40)는 미국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현재는 한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자식들이 12·12사태 이후에 여기서 살기 힘들어서 미국으로 나갔던 것이라고 말한다. 12·12 당시 정 전총장의 부관으로 신군부측의 총에 맞았던 이재천 소령은 지금은 별을 달고 군수사업관리단장으로 있고, 공관경호대장으로 몸에 다섯발이나 총을 맞았던 김인선 대위는 대령이 되었다. 또 당번병이었던 김영진 병장은 정총장의 조카사위가 됐으며 현재 모건설회사 부장으로 있다. 진실 밝혀지고 법적 심판 끝나니 후련 경북 김천이 고향인 정 전총장은 1947년 국방경비대(지금의 육사) 사관후보생이 된 이래 79년까지 32년간 군생활을 해왔다. 그는 한번도 장군이 되고 참모총장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군인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하다보니 군 최고지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것. 그는 육사 5기로 졸업한 3백80명 가운데 대장과 참모총장이 된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명예는 12·12로 무너졌다. 한편에서는 그가 너무 ‘물러서’ 당한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슬픈 이야기만 나와도 쉽게 감동하여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업무를 무르게 처리한 적이 없으며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최고 지위까지 오를 수 있었겠느냐고 반박한다. “군인은 상관에게 절대복종하고 부하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하는 법입니다. 나는 부하들을 믿었다가 당한 겁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도 있잖아요. 모두 전두환이가 다른 사람들을 충동해서 꾸민 짓입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조사를 맡은 것을 계기로 새로운 권력을 얻기 위해 한 짓이에요.” 그동안 그날 일만 생각하면 분노 때문에 잠을 못 이뤘다는 그는 이번 무죄판결로 어느정도 마음이 후련해졌다고 말한다. “잊어버리려고 애썼죠. 환경을 극복하고 자제할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지 억울하다고 계속 집착하면 몸만 상하니까. 이제 내 나이 칠십입니다. 적은 나이가 아니죠.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고 뭘 새로 시작하기는 어려워요. 이젠 사회에 폐 끼치지 않고 여생을 보내는 것만 남았습니다.” 지금도 큰아들이 같이 살자고 하지만 그는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자식들에게 신세지지 않겠다고 한다. 감옥에서 나온 후 언젠가 12·12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녹음해두었다. 책으로 낼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밝혀지고 법적으로도 심판이 된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는 사필귀정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