圃隱集 第2券 [221]
楊子渡望北固山悼金若齋
屈指論交三十年 (굴지논교삼십년)
淸談幾度共燈前 (청담기도공등전)
白頭失此知心友 (백두실차지심우)
誰謂無從涕泣然 (수위무종체읍연)
이호연을 곡하며
손꼽아 헤어보니 교유맺은지 삼십년
등불 앞에서 고담준론 몇번이나 논했던가.
백발되어 마음 아는 벗 잃었으니
까닭없이 눈물 흘린다고 그 누가 말하랴.
[註釋]
둔촌: 고려시대의 학자인 이집(1327-1387)의 號.
[해설]
둔촌 이집(1327-1387)은 포은이 가장 깊은 교분을 나눴던 친구 중의 한 명이다. 이집은 1368년(공민왕 17) 신돈을 논죄하여 중앙 정계에서 은퇴하고, 다시1380년(우왕 6) 무렵 경기도 여주 천녕川寧으로 은거하여 1387년(우왕 13)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주에 파묻혀 지냈던 인물이다. 포은은 이집이 여주에 은거하고 있을 때 그를 찾아 우정을 나누고 시를 주고받기도 했으며, 또 그에게 여러 통의 편지를 보내어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할 정도로 둔촌과는 막역한 사이였다.
제 1구와 2구는 둔촌과의 우정이 30여 년이나 되었을 정도로 유래가 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20대 젊은 시절 처음 만났으니 정치, 사회, 문학 등 다방면의 수많은 토론을 나누었을 것이고 시 또한 여러 수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벗이 죽고 없다. 1387년이면 포은 나이 51세이다. 그는 친구의 죽음을 “백발되어 마음 아는 벗 잃었다.”고 슬퍼한다.
평생의 지우 중 척약재는 몇 년 전에 죽었고, 이제 둔촌이 세상을 하직했다. 남은 사람은 이숭인과 박의중 정도다. 그러니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까닭없이 눈물 흘린다고 그 누가 말하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년의 인생에서 평생의 벗들을 하나 둘씩 잃고 난 뒤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애절하게 묻어있는 시라고 하겠다.
<하정승>
연일정씨홈페이지 www.yunilj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