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 공민왕 [TOP]
김득배와 정몽주는 좌주와 문생관계이었다. 김득배는 공민왕 9년 10월에 지공거를 맡아 정몽주를 뽑았다. 김득배가 죽자 直翰林 정몽주는 왕에게 청하여 시체를 거두고 글을 지어 제사를 지냈다.
"아아 황천이여! 나의 죄가 무엇이며, 아아 황천이여! 이사람이 누구입니까? 대개 듣건대 선인에게 복을 주고 악인에게 화를 내림은 하늘이요, 선인을 상주고 악인을 벌함은 사람이라 하였습니다. 하늘과 사람이 비록 다르다 하나 그 이치는 하나인 즉, 옛사람이 말하기를 하늘이 정하면 사람을 이기고, 사람이 많으면 하늘을 이긴다 하였으나, 하늘이 정하면 사람을 이김은 과연 무슨 이치며, 사람이 많으면 하늘을 이긴다 함은 또한 무슨 이치입니까? 지난날 홍건적이 침입하여 임금이 서울을 떠나시니 국가의 운명이 한가닥 실 끝에 달린 것처럼 위태롭거늘, 오직 공이 먼저 大義를 선창하자 원근이 향응하였고 몸소 만번 죽을 계책을 내어 능히 삼한의 대업을 회복하였으니, 무릇 이제 사람이 이 땅에서 먹고 이 땅에서 잠자는 것이 그 누구의 공입니까? 비록 죄가 있더라도 공으로써 덮는 것이 옳을 것이요. 죄가 공보다 무겁더라도 반드시 그 죄를 자복시킨 뒤에 베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말의 땀이 마르지 않고 개선하는 노래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태산 같은 공을 오히려 칼날의 피가 되게 하는 것입니까? 이것이 내가 피눈물로써 하늘에 묻는 바입니다. 나는 그 忠魂과 壯魄이 천추 만세토록 반드시 九泉의 아래서 울음을 머금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아 命이로구나! 어찌하리오! 어찌하리오!"
[출처] 고려사 列傳26, 安祐
[原本]
[實錄] 문종1년 (1450년 12월 3일 癸酉) [TOP]
임금이 정사를 보았다. 도승지 이계전(李季甸) 등이 아뢰기를(12/3),
"절의를 褒奬하는 것은 綱常을 굳게하는 것이니, 정치를 하는데 마땅히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고려 500년간에 정몽주, 길재는 충절이 남보다 뛰어났으므로 예날 우리 태종께서는 權近의 上言으로 인하여 정몽주를 追諡하시었고, 길재를 復戶하시었고, 그 아들을 모두 封爵하시었습니다...."하자 임금이 吏曹에 傳旨하기를(12/8)
"文忠公 정몽주의 嫡出 曾孫인 鄭允貞에게 관직을 除授하고 길재의 손자인 吉仁種에게도 나이가 20살이 차기를 기다려서 또한 관직을 除授하라."하였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6집 323, 326면
[原本]
[實錄] 단종1년 (1452년 12월 13일 辛丑) [TOP]
의정부가 아뢰기를,
"... 守門下侍中 文忠公 정몽주는 공양왕을 도와서 反正하고 中興功臣이 되어 드디어 門下侍中에 除拜되었으나, 끝내는 節義때문에 죽었습니다. 처음에 명나라가 비로소 일어났을 때 정몽주는 공민왕에게 힘써청하여 가장 먼저 歸附했으나, 공민왕이 죽고 난 후 李仁任 등이 다시 원나라를 섬기고자 함에 정몽주가 또 그 불가함을 극진히 陳啓하였습니다. 또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왜구를 금할 것을 청하고, 정몽주가 交隣의 利害를 극진히 펼치니, 이에 그 主將이 공경하고 복종하여 포로된 사람 수백명을 돌려주고, 왜구가 세 섬을 침입하여 약탈하는 것을 금지시켰습니다. 高皇帝가 세공을 증가시켜 말 5000필, 금 500근, 은 5000냥, 布 50000필로 정하자, 정몽주는 명나라 서울로 가서 증가된 세공을 除減할 것을 奏請하였고, 또 胡服을 혁파하고 華制를 계승할 것을 건의하였으며, 家廟를 세우며 五部學堂과 지방의 향교를 건립하고, 義倉을 세우고, 水站을 설치하였습니다. 이와같은 사람들은 각 王代에 배향된 사람 중에서도 특별히 백성들에게 공로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청하건데 王氏의 제사를 받들 때 함께 제사하도록 하소서."하니, 그대로 따랐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6집 557면
[原本]
[實錄] 宣祖36년 (1603년 9월 9일 壬戌) [TOP]
비망기로 이르기를,
"前代 임금들의 陵墓는 변란을 겪은 뒤이므로 각각 그 고을로 하여금 편의에 따라 훼소된 곳을 수리하고 樵木을 금해야 할 듯하다. 전대의 충신으로 신라의 김유신, 金陽과 백제의 成忠, 계백 및 고려의 강감찬, 정몽주 같은 이의 묘소도 封植하고 樵木을 금해야 할 듯하다. 한 둘만 들어서 말하고 나머지는 다 말하지 않는다."하였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24집 538면
[原本]
[實錄] 숙종34년 (1708년 12월 30일 壬申) [TOP]
副校理 李正臣이 상소하기를, <中略>
"... 文忠公 정몽주는 도덕과 절의가 고금에 卓絶했습니다. 그런데도 작년에 墓下의 書院을 移建할 적에 財力을 辦出하기가 어려워 호조와 병조에 빚을 쓰기로 청하였는데, 올 가을 이래로 여러차례 독촉 징수하였으나 院儒가 힘써 갚을 길이 없으므로 장차 材木과 蓋瓦를 싼 값으로 마구 팔아서 빚갚는데 마련하려고 합니다. 殿下께서 만약 호조와 병조에 명하여 특별히 그 債錢을 蕩減하게 하시면, 전하께서 尊賢하는 덕이 어찌 빛남이 있지 않겠습니까?" <中略> 하니 답하기를,
"條目別로 陳達한 일은 묘당으로 하여금 稟處하도록 하겠다."고 하셨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40집 312면
[原本]
[實錄] 영조3년 (1727년 12월 26일 丁未) [TOP]
承旨 李廷弼이 임금께 아뢰기를,
"... 고려 말엽의 충신 정몽주, 金澍, 吉再의 奉祀孫을 거두어 錄用토록 하소서."하니, 모두 그대로 따랐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41집 690면
[原本]
[實錄] 영조8년 (1732년 3월 25일 壬午) [TOP]
예조에 명하여 고려의 侍中 정몽주에게 致祭할 때에 祭文의 서두에 公이라 부르고 이름을 부르지 말도록 하였다.
대체로 宣祖朝의 치제때부터 이미 명이 있었고, 숙종 을해년에는 또 정몽주 및 길재를 모두 公이라고 부르고 이름을 부르지 못하도록 명하여 그대로 定式이 되었었는데, 景宗朝에 치제할 때에 該曹에서 살피지 못하고 잘못하여 그 이름을 썼었다. 이 때에 이르러 임금이 그 사실을 듣고서 이같은 명이 있었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42집 300면
[原本]
[實錄] 영조16년 (1740년 9월 1일 己巳) [TOP]
영조의 敎旨를 받들어 開城留守 金若魯가 不朝峴(태조가 왕위에 올라 敬德宮 와서 諸生을 시험하여 뽑는데 고려의 신하는 거의 보이지 않고 고개를 넘어 달아났다고 하여 붙인 고개의 이름)에 세운 비의 陰記에 이르기를,
"... 임금이 수레를 길에 멈추고 顧瞻偉에 행차하여 탄식하며 이르기를, '標識가 있는가?' 물으니 모두 없다고 대답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이곳은 충신의 遺址이다. 旌褒함이 마땅하니 너희 守臣은 [高麗忠臣不朝峴] 7자를 써서 그 고개에 새기도록 하라.' 하였다. 臣 金若魯가 명을 받들어 공사를 마치고 업드려 생각하니 오직 우리 성상께서 고려조의 고사를 좇아 옛 도성에 왕림하시어 흥망의 자취를 어루만지고 王씨의 후예에세 벼슬을 주고 文忠公 鄭圃隱의 절의를 장려하여 善竹橋에 비를 세우고, 고려의 충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고 또 義烈을 영원히 전할 바를 생각하시었으니, 이같은 誠意는 역대 제왕도 능히 하지 못할 바이나 우리 성상은 이를 능히 하여 떳떳한 절의를 백대의 위에 표하고 世敎를 천백대의 아래에다 扶植하였으니 참으로 아름답도다..."고 하였다.
임금이 부조현 앞에 이르러 轎子를 정지하도록 명하고, 근신에게 말하기를'
"말세에는 군신의 의리가 땅을 쓴 듯 없어졌는데 이제 부조현이라고 명명했다는 뜻을 듣고나니, 비록 수백년 뒤이지만 오히려 사람으로 하여금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마음이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하고 이어 승지에게 명하여 칠언시 한 구를 쓰게하니, 이르기를 '고려의 충신들처럼 대대로 계승되기를 힘쓰라.(勝國忠臣勉繼世)'하였다. 隨駕하는 옥당과 승지, 사관으로 하여금 시를 이어서 지어 올리게 하였으며 또 직접 '不朝峴'이라는 세 글자를 써서 그 터에다 비석을 세우게 하였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42집 679면
[原本]
[實錄] 영조46년 (1770년 7월 4일 戊申) [TOP]
임금이 晝講에 나아가 대신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였는데, 좌의정 韓翼謨가 말하기를,
"고려 충신 정몽주는 列聖朝로 내려오면서 많은 포창을 받았고 當저(貯-貝,당시의임금) 이래로도 봉사손을 녹용하라는 명령이 연이어 내려졌습니다. 지금 그의 손자가 임기가 차서 散職으로 되었으니, 다시 기용하는 은전이 있어야 되겠습니다."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포은의 충절은 내가 일찌기 歎慕하였기 때문에 선죽교에 비석을 세우도록 하고 비석에 쓰기를 '도덕과 精忠이 만고에 뻗쳐 태산과 같이 높은 절개를 지닌 포은공(道德精忠○萬古泰山高節圃隱公)'이라고 하였다. 진작 녹용하라고 명하였는데, 어찌하여 그처럼 지체하고 있는가? 특별히 陞六하여 調用하라."고 하였다.
[출처] 朝鮮王朝實錄 44집 358면
[原本]
[圃隱] 계묘 8월 한원수의 동정을 따라 함주에 와 병마사 나공이 정병을 거느리고 서북을 치는 것을 돕는다. [TOP]
말안장 천리에 이어 멀리 종군하였으니
함주에 이르러서 또 그대를 보내노라.
이것 바로 남아의 애를 끊나니
가을바람에 나팔소리 듣기도 어렵구나.
[출처] 포은집(圃隱集)
[原本]
[圃隱] 단심가(丹心歌) [TOP]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여
넋이라도 있고없고
님 향한 一片丹心
가실 줄이 있으랴.
[출처] 청구영언. 한시는 심광세(沈光世)의 해동악부(海東樂府)
[原本]
丹心歌
此身死了死了 (차신사료사료)
一百番更死了 (일백번갱사료)
白骨爲塵土 (백골위진토)
魂魄有也無 (혼백유야무)
向主一片丹心 (향주일편단심)
寧有改理與之 (영유개리여지)
[발췌] 金萬英의 편지에서 발췌내용 [TOP]
삼가 牛山 安邦俊의 문답서를 접해보니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 조정 수백년에 이름난 현인이 계속 나왔으나 眞儒라 할만한 이는 수인에 불과하다."
나는 몰래 생각하기를
'우리 東土가 檀君. 箕子이후로부터 고려 말에 이르기까지 수천백년동안 문장과 節義로 이름난 분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도[斯道]의 큰 책임을 맡아 지나간 성인을 잊고 후학을 열어 특별히 도학의 領袖가 될 사람은 오로지 圃隱 鄭烏川 한 분 뿐이오, 우리 조선에 와서는 뭇 현인이 일어나 사도를 倡明하여 동토가 개벽한 이래로 처음 듣는 일이었습니다. 대개 傑然히 뛰어나고 뚜렷이 칭찬받을 만한 분을 들어 계통을 따라 논한다면,
圃隱 鄭烏川의 학문은 冶隱에게 전하고, 야은은 다시 이를 一두 鄭汝昌과 한훤(寒喧) 金宏弼에게 전하고, 한훤은 정암(靜庵) 趙光祖에게 전하였습니다. 그 후에 회재(晦齋)이언적(李彦迪), 퇴계 이황이 일어나고, 뒤를 이어 우계(牛溪) 成渾, 율곡 李珥가 나온 것은 그 전통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출처] 洗馬 金萬英의 "安邦俊과의 問答을 質疑한 편지"
[原本]
[발췌] 松京志의 八隱事蹟에서 발췌내용 [TOP]
포은, 목은, 야은, 도은이 옷소매를 잡고 함께 통곡하여 말하였다.
"때가 이미 이러하니 하늘이 시킨일이요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허물하겠는가? 예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하늘에는 태양이 두개 있을 수 없고 땅에는 두 임금이 있을 수 없다."
포은이 죽음을 맹세한 날, 天翊을 불러 울면서 말했다.
"삶은 잠깐이요, 죽는것이 영원한 것이니 비록 天命이라 하지만 내가 홀로 죽어서 우리 임금이 계시는 뜰에 돌아갈 것이다. 나를 이해할 사람은 천익, 이색, 길재뿐이다."
[註釋]
▶八隱 : 圃隱 鄭夢周, 牧隱 李穡, 冶隱 吉再, 陶隱 李崇仁, 相隱 李在弘, 晩隱 洪載, 休隱 李錫周, 成隱 李大潤
[출처] 송경지(松京志) 팔은집(八隱集) 송은맹오편(松隱盲聲篇)
[原本]
[관련] 고려 숙종임금이 포은에게 내린 글 [TOP]
절의가 천추에 높으니,
평생에 내가 존중하도다.
열조께서 여러번 포숭하였거니와,
사림의 누구인들 높이지 않으리오.
횡설수설 모두가 이치에 맞으니,
울연하게 이학의 종주되도다.
경륜하는 사업을 못다했거니,
슬프게도 말세를 만남이로다.
송경에 사당이 있어,
유상이 엄숙하고 맑고 높거늘.
금패가 뜰에 가득 모이는 때에,
승선시켜 한 잔을 올리는도다.
[출처]
[原本]
節義千秋高 平生我敬重 ()
列朝屢褒崇 士林孰不聳 ()
橫竪皆堂理 蔚爲理學宗 ()
不盡經綸業 于嗟叔季逢 ()
洛中祠屋在 遺像肅淸高 ()
衿佩盈庭會 承宣奠一 ()
[관련] 목은시집(牧隱詩稿) 제 28卷 [詩] [TOP]
어제 정포은(鄭圃隱) 제학공(提學公)이 이 판각(李版閣) 사위(士渭)과 이 판사(李判事) 집(集)와 김 대간(金大諫) 구용(九容)과 나의 문생 최(崔) 숭겸(崇謙)와 함께 술을 들고 찾아와서는, 전례(前例)에 따라서 꽃구경을 하러 왔다고 말하였다.
이에 청사 북쪽에 배꽃이 반쯤 피어 있는 곳으로 가서 시 짓고 노래 부르며 매우 즐겁게 노닐었는데, 이튿날에 시 한 수를 지어서 이 일을 기록하였다.
작년에 술 차고 와서 꽃구경을 하였는데
올해에도 그 날짜에 서로들 또 모였어라
사문들 모두가 다생의 인연을 맺은 이들
내가 병들었어도 몇 잔은 들 수 있고말고
구름 잎사귀 희미해라 하얀 해를 가리우고
해맑은 꽃잎 선명해라 푸른 이끼 비춰 주네
살포시 취하면서 새삼 느끼는 임금님 은혜
하늘 마음 받들어 인재를 기쁘게 길러야지
[출처]
[原本]
[詩]
昨鄭圃隱提學公與李判閣 士渭， 李判事 集， 金大諫 九容，吾門生崔 崇謙
携酒而來曰。賞花也。前例也。廳北梨花半開。嘯吟歎甚。明日吟成 一首。
去歲看花佩酒來 ()
今年此日又相陪 ()
斯文盡是多生契 ()
我病猶能數擧杯 ()
雲葉稀微遮白日 ()
晴○的歷照蒼苔 ()
微○更覺君恩重 ()
願奉天心樂育才 ()
[관련] 목은시집(牧隱詩稿) 제 31卷 [詩] [TOP]
3월 12일에 육우(六友) 김경지(金敬之)와 도은(陶隱) 이자안(李子安)의 초청을 받고 한청성(韓淸城)과 함께 정포은(鄭圃隱)의 산정(山亭)에서 꽃구경을 하기로 하였는데, 포은이 사명(使命)을 받고 출타 중이었으므로 봉선사(奉先寺)의 송강(松岡)으로 가게 되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포은이 돌아왔고, 판사(判事) 권주(權鑄)와 판사 민제(閔霽)와 판사 이호연(李浩然)과 판사 이사영(李士潁)이 또 왔는데, 이들은 모두 경지와 미리 약속을 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아들 종학(鍾學)을 급히 보내 동년(同年) 정원재(鄭圓齋)를 불러오게 하였으며, 동년(同年)인 판서 박진록(朴晉祿)과 판사 이석지(李釋之)와 계우(契友)인 판서 최원유(崔元儒)와 우윤(右尹) 이서원(李舒原)도 모두 경지의 초청을 받고 자리에 모였다.
소나무 아래에 바람이 많이 불었으므로 장막을 치고 피하면서 연구(聯句)를 짓고 술잔을 주고받노라니 해가 벌써 지려 하였다.
이 판사가 저녁밥을 차려 주어 배불리 먹고 취한 뒤에 달빛을 타고 돌아왔다.
하늘 아래 헤어진 뒤 머리칼 어느새 희끗희끗
소강의 시대에 소요유를 함께 즐기지 않으리요
멸절 때마다 여러분과 함께 모이는 이 자리에
노물이 맨 먼저 육우의 부름을 받았다나요
홀로 우뚝 선 듯해서 솔에 청풍이 불어오나 봐
햇빛 비추는 숲의 꽃은 전혀 나부끼지 않는데
후생이 두려워할 만하니 이 몸은 슬슬 떠나가서
거룩한 조정을 찬미하며 시나 한 수 읊어야겠네
[출처]
[原本]
[詩]
三月十二日。六友金敬之，陶隱李子安。邀與韓淸城賞花于鄭陶隱山亭。圃隱以使事出。於是至奉先寺松岡。旣而圃隱回。權判事鑄，閔判事霽，李判事浩然，李判事士潁又至。此皆與敬之有約者也。僕馳豚犬種學。邀同年鄭圓齋。而同年朴判書晉祿，李判事釋之，契友崔判書元儒，李右尹舒原。皆以敬之之招而集。松下風多?以避。聯句飛?日將夕。李判事設?食。醉飽乘月而歸
天下分離○二毛 ()
小康胡不共逍遙 ()
良辰每與諸公會 ()
老物先承六友招 ()
松樹來風如特立 ()
林花映日未全飄 ()
後生可畏吾將去 ()
只把新詩美聖朝 ()
[관련] 윤주의 감로사 다경루에서 차운하다 [TOP]
강물은 아득히 흐르고 새는 날아 들어오는데
하늘은 놀에 가까워 손으로 당길수 있을듯 하네
이누각이 값을 헤아릴수 없는 곳임을 비로소 믿겠으니
바라봄에 그림을 보는듯 하네
[출처]
1372년(공민왕21)8월에 김구용(金九容)이 서장관(書狀官)으로 명나라에 갔을때그보다 먼저 (공민왕21)5월에 서장관으로 와서 머무르고 있던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를 만나 함께 관광을 하면서 다경루에 올라 지은 시이다.
감로사 다경루는 강소성(江蘇省) 북고산(北固山)에 있으며 강산제일정(江山第一亭)이라 하여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原本]
潤州甘露寺多景樓 次韻
江流漠漠鳥飛還 (강류막막조비환)
天近雲霞手可攀 (천근운하수가반)
始信此樓無價處 (시신차루무가처)
望中相作畵圖看 (망중상작화도간)
[관련] 여름날 영통사(靈通寺)에서 정몽주와 자면서 [TOP]
더위피해 산 속에서 자는데
시원하니 흥이 절로 나고
정자는 물가에 닿아있고
이끼 낀 길 속세와 멀어졌네
돌위에 앉으니 새소리 처량한데
지팡이 짚은 이몸 부끄럽지만
흰 구름 깊은 계곡에서
선녀 나올까 두려워진다네
[출처]
영통사지 : 경기도 개풍군 영남면 용흥리 오관산 기슭의 영통동(靈通洞)에 있었던 절. 1027년(현종 18)에 창건하였으며, 1036년(정종 2)에 왕이 자식 넷이 있을 경우에는 한 자식의 출가를 허락한다는 법을 제정한 뒤 이 절에 계단(戒壇)을 설치하고 경률(經律)을 익히는 한편 시험을 치르는 장소로 만들었다.
대각국사 의천(義天)은 1065년에 이 절에서 출가하였고, 그의 입적 후인 1125년(인조 3)에는 비를 이 절에 건립하였다. 고려 왕실에서는 다른 어떤 사찰보다 이 절에서 많은 참배를 갖게 되었다.
[原本]
夏日同達可宿靈通寺
避暑山中宿 凄凉興轉新 (피서산중숙 처량흥전신)
松軒臨淨水 笞逕絶纖塵 (송헌임정수 태경절섬진)
座石聞幽鳥 扶○愧此身 (좌석문유조 부공괴차신)
白雲深遠谷 恐有羽衣人 (백운심원곡 공유우의인)
[관련] 두문록(杜門錄)의 부조현(不朝峴) 언지록(言志錄) [TOP]
북한 땅 개성에 한국의 공단이 들어서고 곧 관광도 허락된단다. 500년 고려의 수도였던 그 개성 땅에 은둔의 현인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는 고사를 만들어낸 두문동(杜門洞) 72현이다. 두문동(杜門洞) 은 황해북도 개풍군 광덕산(光德山) 서쪽 기슭에 있는 옛 지명. 해방 전에는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에 속하였다.
우리에게는 두문동보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이라 말이 더 익숙하다. 사실 두문불출은 두문동에서 생긴 말이다. 두문동에 들어가서 꼼짝하지 않고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려 말 이성계의 역성혁명에 반대하고 고려 왕조에 충성을 다짐한 72명의 현자들이 두문동에 은거해 꼼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이방원이 주축이 된 개국세력이 산에 불을 지르고 몰아댄 바람에 죽거나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두문록(杜門錄)의 부조현(不朝峴) 언지록(言志錄)
홍무 25년 임신(1392년) 7월 16일 을미일은 고려조의 운세가 다하여 망하고 이씨 조선이 천명을 받아 나라를 세운 때더라.
충신 열사의 무리들은 신하로 따르려 하지 않고 각자 의리를 지킬 것을 생명을 걸고 맹세하고 동지들은 다같이 송도(당시 서울인 개성) 동남쪽에 있는 고개마루에다 조정에서 입고 쓰던 조복과 의관을 벗어 걸고 하늘 보기가 두렵다고 방갓을 쓰고 햇빛을 가리고 남쪽으로 행진하여 부조현에 올랐다. 박문수가 말하기를 천명이 다 되어 나라의 운세가 이렇게 돌아 간 것인데 여기에 모인 우리들은 모두들 자기의 뜻을 각기 말하라.
성사재가 말하기를 죽어서 왕씨의 귀신이 될지라도 어찌 이가의 신하가 될 것인가
조의생은 말하기를 거리낌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두문동에서 죽음을 받을 따름이라
…중략…
이반개가 말하기를 은나라는 이미 망하였는데 누구의 곡식을 먹는단 말일가.
말을 끝내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면서 송도 서울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함께 말하기를,
백이(白夷) 숙제(叔齊) 어이된 사람이 어서 일찍이 굶어 죽어 이름이 났지만 우리들은 이곳에서 눈물만 흘릴 뿐이로구나 이러할 것이 아니라 모두다 말하고 갈 곳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하였다.
정몽주는 나라를 위라여 항거하다가 선죽교(善竹橋)에서 죽음을 당하고, 이색은 한산으로 추방을 당함을 보았고, 길재는 먼저 저 멀리 금오산으로 들어가고, 박문수는 배록동으로 돌아가고, 전귀생은 절도로 들어가니라.
……중략……
박녕은 법현에 숨고, 서중보는 적암에 숨고, 이행은 예천동에 숨고, 이륜은 비탄에 돌아가고, 이야중은 광릉으로 도망가고, 서견은 금양으로 도망가고, 임탁은 금성으로 돌아가고, 김영비는 고석산에 숨고, 송주는 홍양으로 돌아가고, 설응은 말하기를 여자는 두 남편을 섬길 수 없고 신하에게는 두 임금이 있을 수 없다고 도망쳐 향리로 돌아가고, 고천우 변구수 姜淮中(강회중) 인종약 김준 윤규 박침 허금 배상지 이유인 민보문 성모 차모 엄모 장모 김휘 민안부 전조생 이숭인 박태검 박익의 무리는 배목동(排錄洞) 경기도 고양군 고봉산(京畿道 高陽郡 高峯山)으로 돌아가서 모두다 불의에 항거 훈구의신으로서 의리를 지키다 한 평생을 마치니 의를 지키어 인을 이루더라.
당시 사대부 모두 지조가 높고 깨끗하여 굽히지 않음을 도(道)로써 바라는 자는 오직 그러하지 못함을 두려워하며 서로 고쳐 표방하여 일거르더라. (수록된 분 모두 102위)
두문록(杜門錄)의 부조현(不朝峴) 연구(聯句)
영조조 경신(1740년) 가을 상께서 송도(송도:고려의 서울 개성)에 행차하시어 어가를 부조현에 멈추시고 부조현의 옛 사적에 대한 과거를 생각하고 친히 어시 한귀절을 지으시고 베종한 신하에게 명하시기를 이 싯귀에 연이어 시를 지어라 하신 시에 이르기를
◈고려의 충신이 이어가기 힘쓰니 - 어제(영조께서 지으시다)
◈분명토다 경계할 일 법도따라 바뀌었네 - 도승지 민형수
◈마을은 멀고 산은 깊어 자취는 가렸는데 - 좌부승지 조명겸
◈혼미한 진나라가 천만가지 계교 잃어 - 우부승지 송교명
◈선죽교 황폐한데 낮인데도 오히려 흐릿하네 - 별겸춘추 김한철
◈땅은 훌륭한 사람 때문에 이름이 전해지네 - 동부승지 김상로
◈덕을 쌓아 널리 열기 800년이 되었도다 - 좌승지 한사득
◈두문동 깊고 깊어 좋은 소리 남기리라 - 기사관 이회원
◈어찌다 지킬 윤리 당일만 붙들소냐 - 겸춘추 권서동
이하는 약함
[출처]
[原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