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은집

포은집(圃隱集)

1. 포은집(圃隱集)의 종류
2. 포은집(圃隱集)의 구성
3. 변계량(卞季良)의 서문

연일정씨홈페이지 www.yuniljung.com

◐포은집(圃隱集)의 종류

포은의 시문은 태종 이방원이 왕위에 오른 후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건의로 포은의 정치적인 복권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아들 종성(宗誠)과 종본(宗本)에 의하여 수집 정리되었다. 1409년을 전후하여 변계량과 하륜의 서문을 받아 1차로 간행을 시도하였으나 그 결실을 보지 못하고 뒤로 미루어졌다.

①초간본(初刊本)

세종때 삼강행실도를 편찬하면서 포은의 사적을 수록하게 된 것을 계기로 포은문집의 간행이 다시 논의되었다.
세종은 1437년(세종 19년)에 포은의 큰아들인 정종성에게 문집을 가져오라 하여 직접 읽어본 후 권근의 조카 권채(權採)에게 서문을 짓게 하였다. 그리고 정종성을 판전농시사로 발탁하였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간행에 착수하여 1439년(세종 21년) 3월에 포은시고(圃隱詩藁)라는 이름으로 판각을 완료하였다. 수록된 작품이 모두 시로만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변계량(卞季良)의 「포은시고서(圃隱詩稿序)」에 의하면, 1409(태종 9년)에 이미 원고가 수집되었다 한 것으로 보아, 이로부터 30년 만에 초간본이 나은 것이다.
이 판본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

②신계본(新溪本)

1517년(중종12년)에 태학생 권전(權○)의 상소를 계기로 포은이 문묘에 종사되었고 같은해에 자손을 등용하라는 왕명에 따라 현손 정세신(鄭世臣)이 관직에 발탁되었다.
이렇게 발탁된 정세신이 1533년(중종 28넌)에 고향인 황해도 해주의 인근인 신계의 현령으로 부임하자 포은집의 간행에 착수하여 목판으로 판각하였다.
구본에 연보를 더하여 개간(開刊)한 것으로 분량은 2권 1책이다.

③개성본(開城本)

1570년에 개성에서 개성경력(開城經歷)구변(具○)과 개성의 선비들이 포은의 옛 집터에 서원을 건립하고 1575년에 숭양서원으로 사액을 받았는데 이와 때를 같이하여 숭양서원에서 문집을 간행하였다. 특히 이 판본은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인 한석봉이 33세때에 직접 글씨를 쓴 것으로 주목을 받을 만하다.
한석봉의 글씨는 당시 차천로(車天輅)의 詩, 최립(崔○)의 文과 함께 개성에서 가장 유명하며 송도삼절로 칭송되었으며 선죽교에 세워진 선죽교비 또한 한석봉의 글씨다.
구본에 시 3수가 첨가된 것으로 분량은 2권 1책이다.

④교서관본(校書館本)

개성본이 간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교서관에서 동활자인 을해자(乙亥字)를 가지고 간행한 활자본이다.
이전의 판본들이 각 주제에 따라 시간적인 순서로 작품을 배열한 것과는 달리 오언절구, 칠언율시 등 시의 문체에 따라 수록하고 있다. 편집의 주체가 포은의 정치적, 학문적 삶보다는 문학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분량은 5권 3책이다.

⑤서애교정본(西厓校正本)

1584년(선조 17년)에 선조가 중국 송나라 문천상(文天祥)의 지남록을 읽고 감동하여 우리나라 인물 가운데 충절로서 문천상에 비견되는 포은의 시문을 교서관으로 하여금 간행하게 하고 유성룡에게 문집의 교정을 명하였다. 이 명에 따라 유성룡은 신계본, 개성본, 교서관본을 대상으로 포은의 시문과 연보를 교정하여 이듬해인 1585년에 작업을 마쳤다. 이 교정본은 교서관에서 인출하기도 전에 영천의 임고서원에서 가져가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이 판본은 임진왜란으로 임고서원과 함께 판목이 불타버리고 인출된 부수가 많지 않은 탓에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⑥영천본(永川本)

임진왜란이 끝난 후 영천의 사림들이 임고서원의 재건에 나서 포은의 선영이 있는 도일동(道一洞)에 서원을 중건하고 문집의 중간을 시도하였다. 그리하여 1607년(1617년?) 경상감사 유영순(柳永詢)과 영천군수 황여일(黃汝一)의 협조를 받아 임고서원(臨皐書院)에서 영천 초각본을 대본으로 하여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분량은 3권 2책이다.

⑦황주병영본(黃州兵營本)

영천본이 판각되고 있을 때 개성쪽에서도 문집의 중간이 진행되었다. 즉, 7대손 정응성(鄭應聖)이 황해도 병마수군절도사로 부임하여 병영의 물력을 이용해 1608년에 판각을 완료하였다. 이 판본은 개성본을 대본으로 하여 판각하였기 때문에 내용과 글씨체가 거의 유사하다. 분량은 2권 1책이다.

⑧봉화본(奉化本)

9대손인 우의정 정유성(鄭維成)의 주도로 봉화현감인 9대손 정운익(鄭雲翼)이 임지인 봉화에서 경상감사 홍처후(洪處厚)와 민희(閔熙)의 협조를 받아 1662년에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이 판목은 이후 조복양(趙復陽)에 의해 용인의 충렬서원으로 옮겨지게 된다.
연보고이(年譜考異)의 끝과 祭祝文이 약간의 補續이 더해진 것으로 분량은 6권 1책이다.

⑨정사중간본1(丁巳重刊本1)

1677년(숙종 3년) 영천군수 이만봉(李萬封)이 임지인 영천에서 목판으로 판각하여 간행하고 그 판목은 임고서원에 보관하였다.
영천구각본에 봉화본의 보속조(補續條)를 더하고, 제가(諸家)의 기술(記述)을 신증부록(新增附錄)으로 첨부하고 분량은 9권 3책이다.

⑩숭양본(崧陽本)

숙종 1719(45년)에 11대손 정찬휘(鄭纘輝)와 13대손 정도제가 봉화본 4권에 다시 속록 3권을 더하여 편찬하였다. 이 속록은 원집인 영천초각본과 함께 《포은집》의 정래(定來)로서, 바로 조판되지 못하였다가 1769년(영조 45년) 개성유수 원인손(元仁孫)이 홍계희(洪啓禧)의 교정을 받아 숭양서원(崧陽書院)에서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분량은 원집 4권, 속록 3권, 합 7권 3책이다.

⑪속집본(續集本)

영천의 후손 정중기(鄭重器) 등이 정찬휘(鄭纘輝)의 편차본을 증보한 것을 바탕으로 임고서원에서 영천군수 이상주(李商舟)와 경상감사 이은(李○)의 지원을 받아 숭양본과 같은시기인 1769년(영조 45년)에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분량은 5권 1책이다.

⑫정사중간본2(丁巳重刊本2)

17대손 정원필(鄭元弼)이 영천군수로 부임하여 그 지방의 후손 및 임고서원의 원유들과 함께 1866년에 정사중간본1의 내용을 가감하지 않은 채 유후조(柳厚祚)의 발문만을 추가하여 별도의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분량은 9권 3책이다.

⑬숭양추각본(崧陽追刻本)

15대손 정환익(鄭煥翼) 등이 기존의 숭양본 판목에다 이후에 추가된 시문을 해당 편목의 아래에다 "신증(新增)"이라 하여 활자로 조판하여 보충하는 방식을 써서 1900년(광무 4년)에 송병선(宋秉璿)의 발문을 받아 간행하였다. 분량은 7권 4책이다.

⑭옥산본(玉山本)

진주의 사림들이 그 지방의 후손들과 함께 1903년에 진주의 옥산재(玉山齋)에서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발문은 이만도(李晩燾)가 지었다. 분량은 원집 3권, 부록 3권, 원집속 1권, 부록속 7권, 합 14권 5책이다.

이 밖에도 1914년에 개성에서 박남철(朴南澈)과 박이양(朴○陽)이 편집하고 최문현(崔文鉉)이 교열하여 간행한 본이 있으나 이는 현대식 연활자로 간행한 것이다.
포은집 총 14종의 판본중 확인이 되지않는 2종의 판본은 초간본과 서애교정본인데, 초간본은 유성룡이 왕명으로 교정볼 당시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실제로 간행이 이루어졌는지 검토가 필요하며, 서애교정본은 임란직후 영천본을 간행할 때 사용하려고 했지만 당시 구할 수 없었던 판본이었다.
포은집의 간행시기를 자세히 보면 주목할 만한 점이 발견된다.
개성본, 교서관본, 서애교정본, 영천본, 황주병영본 등 5종은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간행되었고, 숭양추각본, 옥산본 등 2종은 한일합방 직전에 간행되었는데 모두가 국가의 위기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선조는 당시 일본의 침략에 대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선비의 기풍을 세우기 위해 포은집의 간행을 명하였다. 그리고 그 교정을 담당한 유성룡은 도제찰사로서 임진왜란 극복에 큰 공을 세웠다. 또 숭양추각본의 발문을 쓴 송병선과, 옥산본의 발문을 쓴 이만도는 모두 명가의 후손으로 망국의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한 인물이다. 송병선은 우암 송시열의 후손으로 을사늑약으로 조선이 실제적인 국권을 상실한 1905년에 음독 자결하였으며, 이만도는 퇴계 이황의 후손으로 1910년 한일합방이 이루어지자 단식 자결하였다. 포은이 고려와 운명을 함께 하였다면 이들은 조선과 운명을 같이 한 것이다.
자료원 : 포은공파 종보 10호 [2007. 가을]

◐포은집(圃隱集)의 내용

이 책의 내용은 원집은 권수에 효종 10년(1659) 송시열(宋時烈)의 중간서(重刊序)를 비롯하여, 노수신(盧守愼)의 서 (1585), 권채(權採)의 시권서(詩卷序)(1438), 박신(朴信)의 시권서(詩卷序)(1437), 변계량의 시권서(1409)와 목록 등이 있다.
권1·2에 시 297수, 권3에는 잡저·화상찬(晝像讚)·명(銘)·제문·권자(卷子)·기·소 등과 습유·유묵을 수록하였고 있다. 이 밖에 원집 끝에는 아들 종성의 시집발(詩集跋)을 비롯하여, 유성룡의 발, 조호익(曺好益)의 중간발이 있다.
이 책의 내용에서 본 바와 같이 저자는 문보다는 시를 더 많이 남겼다. 그의 시는 호일(豪逸)하고 웅심(雄深)하다는 평과 함께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어오는 실정이며, 특히 중국·일본 등 외국에 여러 차례 내왕하여 외국인들과 서로 주고받은 시편은 당시 외교의 사실과 은화교류의 일면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된다. 저자가 동방 이학(理學)의 조종으로 추앙되어온 실정에 비추어, 오늘날 그의 학문적 업적을 보여주는 작품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또 시문도 이 책에서 보다시피 당시 다른 문인들에 비하여 볼 때 매우 엉성하다. 그 원인은 아들 종성이 시집 발에서 말하고 있듯이, 저자가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은 지었어도 곧 모두 폐기하여 백에 한 줄이 남았을 정도였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최후가 너무 참혹하였기에 유저(遺著)들이 산일(散供)되어 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刊記 ; 丁巳(1917)重刊
詩集重刊序 ; 崇禎己亥(1659)...宋時烈
詩卷序 ; 正統三年(1438)...權採, 萬曆乙酉(1585)...盧守愼, 永樂己丑(1409)...卞季良
肖像末 ; 萬曆丁未(1606)
重刊跋 ; 崇禎己元後四丙寅(1866)...柳厚祚
詩跋 ; 正統四年(1439)...宗誠
文集跋 ; 柳成龍
詩集跋 ; 萬曆丁未(1606)...曺好益

◐변계량(卞季良)의 서문

原本

풀이

천지는 크거니와 사람은 그 가운데서 좁쌀 한 알과 같으니 형상으로서는 무엇이 미보다 작겠으며 고금은 오래거니와 인생은 그 사이에서 눈한번 깜짝할 사이와 같으니 시간으로서는 무엇이 이보다 짧으랴마는 형상은 매우 작더라도 천지의 덕과 함께 나란히 설 만한 것이 있고 시간은 매우 짧더라도 고금을 꿰어 길이 전할 만한 것이 이는 반듯이 형상에 의하여 서지 않고 죽음에 따라서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지와 고금에 대하여 그것이 그러한 까닭을 참으로 탐구한다면 사람의 사람된 까닭에 견주어 볼 때에 본디 어찌 크고 작음과 오래고 짧음을 말할 수 있으랴. 옛사람 중에 이것을 안 이가 있거니와 아닌게 아니라 평소에는 깊은 못을 굽어보고 얇은 어름을 밟듯이 조심하되 문득 큰 변을 당하면 생명을 버려도 돌보지 않고 자신을 죽여서도 후회하지 않는 이가 있으니 대게 도한 이것을 완전하게 하려는 것일 따름이다.
오직 우리 좌주☞인 오천의 포은선생 이야말로 고려의 말기에 시중의 지위에 계시다가 능히 그 임금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나라도 따라서 망하였는데 우리 전하께서 그 절의를 아름답게 여기시어 뒤미쳐 봉증하고 시호를 문충이라 하였다. 아아, 선생의 한 죽음이 인륜, 세교에 관계되는 것이 매우 크니 어찌 전조에서 수백년 동안 인제를 만들고 교화한 보람이 공에게 모이고 우리 조선의 억만년 이어갈 신하의 기강이 서는 것이 공에게서 일어날 뿐이랴. 우리 전하께서 절의를 숭장하여 사람의 선을 엄폐하지 않으셨으니 광대하고 광명한 덕이 또한 선생때문에 더욱 빛날 것이다. 아아, 사람은 누구인들 한 번 죽지 않으랴만은 이른바 천지의 덕과 함께 나란히 서고 고금을 꿰어 깊이 전할 이로서는 선생이 계시다.
선생의 학문은 내 심신 성정의 은미한 것과 인륜, 일용의 현저한 것으로부터 크게는 천지 고금의 운변과 작게는 곤충, 초목의 명품을 관통하지 않는 것이 없었고 초연히 분명하게 깨달아서 옛사람이 전하지 않은 오묘한 것을 홀로 터득한 것은 우리 동방에 문학이 있어 온 이애로 제자가 미치려고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균관에서 경서를 강론하셨을 때에 목은 선생이 일컫기를 "횡설수설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없으니 우리 동방의 성리학의 시조로 추대한다."고 하였고, 삼봉선생의 시집에 쓴 발문에는 "강명은 포은과 같고 저술은 도은과 같다."고 하였으니대개 깊이 감복한 것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도에 깨달은 것이 매우 정하고 아주 크,므로 그 마음에 간직하고 사업에 베푼 것이 순수하게 한결같이 바른 데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었고 대절에 있어서도 확고하여 뜻을 빼앗을 수 없었다. 아아, 성대하다. 글에 적혀서 무궁한 장래까지 후세의 학자를 가르칠 미묘하고 지극한 언론이 남아있지 않은 것을 아깝게 여기거니와 시는 여사이고 그 남아있는 것도 겨우 약간편이나 다 성정에 근본하고 물리에서 널리 밝힌 것이며 이따금 그 흉중의 얻은 것을 나타내어 스스로 마지못한 것도 있으니 후세사람 중에 지언하는 이가 있어서 읊고 잘 맛본다면 도체의 오묘한 것이 편언반구 속에 뛰는 듯이 힘찬 것을 환히 볼 것이다. 어찌 시 밖에서 선생의 마음을 알 알 사람이 없겠으며 또한 후세의 학자가 모르는 것을 한탄하지 않겠는가? 선생의 아들 형제분이 이 글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서문을 써주길 바라며 말하기를,
"양촌☞ 권 문충공이 일찌기 이 시를 교정하였는데 그 못다한 교정을 임자에게 부탁하거니와 또 서문을 만들려 하였으나 아직 이루지 못하였는데 임자는 우리 선군에게 배웠고 문생도 되니 선군을 아는 사람으로는 임자만한 이가 없을 것이니 서문은 오직 임자라야 부탁할 수 있겠오." 하였다.
내가 거절하지 못하고 우선 "그 세운 바의 뛰어남은 그 본 바의 밝음에 말미암는데 그 본 바의 밝음은 이 시에서 찾아도 증험할 수 있다."는 것을 서술하여 후세의 지언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영락 기축년 가을 8월 갑자일(1409년 8월 25일)
문생 가선대부 예문관제학 동지경연 춘추관사 겸 판내섬시사 밀산인 변계량☞ 근저

참고

☞좌주 : 과거에 급제한 자가 그 시관을 부르는 존칭
☞양촌 : 권근(1352~1409)의 호
☞변계량 : 생졸년도 : 1369~1430.
자는 巨卿, 호는 春亭, 시호는 文肅, 본관은 밀양.
우왕 11년(1385년)에 포은선생의 동지공거때에 문과에 급제하여 고려때에 진덕박사 등을 거쳐 조선때에 예문대제학, 의정부참찬, 판우군도통부사에 이르렀다. 시문에 능하여 대제학으로 20여년 있는 동안에 외교에 관한 사명을 많이 짓고 태조실록의 편찬과 고려사의 개수에 참여하였고, 문묘, 기자묘의 비문 등을 지었다.